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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KTX 민영화 모델이 궁금한가? 지하철 9호선을 보라!

[기고] MB 정권 공기업 선진화의 맨얼굴, 9호선 요금 인상

지난해 12월 27일 국토해양부는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KTX 민영화 추진 계획을 밝혔다. 2012년 상반기 안에 업체설명회와 희망기업 신청접수, 심사를 거쳐 사업체 선정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겠다는 로드맵까지 천명했다. 말이 업무보고지 이미 정권의 하명을 받은 국토부가 민영화 추진의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국민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과 다름없는 자리였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여당조차 민영화 반대를 선언하고 광범위한 국민적 반대에 부딪히자 정부는 슬그머니 계획을 수정했다. 4월 안에 업체선정이 안 되면 2015년 개통일정상 KTX 민영화가 물 건너간다고 신속한 추진을 주장했던 국토부는 4월 총선 이후 업체 선정에 나서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런 상황 속에 "고속철도 민간투자 사업제안서"를 정부계획 발표 이전에 입안하는 등 KTX의 운영권의 내정된 선정업체라는 의혹을 받고 있던 대우건설은 고속철도 사업 포기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KTX 민영화 추진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MB정권과 국토부는 왜 이토록 KTX 민영화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이미 민간투자사업을 통해 단맛을 보았기 때문이다. KTX 민영화의 모델이 되었던 그 사업이 무엇인지 추적해보자.

지하철 9호선, 서울시가 비용 절반 대고 민간자본 수익 보장

2002년 7월 제3기 민선 서울시장으로 취임한 이명박은 한계에 다다른 교통 분야에 대한 대 수술에 나선다. 특히 이명박 시장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서울버스 준공영제와 중앙차로제, 환승시스템도입은 그동안 한계에 다다른 서울시 교통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는 계기가 됐다. 경쟁을 통한 자유시장경제의 옹호자이자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공공연하게 표방하는 이가 공공적 조화를 우선시한 정책으로 시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

이 시기에는 또한 개통한 지 40년이 다 돼가는 서울지하철의 용량한계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주어졌다. 이에 따라 강남의 모노레일 도입이라든지 새로운 지하철 노선건설 등 여러 가지 대안이 제시되었고 이 가운데 2000년 건설기본계획이 승인되고 2002년 4월 3일 착공된 지하철 9호선 건설 사업이 탄력을 받는다. 이명박 시장 2년 차인 2003년 11월 철도차량제작사인 로템을 앞세운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

그런데 여기서 9호선 건설은 특이한 방식으로 추진된다. 원래 지하철건설은 현재 도시기반시설본부의 전신인 '서울특별시 지하철 건설 본부'가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9호선은 민간투자 활성화와 정부 및 시 예산 절감이라는 미명 아래 BTO라는 민자투자사업으로 진행된다. BTO(Build-Transfer-Operate)방식이란 사회간접시설을 민간부분이 주도하여 프로젝트를 설계·시공한 후 시설물의 소유권을 공공부문에 먼저 이전하고 약정 기간 동안 그 시설물을 운영하여 투자금액을 회수해가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9호선 건설은 시설부분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선로건설 등 토목공사는 시에서 담당하고 궤도, 전력, 전차선, 차량제작, 신호, 통신, 역무자동화설비, 차량검수시설, 기타 설비공사, 정거장 마감공사, 스크린도어, 차량기지, 종합사령실 건축공사 등은 로템을 주축으로 하는 민간컨소시엄이 맡았다.

민간컨소시엄이 담당한 건설부분에는 총 8995억 원의 건설비가 책정되었으며 서울시가 건설분담금 4200억 원을 부담했고 서울메트로9호선(주)이 총 사업비 4795억 원을 민자로 조달하도록 되어 있다. 서울시가 부담하는 사업비는 03년 1월 2일 불변가격 기준으로 총사업비 대비 46.7%에 이른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지하철 9호선은 완전한 민자사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서울시가 절반의 돈을 대면서 향후 운영과 이득을 보장하는 이상한 건설 방식이었다.

지하로 연결되는 선로와 기반 시설을 서울시가 부담하고 민자로 하기로 정한 운영시설조차 서울시가 절반에 이르는 비용을 부담하면서 민간업체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상식을 벗어난 투자행위가 서울시와 국토해양부(당시 건교부)의 심사와 승인을 거쳐 진행되었다.

