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단'이 18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청소노동자들의 근무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자원해서 모인 학생 및 시민 150여 명이 조사단을 구성해 지난 4월부터 5월 중순까지 98개 건물 165명에 대한 면접 설문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 항목은 고용형태 및 노동시간, 임금, 산업재해 여부, 휴게실 유무 등 40개로 구분했고 조사 대상도 기존에 주목받았던 대학·병원 이외에 문화예술기관, 교통기관, 관공서, 은행, 호텔 등 대형건물을 포함시켰다.
조사결과 165명의 93.2%는 용역직으로 고용되어 있었다. 여성과 남성 비율이 8.5 대 1.5에 가까웠지만 정규직으로 고용됐다고 응답한 5명 중 4명이 남성으로 오히려 비율이 반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도 여성이 평균 93만3193원(세후)인 반면 남성은 129만3666원으로 차이가 심해 성별 차이가 임금 수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응답자의 대다수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지만 본인이 계약서를 보관하고 있다는 이들은 27.1%에 그쳤다. 평균 계약기간이 13.4개월이었고 32.8%가 본인이나 동료의 해고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계약기간 종료나 업체 변경에 따른 해고 유형(13.9%)이 가장 많았지만 별 다른 이유없이 용역업체의 통보에 따른 해고(9.0%)나 정년을 단축했다며 잘린 경우(5.7%)도 있었다.
이들의 평균 근로시간은 8.7시간으로 법정 근로시간을 약간 초과했지만 이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시간(1시간)보다 더 긴 휴게시간(1시간 48분)으로 인한 착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류남미 공공운수노동조합 정책기획국장은 "홍익대 청소 노동자 투쟁에서 드러났듯 실제 휴식을 취하지 못하지만 상당수 용역업체가 계약서나 취업규칙에 휴게시간을 길게 명시하고 임금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실제 일하는 시간을 따져보면 법정 최저임금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수준에서 임금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응답자들의 평균 임금은 106만795원으로 여기에는 각종 법정수당과 연월차 휴가수당, 월할계산된 퇴직금까지 포함된 금액으로 실제 임금은 90만 원대에 머운다. 노조에 가입된 응답자들의 평균 임금은 129만5298원으로 나타나 노조 결성 및 단체협상이 임금 수준에 끼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법적 유급휴일이나 연월차 휴가를 보장 받지 못한 채 1년에 이틀 정도의 휴가만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5명 중 1명이 일하다 다친 경험이 있지만 산재보험 혜택은 받은 이는 그 중 절반에 불과했다. 응답자 대부분이 휴게실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지하실을 개조한 공간이 절반을 넘었고 샤워시설을 이용하는 노동자들은 3명중 1명 꼴이었다.
이번 실태조사에 참여했던 인권운동사랑방 회원 이지연 씨는 "홍대 청소 노동자 농성 당시 '어머님'들과 함께 했던 순간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실제 근무환경을 알아보고 싶어서 조사에 참여했다"며 "실태조사를 계기로 피해자 스스로 권리를 찾는 목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사회적으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다각도의 방법이 모색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캠페인단은 인터넷 블로그(www.babrose.net)를 통해 온라인 설문을 계속 진행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 청소 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안은 6월 4일 개최될 '2차 청소 노동자 대행진' 행사에서 발표된다. 이후 대국민 서명운동을 통해 당국에 휴게공간 보장 제도화 등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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