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시위의 진앙지인 뉴욕 월스트리트의 시위대들은 때이른 한파로 고통을 겪고 있다. 29일 강풍과 폭설을 동반한 한파가 몰아치면서 주코티 공원의 시위대 캠프가 무너져 내렸다. 뉴욕 경찰이 난방에 필요한 가스통과 휴대용 발전기를 압수하면서 시위대들은 추위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따라 시위의 동력이 상실할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의 워싱턴 DC 지부장 에드워드 루스는 이미 시위대가 일부 공화당 지지자들을 포함한 미국인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어 그 위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루스는 30일 칼럼에서 보수 진영의 티파티가 미 정부의 부채 문제를 부각시켰던 것처럼 월가 시위는 일자리와 경제적 불평등을 주요 논쟁점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또 공화당 대선주자들조차 최근 이들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내년 대선을 앞두고 티파티와 월가 시위가 국가적 논쟁의 이념적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원문 보기)
미국이 시위대를 수용한 이유
2009년 봄 티파티가 출범했을 때 미 정치권은 재빨리 이 운동의 의미를 규정했다. 민주당은 티파티가 보수적인 백만장자들이 연출한 가짜 포퓰리즘이며 세금 반대를 위한 '꾸며낸 시민운동'(astroturf)이라고 묘사했다. 공화당은 티파티를 미 정부의 금융 구제 정책에 반대하는 진정한 저항으로 봤다. 양측의 주장은 부분적으로만 맞았다. 티파티가 '미국을 되찾자'라는 구호를 앞세워 지난해 중간선거 이후 지금까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타격을 가할 것임을 양당은 예측하지 못했다.
티파티와 월가 시위는 닮은 점보다 차이점이 더 크다. 그러나 월가 시위대는 미국 여론의 이념적 지형에 대해 유익한 판별법을 제공한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월가 시위의 지속성은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뉴욕에는 이미 지난 주말 일시적인 한파가 닥쳤다.
월가 점령 시위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돼 티파티처럼 시위에서 운동으로 전환되든 그렇지 못하든 '규정짓기' 싸움은 중요하다. 빌 오라일리 <폭스뉴스> 앵커는 피자 체인점 최고경영자(CEO) 출신이자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허먼 케인에게 대부분의 보수주의자들이 월가 시위대를 '극단적인 히피 무리'와 '오합지졸 무정부주의자'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필자가 백악관에서 세 블록 떨어진 맥퍼슨 스퀘어의 'DC를 점령하라' 시위대를 관찰한 바에 따르면 시위의 일관성이 시위대의 최우선 과제는 아닌 것 같다. 한 시위 참가자는 1970년대 독일의 과격 좌익단체인 바더-마인호프단(團)에 관한 책을 읽고 있었다. 반면에 비폭력의 상징인 간디나 마틴 루터 킹의 사진들도 보였다.
반대로 초당적 협력을 위한 10개월간의 성과없는 노력 이후 오바마 대통령에게 절반의 지지를 보내는 좌파들은 월가 시위가 1%와 99% 사이 간격의 중심부에서 켜져가는 갈망을 포착하고 있다고 본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조차도 그들의 좌절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아마도 버냉키는 시위 현장에 걸려 있는 현수막 한 두 개를 감탄하며 바라볼지 모른다. 눈에 띄는 현수막 중 하나는 신성함과 불경함이 혼합된 것이다. "기회주의적인 물가 억제 정책을 저지하자. 그것이 이중 임무(dual mandate)다!"
그 현수막은 물가 억제와 완전고용이라는 연준의 목표를 인용했다. (물가 억제와 완전 고용은 동시에 달성하기 힘든 목표이기 때문에 이중 임무(dual mandate)라고 불린다. <편집자>) 이는 연준이 경기를 살리고 고용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은 극단적 조치를 고려해야 할지를 놓고 일관된 입장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김지연 |
이 구호는 또한 보다 중요한 사실을 포착했다. 교육 수준이 높은 젊은 세대가 시위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1990년대 문화 투쟁, 1960년대 시민권과 반전을 위한 운동을 벌였던 앞의 세대와 달리 오늘날 좌파 청년들은 대부분 경제에 집중하고 있다. 많은 미국인들은 그들에게 혐오감보다는 동정을 보내는 것 같다.
지난 주 미 주간지 <내셔널 저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가 월가 시위대의 '목표'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더 많은 응답자들이 백만장자들에게 5%의 세금을 추가로 걷는 것을 지지했다.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400명이 하위 1억5000만 명보다 재산이 더 많다는 사실은 이제 다 알고 있다. 게다가 사실이기도 하다. 흥미롭게도 '버핏세'에 대한 지지도는 오바마가 그걸 실제로 제안하자 급격히 감소했다.
시위대들은 그들이 싸울 상대로 미 의회보다는 월스트리트를 선택함으로써 상징성을 극대화했다. 티파티가 정부의 관심을 정부 지출 감축으로 돌리게 했다면, 월가 시위대들은 일자리 위기를 주요 논쟁 주제로 되돌려놓았다.
자신이 공화당원이라고 밝힌 이들의 3분의 1 이상이 월가 시위의 '목적'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쉽게 말하자면, 당신이 민주당 지지 주(州)에 살건 공화당 지지 주에 살건 미국 국민들은 그들의 금융(또는 정치) 엘리트를 매우 비난하고 있다.
3주 전 미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이자 보수진영의 '젊은 피'라고 자처하는 에릭 캔터 하원의원은 월가 시위대를 '무리'(mob)라고 비하했다. 그러나 그는 이후 자신이 99%의 우려에 무관심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애썼다.
지난주 시위대들은 빈곤 상태의 한 9살 소녀의 공포를 부각시키려는 캔터 의원의 연설을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캔터는 <폴리티코>에 보낸 기고문에서 "난 그 아이가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는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믿는다"라며 "그 소녀는 모두에게 규칙이 공평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한 말은 캔터와 오바마가 올해 초 정부 재정 문제를 놓고 지저분한 논쟁을 벌일 때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가변적이다. 지도자들은 대중들의 예상하지 못한 행보에 맞춰 가지 못한다. 기록적인 숫자의 미국인들이 그들의 경제에 비관적이며 정치 시스템은 고장났다고 말한다. 거리 시위대의 정치에 대한 평균적인 인내심에 비해 그들은 자신들의 비관에 맞춰 인내심을 키운 것 같다.
변동성도 심해진다. 몇 달 전 2012년 대선 논쟁은 어떤 후보가 재정 정책에 대해 최소한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는가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그러한 국면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것들이 추가됐다. 꾸준한 지지를 얻고 있는, 그리고 최소한 다른 공화당 대선주자같지는 않은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월가 시위 초기 그들이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후 그는 "난 99%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라며 "난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월가 시위대들은 이미 국가적 논쟁의 균형을 다시 맞췄다. 티파티와 월가 시위가 선두에 설 2012년의 거대한 논쟁에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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