특히 설계의 창의성 및 기술발전을 위해 서울시가 도입한 턴키·대안입찰 방식은 공사업체의 배를 불리는 장치가 되었다. 2002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서 담합입찰이 적발되어 시정명령과 함께 71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되어 예산낭비를 초래했다. 서울지하철 9호선 14개 공구의 공사비는 일반발주의 경우 보다 25% 높게 계약되어 약 40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낭비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2001년 7월 경실련이 발표한 서울시 지하철 9호선 턴키공사 담합입찰조사 의뢰서를 보면, 5개 턴키공사의 평균 낙찰율이 98.3%이며, 14개 공구 전체 평균 낙찰율이 88.9%로 일반경쟁입찰의 경우 평균 낙찰율 64%보다 평균 25% 높다.

경실련은 턴키·대안입찰 방식을 채택함에 따라 1공구 당 3.4개, 최소 1000억 원 이상의 과다설계가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서울지하철 9호선은 엄청난 예산을 낭비한 사업으로 낙인찍혔다. 경실련은 서울시 지하철 9호선 설계비로 준비단계에서 760억6000만 원, 공사발주단계에서 696억1460만 원이 소요되었으나 '재설계방침'에 따라 79억 원이 지급되어 설계비만 총 1537억7460만 원이 소요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또한 이 과정에서 설계비만 858억2000만 원의 예산이 낭비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 측은 준비단계의 설계예산은 9, 10, 11, 12호선의 총 비용이며 9호선에는 203억 원이 소요되었고 공사발주단계의 설계비용은 417억 원으로 경실련의 858억 원 예산 낭비는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이렇게 시민들의 혈세가 투자된 사업에 입찰해 한 몫씩 챙긴 사업체들이 대우, 동부, 삼성, 현대, 두산, 쌍용 등 재벌 건설사들이었다. 특히 대우와 동부건설은 2011년부터 KTX 민영화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준비해왔던 사업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사업진행과정에서 대주주가 변한 일이다.

'형님' 아들 위해 9호선 대주주 다국적기업에 넘겼나?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해에 지하철 9호선의 맥쿼리한국인프라가 2대 대주주로 등극한다. 1대 주주인 로템과의 지분차이는 불과 0.47%다. 2008년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따라 추진됐던 인천공항 매각추진 과정에서 매각주체 0순위로 거론 됐던 회사가 다국적기업 맥쿼리 금융그룹이었다. 맥쿼리IMM자산운영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아들 이지형씨라는 사실 때문에 인천공항 매각추진이 친인척에 국가기간산업을 팔아넘기는 특혜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났던 일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국민적 관심대상에서 멀어져있던 지하철 9호선은 맥쿼리사가 슬그머니 대주주로 자리를 잡았다. 토건재벌에 엄청난 이익을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외국자본에 기간산업을 넘겨 시민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일이 소리 소문 없이 진행된 것이다.

국토부는 KTX 민영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지하철 9호선이 경쟁을 통해 공기업이 운영하는 다른 지하철에 비해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민간경영기법을 도입해 직행전동차의 운행 등 기존 공기업이 하지 못하는 창의적 경영을 이루어 내고 있고 최소한의 고용으로 인건비 절감액도 상당하다고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직행전동차는 민간기업이 운영해서 도입된 것이 아니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기존 지하철 노선의 용량한계를 완화하고 이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오래전부터 제시된 대안이었다. 그러나 건설된 지 30년 이상 된 노선에 직행열차도입을 위한 대피선 공사를 할 경우 예산 등의 문제에 부딪혀 신규로 건설되는 지하철에 도입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 9호선에 도입된 것이다.

인력의 효율화도 다른 시각으로 봐야한다. 이윤을 최고의 목적으로 하다 보니 소요인력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직원을 배치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따른 고용창출이나 시민의 안전 같은 것은 아예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이용시민은 민영화된 노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더라도 일산에서 출근하는 시민이 900원을 아끼기 위해 환승할인이 안 되는 여의도역 9호선에 바로 타지 않고 10분이나 돌아서 5호선을 통해 9호선을 이용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시민들은 9호선의 환승을 피하기 위해 도보로 한 두 정거장을 걷기도 한다는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이것이 국토부가 말하는 시민편의와 민간경영 효율화의 진면목인가?

