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 아이돌 스타 '하의실종' 금지령

공정위, 표준전속계약서에 학습권 보장·노출방지 내용 추가

소위 '하의실종'이라는 유행어로 대변되는 아이돌 가수들의 과도한 노출이 줄어들 전망이다.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해 스타들이 병원으로 향하는 '링거 투혼' 또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연예인의 표준전속계약서를 개정하면서, 기획사 소속 연예인의 과도한 노출을 방지할 조항을 삽입했다고 밝혔다. 또, 과도한 노동 역시 금지키로 했다.

공정위 "십대 아이돌 스타 옷 벗기지 마"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공정위는 표준전속계약서에 '아동·청소년의 보호' 조항을 신설했다. 신설된 내용을 보면, 우선 "갑(기획사)은 아동·청소년 연예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학습권, 인격권, 수면권, 휴식권, 자유선택권 등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

특히 공정위는 추가로 "갑은 아동·청소년 연예인에게 과도한 시간에 걸쳐서 대중문화예술용역을 제공하게 할 수 없다"고 명기했다.

어린 청소년 연예인들이 잦은 행사와 무대출연으로 인해 숙면도 취하지 못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계약서에 이를 명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기획사는 "연예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연예인의 연령을 확인하고 아동·청소년의 경우 영리 또는 흥행을 목적으로 과다노출 및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과도한 신체 노출로 십대 청소년 스타들이 성적 대상화되는 것 또한 방지키 위한 조항인 셈이다.

공정위가 십대 스타를 대상으로 한 특정한 계약서 표준을 제시한 이유는, 아이돌 스타 열풍이 확산되면서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하는 스타 가수들이 대폭 늘어난 현실과 무관치 않다.

카라의 강지영, 티아라의 지연, 투애니원의 공민지, 에프엑스(f(x))의 크리스탈 등 주요 인기 여성보컬그룹의 구성원 상당수가 십대 청소년이다.

▲십대스타의 과도한 노출과 무리한 스케줄로 인한 강행군에 대한 비판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뉴시스

왜 이런 조항 들어갔나

어찌 보면 공정위의 이런 지침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영리행위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대중문화는 기본적으로 창작자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항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스타의 과도한 노동 제한 역시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이제 수익을 내기 시작하는 아이돌 스타를 보유한 기획사 입장에서는 자유로운 영업 행위를 방해하는 공정위의 '빗장'으로 여길 수 있는 부분이다.

공정위는 그러나 "(아이돌 스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연 중 어린 청소년들의 과도한 노출이나 장기간 공연준비에 따른 학습권 침해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어린 나이의 스타가 계약 조항으로 인해 국민으로서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교육이행마저 어려울 정도로 노동해서는 안 됨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무리한 노동은 청소년기의 정상적인 발육에도 저해 요소가 될 수 있다. 또 십대 스타들의 과도한 노출은 십대를 성상품화한다는 문화계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연예인과 연예인지망생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청소년 연예인 성보호·근로권·학습권 실태분석' 자료를 보면, 응답자의 36%가 하루 8시간 이상 초과근무에 시달렸고, 41%는 야간노동 및 휴일노동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47.6%는 일주일에 반나절 이상 수업에 빠졌다고 응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의 10.2%는 특정 신체부위를 노출한 경험이 있었으며, 노출경험이 있는 십대 여성의 60%는 '강요에 의한 노출'이었다고 답했다. 기획사가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청소년을 성적대상화한 것임이 설문조사에서 드러났다.

또 십대 스타들의 9.1%는 연예활동을 하면서 애무, 포옹, 키스 등의 성적행위를 경험했고, 4.5%는 음담패설, 비속어, 성적 희롱, 유혹 등의 표현을 접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공정위의 이런 지침이 얼마나 큰 효과를 띌지는 미지수다. 공정위의 지침은 어디까지나 구속력이 없는 '모범답안'이라, 업계의 의지가 얼마나 반영되느냐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