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걱정이 무엇이냐?' 23개국에 물었더니…

'일자리 걱정' 2년 사이에 6배로 급증…부패·가난 이어 3위

세계인들의 '걱정거리'를 묻는 연례 설문에서 실업에 대한 우려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현지시간) <BBC>는 여론조사기관 글로브스캔에 의뢰해 지난 8~9월 세계 23개국 1만1000명을 대상으로 연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패와 가난에 이어 실업 문제가 가장 많은 등장한 대화 주제였다고 보도했다.

지난 1년 동안 지인이나 가족과 나눴던 고민을 묻는 이 설문에서 실업 문제가 차지한 비율은 18%였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시작된 이후 실시된 2009년 설문보다 무려 6배나 늘어난 수치다. 부패와 가난 문제를 고민했다는 응답은 각각 25%, 20%를 차지했지만 이러한 주제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항상 제기되어 온 점을 감안하면 경제위기 이후 실업이 핵심 고민거리로 떠오른 셈이다.

실업에 대한 우려의 정도는 나라와 지역에 따라 달랐다. 유로존의 대표적인 취약 국가로 청년실업률이 40%에 육박하는 스페인에서는 실업이 가장 문제라고 응답한 이들이 54%에 달해 지난해보다 약 14%포인트 증가했다. 가나, 멕시코, 나이지리아, 터키 등에서도 걱정거리로 실업을 꼽은 이들이 33% 이상이었다.

일각에서는 일자리에 대한 우려가 현재 유로존의 재정 위기나 주요 선진국의 경기 둔화와 연결되어 있다고 보지만 이러한 추측이 확실하지는 않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 설문조사가 처음 시작됐던 2009년에는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등 전 세계 경제가 더 출렁거리는 상황이었지만 당시에는 실업이 큰 우려사항으로 부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실업율이 20%를 훌쩍 넘긴 스페인의 한 중년 여성이 바르셀로나의 상점 앞에서 구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국민들이 각각 걱정하는 주제도 조금씩 차이가 났다. 미국, 프랑스와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세계 경제의 상태가 주된 화제였다. 반면 나이지리아 터키, 인도, 페루 등 개발도상국에서는 부패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또한 중국, 러시아, 케냐, 필리핀 등 신흥국에서는 식료품·에너비 비용 상승 등 물가에 대한 우려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신흥국인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에서는 범죄가 폭력에 대한 우려가 다른 주제를 앞섰다.

또 선진국 국민들은 기후 변화가 초래할 장기적 위협에 대해 개도국 국민들보다 좀 더 우려하고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의 정도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설문에서 기후 변화를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은 나라는 10개국이었지만 올해는 독일과 영국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