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메타와 DJ 렉스가 만든 프로젝트 밴드 '메타와 렉스'의 곡이 무더기로 방송심의 불가 판정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힙합이 상대적으로 주류가요보다 욕설에 자유롭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다'는 비판이다. 특히 문제가 된 <무까끼하이>는 경상도 방언을 두고 "일본어 느낌이 난다"는 이유만으로 방송불가 조치를 받았다.
경상도 사투리가 '일본어'?
19일 방송3사와 MC 메타, DJ 렉스에 따르면 이들이 오는 31일 발매 예정인 앨범에 수록된 다섯 곡 대부분이 지난 10일 심사에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KBS와 MBC는 전곡 방송 불가 판정을 내렸고, SBS는 <그 순간(Good Music)> 한 곡만 방송 허용했다. 이들이 공중파 방송과 라디오 등을 통해 곡을 홍보할 길이 사실상 막힌 셈이다.
특히 논란이 되는 곡은 돈만 좇는 음악시장 관계자들을 비판하는 올드스쿨 힙합 스타일 곡인 <무까끼하이(Yes Yes Y'all)>다. 이 곡은 대구 출신인 MC메타가 경상도 사투리로 모든 랩을 쓴 곡으로, 제목의 '무까끼하다'는 말은 '무식하게 밀어 붙인다'는 정도의 뜻을 담은 단어다.
이 곡에 대해 MBC와 SBS는 '비속어'를 이유로 방송불가 판정을 내렸고, 특히 KBS는 '일본어식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표준어에 밀려 점차 사라지는 지역 방언을 되살릴 의무를 지닌 방송사가 엉뚱한 이유를 들어 곡의 홍보를 막는다는 비판이 이는 이유다.
MC 메타는 "표준어뿐만 아니라 방언으로도 곡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 만든 노래인데, 우리말을 '일본어 같다'고 지적하니 당황스럽다"며 "차라리 '사투리가 욕설 같이 들린다'고 지적했다면 그나마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DJ 렉스는 "한 방송사 심의실에서는 직접 연락이 와 '네이버에 검색해봐도 (무까끼하다는 말이) 안 나온다더라"며 "국어에 관한 가장 권위있는 곳에서 포털에 의존한다는 것도 황당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번 앨범은 힙합을 보다 넓게 알리자는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 앨범이라 저작권자들은 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DJ 렉스는 "비주류에 머문 힙합을 좀 더 알리고자 애초에 심의를 염두에 두고 만든 앨범"이라며 "비속어를 최소화한 곡인데도 이런 판정을 받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심의 기준 자체에 의문
방송 심의 제도 자체를 비판하는 지적도 나온다. 비전문가들이 지나치게 자의적 기준으로 곡을 심사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KBS의 경우, 매주 수요일 열리는 가요심의위원회에서 국내외 곡들의 방송 여부를 심사한다. 위원회는 위원장(심의실장)과 아나운서국 산하 한국어연구부, 예능국, 라디오2국의 대표자들, 그리고 심의위원 3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이 매주 100여 곡을 심사해 곡의 방송 여부를 판단한다.
그런데 심의 기준을 보면 모호한 측면이 있다. 먼저 '부적격 곡'의 기준은 △국가의 존엄과 국민의 긍지를 손상할 우려가 있는 곡 △남녀의 정사장면을 연상케 하는 곡 △염세적이고 퇴폐적인 느낌을 주는 곡 △괴성이 섞이고 소란스러운 곡 △음정이 불안하고 가사 발음이 지나치게 거부감을 주며, 창법이 수준 미달인 곡 등이다.
해석에 따라 창의력 있는 신선한 표현이라 부를만한 곡도 방송을 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심지어 '부적격 가사'에는 차별적 요소까지 있다. △동성애를 직접적으로 묘사, 연상시키는 가사 △어법이나 철자법에 맞지 않거나 유치한 언어 등 바른 언어생활을 저해하는 가사는 방송 불합격 판정 요건이다. '동성애자의 인권을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f(x)의 <누에삐오>와 같이 동성애 논란, 가사 해석 논란을 일으킨 적잖은 노래가 아무 문제없이 방송을 탔음에도 이들의 곡은 방송을 타지 못했다는 점은 음악팬들의 비판을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심의위원회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요지가 많다는 얘기다.
MC 메타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의 기준이 강화돼, 창작자가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많은 음악인들이 방송을 아예 자신들과 상관 없는 분야로 지레 포기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MC 메타와 DJ 렉스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의 대표적 인물이다. MC 메타는 힙합듀오 가리온으로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상을 탄 래퍼이며, DJ 렉스는 90년대 초반부터 디제잉을 시작한 대표적 DJ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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