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위원장은 27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제 모든 육체적 정신적 정력을 소진했기에 표표히 떠나고자 한다"고 강조하고 "저의 퇴임이 방통위에 대한 외부의 편견과 오해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연초부터 제 부하 직원이 금품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며 비리 의혹이 그의 사퇴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짐작케 했다. 그는 그러나 "부하직원에 대해선 지금까지 별다른 혐의가 나오지 않았다"며 "소문을 진실보다 더 그럴듯하게 착각하게 만든다"고 자신의 결백을 간접적으로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4년간의 방통위 정책과 여러 가지 제도개혁들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 분들도 계실 것"이라며 "방통위원장으로서 취했던 저의 선택과 결단에 대한 궁극적인 평가는 국민들과 역사에 맡기겠다"고 말해 자신의 떳떳함을 강조했다.
그간 기자들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하던 최 위원장은 그러나 이날은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의 측근 비리와 관련한 보도 태도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듯 그는 '사퇴의 결정적인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대해 "(작성해 배포한) 고별사에 모든 게 다 함축돼 있다"며 "여러분들의 풍부한 상상력으로 해석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돈 봉투 의혹을 시인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는 최시중 방통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최 위원장은 현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이자 출범과 함께 지금까지 직제를 유지해, 행정부 역사상 최장수, 최고령 국무위원이다.
최 위원장은 미디어법 통과에 큰 역할을 해 종합편성채널 출범을 주도했고, KBS·MBC·YTN 등 방송사에 이른바 '낙하산 인사' 논란을 낳는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 위원장은 특히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들어 잇따라 터지는 측근 비리로 궁지에 몰렸다. 최 위원장은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이 EBS 신사옥 건립 후보지였던 서울 서초구 우면동 한국교육개발원 터와 건물을 사들이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김 이사장이 EBS 이사가 되는 과정에서 그에게 수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에도 휩싸였다.
그의 '양아들'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관이 이른바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추문은 그의 퇴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에는 최 위원장이 정 전 보좌관을 통해 2009년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이후 문방위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500만 원이 든 돈 봉투를 뿌렸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현재 정 전 보좌관은 해외 도피 중이다.
최 위원장의 전격적인 사퇴는 지난해 말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이명박 정권 몰락에 결정적인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상득 의원까지 흔들리는 와중에다, 민심 이반 현상은 한나라당 내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로 표출되는 지경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언론노조와 조중동방송퇴출무한행동은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에 관련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검찰이 그 동안 제 역할만 했어도 최 위원장은 이미 구속돼야 마땅하고, 의회가 제 기능을 했다면 이미 그는 방통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어야 맞다"며 "'경멸받아야 마땅한 쓰레기'가 돈 봉투를 이용해 온 나라를 오염시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해외에 도피 중인 정용욱 전 비서관에 대한 수사와 더불어 미디어법 처리 당시 한나라당 문방위 의원 전원에 대한 수사도 필요하다고 검찰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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