9호선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경기도와 국토해양부로부터 환승 할인으로 발생하는 손실분을 0원도 보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다른 노선은 관계기관으로부터 손실액을 보전 받고 있고, 9호선을 뺀 나머지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손실이 생겨도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결국 이 말은 시민들이 주인인 공기업이 지하철을 운행할 때 시민들의 편익이 높아진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서울시와 지하철 9호선, 국토해양부는 서로의 탓만 하고 있고 모든 불편은 시민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는 실정이다.

민영화 결과는 9호선 요금 인상

게다가 지하철 9호선은 대놓고 지하철요금 추가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2월 25일을 기해 일제히 인상된 서울시 교통요금에 더해 손실분을 보전하기 위한 요금인상을 하겠다며 공지를 하고 있다.

▲ 민간 투자 사업업으로 운영하는 지하철 9호선은 "민자철도의 특수상황 때문에 운임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홈페이지 화면 캡쳐

BTO 방식에서 부풀린 수요예측을 통해 투자사의 이익을 보장하는 해괴한 장치인 최소운영수익보장방침에 따라 이미 2011년 시 보조금으로 322억 원을 챙겨간 지하철 9호선은 누적적자가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러 별도의 추가운임을 반영할 계획임을 알리고 있다. 국토부가 말한 경쟁을 통한 효율화의 결과가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며 시민들에게 돈을 더 내야 한다고 우기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소유하지 못하면 통제하지 못한다. 이미 외국자본과 재벌이 장악한 기관이 시민 편익이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것은 거짓이라는 것이 속속 증명되고 있다. 지하철 9호선은 서울시메트로9호선(주)과 서울9호선운영(주)으로 나뉜 2원적 체제인데 서울9호선운영(주)의 CEO는 베올리아사에서 파견한 마흐슬랑 다루 씨이고, 서울시메트로9호선(주) CEO는 정연국 씨로 이명박 대통령의 주요 인사 등용처인 고대라인이다. 지하철 9호선의 2대 대주주중 하나가 맥쿼리사이고 운영자는 베올리아사이다. 맥쿼리사는 인천공항고속도로, 인천대교, 서울-춘천 고속도로, 용인-서울고속도로, 우면산터널, 수정산터널, 광주제2순환도로 등 국내의 다수 사회간접자본에 대주주나 운영자로 참여하고 있다. 베올리아사는 상수도 사업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프랑스계 초국적 기업이다.

특히 베올리아사는 2001년 한국 법인을 설립한 이후 2005년부터 인천시로부터 송도·만수 하수종말처리시설을 20년 계약으로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인천시민 중 33만 명이 이 하수처리시설을 이용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38억 원의 순익을 올렸다. 인천시는 2006년 한국에서 최초로 외국계 물 기업인 베올리아와 상수도 사업 관련 양해각서를 맺었다. 이처럼 맥쿼리와 베올리아는 한국의 사회간접자본을 다방면에서 잠식해 나가고 있다. 민영화가 효율적인 사회적 대안으로 여겨지는 한국은 이들 다국적 기업에게 천혜의 투자처요 이윤확보 공간인 것이다.

KTX 민영화, 철도 주요간선망 몽땅 내주는 결과 초래할 것

KTX 민영화의 모델은 지하철 9호선이지만 정부의 정책대로 KTX 민영화가 추진된다면 그 파급력은 지하철 9호선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한미FTA협정에서 그나마 독점권을 인정받은 2005년 7월 1일 이전 건설된 노선에 대해서도 아무 문제없이 외국자본이나 재벌에게 자발적으로 헌납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서-평택간의 노선을 빌미로 민간경쟁체제도입을 이야기하지만 이 노선이 결국은 경부선과 호남선을 통해 부산과 목포 광주로 연결된다. 부산까지의 고속신선은 이미 한국철도의 독점적 관할 노선이지만 민영화가 추진되고 민간업체에 지하철 9호선처럼 나중에 외국자본이 참여하게 될 경우 국토의 주요간선망을 몽땅 내주게 되는 결과가 된다. 정부가 국가의 기간교통망을 팔아넘기기에 안달이 난 모양새다.

지금 한국 정부는 누구의 정부인가? 국민의 정부인가? 외국투기자본과 재벌의 대리인인가?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인 공공부문이 무너지는 만큼 시민들의 삶은 더 황폐화될 것이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부라면 전 사회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진행을 멈추지 않고 있는 KTX민영화 정책을 하루 속히 철회해야 할 것이다.

* 참고로 필자는 운수노동정책연구소에서 사회공공연구소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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