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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지만 작은 사고?…난 철로에서 죽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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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지만 작은 사고?…난 철로에서 죽고 싶지 않다"

[기고] 대형 사고를 기다리는 한국철도

연간 10억 명이 탑승하고 하루에 약 300만 명이 이용하는 한국철도에 일이 났다. 지난 2월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크고 작은 사고는 잊을 만하면 줄기차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야?"라는 탄식과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제는 고속버스를 타야겠다"는 대책(?)도 나온다. 이런 이야기들에 대해 과도한 생각이라는 주장도 있다. "무슨 사고는, 무슨 사람이 다쳤습니까?" 사장이라는 책임자의 생각이다.

그렇다. 지난 수개월 간 발생한 일련의 사고에서 '사망한 승객'은 없다.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그래서 무시해도 된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왜냐하면 '하인리히 법칙'이 관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법칙이다. 실증연구를 통한 결과이다. 그 구체적인 비율도 제시되고 있다. 1:29:300이다. 물론 이는 산업재해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지만 현재에는 사회, 경제 많은 분야에서 차용되고 있다.

술술 새는 철도사고 통계

영국의 철도안전표준위원회(RSSB)에서 출간하고 있는 철도안전통계연보(ASPR)에 따르면 2009년 철도에서의 승객사고를 비율로 나타냈을 때 '사망:중상사고:경상사고'의 비율이 1:48:1053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비율이 1:1:1이다. 이것은 무슨 의미인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결과가 무수히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런 수준의 통계구조로 중대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인리히 법칙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철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미한 사고(?)'들은 바로 '대형사고'로 가고 있는 과정이라는 의미로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

▲ 2009년 6월 22일 저녁 미국 워싱턴DC 외곽에서 탈선 사고를 일으킨 지하철. ⓒ로이터=연합뉴스

대구지하철 참사 씻은 듯 잊은 한국철도

올 해는 대구지하철 참사 8주기가 되는 해다. 수백 명의 생목숨을 앗아간 당시 참사는 총체적 안전불감증 문제가 제기되면서 '준비된 인재'로 공히 인정되었다. 준비가 없어 당하게 되는 사고는 너무 당연한 것이다. 무차별적인 기관사 단독 운행, 플랫폼 등에서의 안전관리 담당 역무원의 부재, 거의 전무한 방화시스템…유감스럽게도 이런 문제들이 사실상 대형 사고를 기다린 상황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이후 반성으로 나온 것이 '철도안전법'이지만 법이 적용된 후 지금까지 사고가 현저히 줄어든 결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철도안전법에는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 문제로 제기되었던 내용 중 상당수가 누락되어 있다.

그렇다면 한국철도에서 이렇듯 우려할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지난 2009년 대규모로 감축된 인력과 무관하지 않다. 계속 선로는 늘어 가고 있는데, 그리고 앞으로 추가 개통될 노선은 줄줄이 늘어서 있는데 오히려 정원을 5000여 명이나 줄여버렸다. 만약 이 인력이 한꺼번에 빠졌다면 벌써 대형사고가 나고도 남았을 것이다.

올 해에도 2000여명의 인력을 줄이겠다는 것이 철도공사측 계획이다. 그래서 인력이 부족한 분야는 부족한대로 남아 있는 노동자들에게 업무부하를 가중시키고 그것도 어려우면 외주∙용역화시켜 철도안전을 준비되지 않은 저숙련 노동자들에게 맡기거나 이도저도 안 되면 차량 점검주기, 선로 점검 주기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렇게 진행되어 왔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사고들은 지난 2년여 간의 결과다. 현재의 계획대로 인력감축이 진행된다면 앞으로는 더 큰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과도한 이윤논리가 희생양을 찾는다

민영화 이후 상업주의 관리전략이 득세하면서 선로에 대한 보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수차례의 사고로 수백 명을 불귀의 객으로 만들고서야 정신을 차린 영국철도는 급기야 2002년 신자유주의를 버리고 재국유화됐다. 올 초 철도강국 독일에서도 베를린지하철이 차량정비 불량과 선로유지보수 부실 문제로 채 40%도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역시 민영화로 인한 인력감축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이 후유증은 향후 5년 이상 지속될 것이며 약 2조 원에 이르는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윤동기만이 존재하는 한 공공인프라에서 안전은 결코 담보될 수 없다는 선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철도는 멈추지 않는다. 나는 한국철도의 이윤논리 때문에 철로에서 죽고 싶지 않다. 국민들 중 이를 용인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루 300만 명의 목숨을 담보로 비용을 절감한 성과(?)는 어디로 갈까? 현재는 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분을 채우고 4대강 사업에 투자될 것이다. 지금 철도시설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사고를 우습게보지 말아야 한다. 안 그러면 한국철도는 대형 사고를 기다리는 괴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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