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선거에서 제기된 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평소 SNS에 친숙하다고 자평한 메드베데프가 시위대들이 많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으로 '진화'에 나선 것이다.
메드베데프는 "국민들은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권리가 있고, 어제(10일 집회에서) 그 권리를 행사했다"라며 "시위대들이 외치는 슬로건이나 발언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선거법 준수와 관련한 각 투표소의 모든 보고서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시위대들의 '슬로건'인 선거 재실시 요구는 수용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이번 조사가 어떤 기관에 의해 언제까지 진행될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지난 10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만 약 5만 명이 모여 부정 선거에 항의한 시위대들은 메드베데프의 이러한 발언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현지시각으로 11일 오후 10시 기준 메드베데프의 페이스북에는 '한심한 거짓말쟁이', '정직한 선거를 치르라는 슬로건에 동의 안한다고?' 등 그의 발언을 비판하는 댓글 수천 개가 달린 상태다.
한 이용자는 "농담하나? 선거는 없었다! 선거 조작만이 있었을 뿐!"이라고 썼고, 다른 이용자도 "이런 글은 '현실과의 격리'라고 칭해야 한다. 당신은 정신과 의사를 찾을 필요가 있다"라고 비아냥댔다.
러시아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는 현지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메드베데프의 페이스북 글은 엉터리라며 그런 내용으로는 누구도 설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넴초프 전 부총리는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 안에서 국민으로서의 자존감이 눈을 떴다"며 "2011년 12월10일은 우리 역사에서 시민사회가 회복된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11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약 5만 명의 시위대가 모여 지난 4일 치러진 러시아 하원 선거 주정을 비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가디언>은 이날 메드베데프 정권이 새롭게 등장한 이번 시위를 받아들이려고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대선을 노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역시 대변인을 통해 "시위대의 관점을 존중한다. 우리는 국민의 말을 듣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들을 것"이라고 밝혀 시위대와 정면으로 각을 세우는 것을 피하려는 분위기다.
러시아 관영 방송도 하원 선거 이후 일주일간의 '침묵'을 깨고 이례적으로 이날 시위를 보도해 이러한 정부의 분위기에 편승했다. 하지만 여당 통합러시아당의 일부 의원들은 푸틴을 지지하는 국민들도 여전히 많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11일 푸틴이 집권하던 2000~08년 사이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하면서 형성된 중산층이 이제는 정치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는 계급으로 출현했다며 이들이 자신들의 삶의 질에 비해 부패가 만연한 러시아의 정치 현실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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