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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유니폼 입은 윤지웅, 그에 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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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LG 유니폼 입은 윤지웅, 그에 관한 오해와 진실

[야구라의 그린라이트] "경찰청 입대, 구단 도움 받은 것"

<프레시안>이 야구 전문 팀 블로그 '야구라'에서 활동하는 칼럼니스트 손윤과 배지헌의 야구 칼럼을 연재합니다. '야구라(http://yagoo.tistory.com/)'는 야구를 좋아하는 누리꾼들이 뭉친 팀 블로그로, 적잖은 야구 전문 기자들이 이곳을 통해 데뷔 했습니다. 손윤과 배지헌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야구라를 지키고 있는 블로거들로, 현재 포털사이트 '네이트' 등에 야구를 보는 색다른 시각을 활발히 전하고 있습니다. 두 블로거는 <프레시안>에 매주 번갈아 가며 깊이 있는 야구 칼럼을 독자 여러분께 소개해드립니다. 편집자.

지난 6일 윤지웅은 FA(프리에이전트) 이택근의 보상선수로 LG 유니폼을 입게 됐다. 2012 신인지명회의에서 넥센에 1라운드(전체 3순위) 지명을 받은 윤지웅이 보호선수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뜻밖이었다. 윤지웅이 오는 28일 경찰청에 입대하기 때문에 넥센은 LG가 선택하지 않으리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찰청 입대와 관련해 윤지웅 혼자서 알아봤다든지 LG가 연기를 요청했다는 뜬소문이 돌아 논란이 됐다. 윤지웅을 만나 LG, 그리고 넥센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들어봤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어떤 느낌인가?

솔직히 말해서 후회가 많이 남는다. 단 한 번도 내가 만족하는 공을 던진 적이 없으니까. 주변에서는 신인치고는 잘했다고 격려해주지만 왼손 타자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해 프로에 들어온 게 아니기도 하고. 한때 속구 구속이 시속 130km 초중반밖에 안 나오는 것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대학 시절 슬라이더 구속을 속구라고 던지는 게 창피했다.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됐다. 모교(동의대) 심리학과 교수님을 찾아가서 상담을 받은 적도 있다.

-교수님이 뭐라고 하던가?

▲LG에 가게 된 기분은? "오묘했다." ⓒ손윤
지금은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처음부터 잘한 선수는 내림세도 빨리 찾아오고 슬럼프 기간도 아주 길지만 나같이 조금 힘들게 시작한 선수는 더 발전 가능성이 크다며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해주셨다. 그래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시즌이 끝나고 어떻게 지냈나?

모교(동의대)에서 계속해서 운동하고 있다. 이상번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신다. 여기서 어느 정도 밸런스를 되찾아 경찰청에 가서 잘 가다듬으면 2년 후에는 더 좋은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은 오해가 풀렸지만 경찰청에 가는 걸 혼자 다 알아봤다는 소문도 있었다.

아니다. 절대 아니다. 어떻게 내 혼자서 다 알아보고 경찰청에 들어갈 수 있겠나!

-그렇다면 어떻게 경찰청에 들어가게 됐나?

시즌 막판에 매니저님이 군대 갈 생각이 있느냐고 물으셨다. 며칠 생각해보고 가겠다고 말하니까 서류는 언제까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셨다. 그래서 경찰청에서 테스트를 받고 합격한 거다.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히지만 구단에서 다 도와줬다.

-LG에 보상선수로 간다는 말은 언제 들었나?

이게 좀 웃긴다. 동의대에서 후배랑 캐치볼하고 옷 갈아입으러 들어왔는데 휴대전화를 확인한 후배가 갑자기 "형, LG에 가게 됐네요!"라고 하는 거다. 그래서 "장난 치냐! 내 휴대전화에 폭풍문자가 와 있으면 믿을 게"라고 말하고 휴대전화를 보니까 문자가 스물 몇 개가 와 있는 거다. 부재중 전화도 30여 통 왔고. 문자를 확인하는데 첫 문자가 김진철 운영팀장님으로부터 온 거였다. 'LG에 온 것 축하한다. 문자 보면 전화 한 통 해라'고.

