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 [The Rip Tide] ⓒ강앤뮤직 |
고란 브레고비치(Goran Bregovic) 대신 자끄 브렐(Jacques Brel), 세르주 갱스부르(Serge Gainsbourg), 이브 몽땅(Yve Montand) 등 보다 낭만적인 프랑스·벨기에의 정서를 담은 두 번째 앨범 [The Flying Cub]에서도 특유의 (나이를 짐작치 못하게 하는) 중후한 음성과 트럼펫 연주로 평단의 환호를 끌어낸 잭 콘돈은, 올해 하반기를 뒤흔든 세 번째 앨범 [The Rip Tide]로 보다 단단해진 내면을 드러냈다.
자신의 레이블 폼페이(Pompeii)에서 낸 두 번째 앨범이 되는 [The Rip Tide]에는 신스팝의 냄새가 희미하게 남아있고(Santa Fe),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처연함과 애수는 상당부분 절제됐다. 동유럽과 서유럽을 거쳐 온 청년이 이제 조국의 유산인 팝송의 흔적을 빌려 자신의 고향(Santa Fe)을 노래한 이 앨범은 전작들에 비해 더 편안하게 소화 가능하다.
트럼펫과 우쿨렐레 등으로 대표되는 그의 다양한 악기 배치는 변함없지만, 전작들에 비해 감정의 변화 폭은 더 줄어들었다. <A Candle's Fire>는 (악기가 중심 테마이며, 보컬은 악기를 뒷받침해주는데 머무는) 베이루트 음악의 전형성을 보여주지만, <Santa Fe>, <East Harlem> 등은 보다 전형적인 팝송이다.
<피치포크>가 "편곡자, 송라이터로서의 발전"이라고 평가한 이런 변화는 영미권 팝 외에는 익숙지 못한 이들에게 부담스러울 정도였던 전작들의 이국적 요소를 청자들이 보다 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장치가 됐다. 앨범 전반을 휘감는 '약간의' 우울함과 환각성은 안정적 편곡과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이 중후한 목소리의 앳된 청년은 에이즈 퇴치를 위한 비영리단체 'Red Hot Organization'이 발표한 컴필레이션 앨범 [Dark Was The Night]에서 확인됐듯, 내셔널(The National),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 그리즐리 베어(Grizzly Bear), 북스(The Books) 등 인디음악계의 슈퍼스타들과 이미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앨범에 대한 <뉴욕타임스> 등 주류 매체와 평단의 관심은 그간 빠른 속도로 상승하던 그가 이제는 서서히 안정된 궤도에 진입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확신에 찬 소년이 흔들리지 않는 어른으로 성장한 순간을 고스란히 포착한 명작이다.
들어보시라 : 인디팝 탐색자, 에밀 쿠스트리차의 팬, 가을 타는 모든 이 아마도 별로일 걸 : 버블팝 애호가, "음악이란 자고로…" 정의하는 자 |
MC 메타 & DJ 렉스 [DJ And MC]
▲메타와 렉스 [DJ And MC] ⓒ베이직 엔터테인먼트 |
국내 힙합 커뮤니티에 대한 두 노장의 생각이 자유롭게 늘어선 이 앨범의 타깃은 명확하게 자본을 겨냥하고 있다. 논란이 된 <무까끼하이>뿐만 아니라 <디제이와 엠씨>, <귀로>, <직언> 등 앨범을 대표하는 곡들 대부분에서 MC 메타는 자본에 휘둘리는 언더그라운드 힙합신에 대한 비판과 감상을 풀어놓았다.
이런 경직된 태도는 적잖은 젊은 음악팬들에게는 일견 당황스러울 수 있다. (어떤 이유로든) 대중음악이 뿌리를 내린 사회에 대한 관심을 직설로 내뱉는 건 어느 사이엔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찾기 힘들어졌다. 상당수의 정치적 음악인은 다큐멘터리 <사운드 라이크 레볼루션>에서 확인 가능하듯 '언더그라운드의 언더그라운드'로 가라앉은지 오래다.
최근 힙합 트렌드와는 어울리지 않는 복고적 스크래칭과 (태도가) 헤비한 라임이 무려 열여섯 곡에 포진한 [DJ And MC]에 젊은 힙합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한 이유다.
그러나 이런 우려를 제외한다면, 앨범에 실린 오리지널 곡들의 수준은 근래 나온 힙합 음반 중 가히 최고 수준이다. MC 메타의 래핑은 <무슨 일이야?>처럼 나긋나긋한 랩에서 상대적으로 힘이 떨어지지만 <메타와 렉스>, <귀로>, <발진> 등에서 '국내 최고'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힘이 넘친다.
대개의 한글랩이 가진 큰 고민이 '미국식 라임에 지나치게 틀을 맞추느라 가사전달이 어렵다'는 점인데, 메타의 랩은 이런 점에서 가장 자유롭다. 특히 사투리로 만든 <무까끼하이>는 아예 다음 가리온의 앨범이나 MC 메타의 솔로앨범에서도 비슷한 콘셉트로 다시금 접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DJ 렉스의 사운드 프로듀싱은 복고와 현대를 자유롭게 오간다. 기타의 헤비한 리프에 큰 빚을 진 <발진>은 80년대 후반 헤비메탈과 힙합의 결합을 떠올릴만하고 <그 순간>은 동시대 메인스트림 힙합의 대중성과 맞닿아 있다.
이 앨범을 만든 두 명의 힙합 장인은 입을 모아 "신(scene)의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타협할 줄 모르는 정서는 이들 스스로에 대한 다짐으로 읽힌다. 대중음악 신의 크기의 문제인지 장담하긴 어렵지만, 이런 태도를 이들과 같은 소수의 음악인들 외에서는 찾기 힘들다는 게 안타깝다.
good : 모든 힙합 팬 bad : 주류가요'만' 듣는 이, 8090세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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