-LG에 가게 된 것을 알았을 때 기분은 어땠나? 함박웃음을 지었다는 말도 있었다.

전혀 아니다. 오묘했다. 넥센보다 재정적으로 넉넉한 LG에 가게 됐으니까 축하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가 않았다. 월급 꼬박꼬박 나왔고 1년간 정도 많이 들었는데 헤어진다고 생각하니까 코끝이 찡했다.

-넥센에서 보호선수에 포함 안 해준 게 섭섭하지 않았나?

섭섭한 건 전혀 없었다. 내가 잘했으면 보호선수에 넣었을 건데 내가 못했으니까 안 들어간 거잖나. 내가 더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아쉬움밖에 없다. 그래서 시즌 끝나고 나서 훈련 열심히 하는 거다. 대부분 사람이 윤지웅이라는 선수를 아는 건 넥센에서 던진 게 전부다. 내가 어떤 선수인지를 제대로 어필하지 못했는데 경찰청에서 열심히 해서 돌아왔을 때는 더 발전된 윤지웅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지난 2010년 8월 1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1 신인선수 지명회의에서 윤지웅은 전체 3순위로 넥센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약 1년 만에 그는 다시 새 팀으로 가게 됐다. 이처럼 높은 순위에 지명된 선수가 보호대상 선수가 아니라는 점은 야구 팬들 사이에서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연합

-LG 구단과 직접 만난 것은 언제인가?

보상 선수로 가게 된 게 결정된 다음 날이다.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가서 사장님이랑 단장님, 프런트, 코치님들한테 인사를 드렸다. 또 유니폼 입은 사진도 찍고.

-근데 LG에서 경찰청에 가는 걸 미뤄달라고 요구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군대에 가기로 한 것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셔서 "가기로 한 거니까 갔다 오겠습니다. 그래야 저도 마음이 더 편할 것 같습니다. 다녀와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니까 "잘 알겠다"고 말씀해주셨고. 이게 전부다. 다른 많은 얘기를 나누다가 나온 말이었다. 별 뜻 없이 나온 거다.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LG 유니폼을 입어본 느낌은 어땠나?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재질이 다르더라. 아주 부드러웠다. 또 내가 흰색을 좋아하는데, 그래서 넥센 때도 홈 유니폼을 좋아했고, (웃으면서) 나랑 유니폼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교롭게도 프로 데뷔 첫 승을 LG전에서 올렸다.

더 웃긴 게 있다. LG를 상대로는 무실점이다. 평균자책점 '0'.

-LG팬한테는 상당히 얄미웠을 것 같다. 왜냐하면 다른 팀한테는 점수를 주면서 LG한테는 안 줬으니까.

나도 몰랐는데 뜻밖에도 그렇더라. 경찰청에서 돌아왔을 때는 LG가 아닌 다른 구단한테 점수를 안 주는 투수가 되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넥센팬들은 많이 섭섭한 말이겠지만 어느 LG팬은 벌써 내 이름을 가지고 원래 LG에 올 선수였다고 말하더라.

-무슨 말인가?

내 이름이 윤지웅이잖아. (웃으면) 이걸 윤G웅이라며.

-LG는 아주 열성적인 팬들이 많다.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 팬들이 있으니까 프로야구 선수 윤지웅도 존재하는 거니까. 또 내 연봉도 어떤 의미에서는 팬들이 주는 거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내가 잘해서 LG팬들이 더 많이 야구장에 왔으면 좋겠다.

-넥센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1군에선 3개월밖에 안 되지만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제가 한 것보다 더 많이 사랑해주셨는데 이렇게 헤어지게 되어서, 물론 그라운드에선 만나겠지만, 마음이 아픕니다. LG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섰을 때도 응원 많이 해주세요.

-LG팬들에게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경찰청에 다녀와서 좋은 모습 보여서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입장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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