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런 수치의 근거가 어디인지 서울시는 확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내세운 수치에 실질적 근거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서울시가 상대적 빈곤층인 1~2인 가구에 맞는 주택을 공급할 계획은 세우지 않고, 고급주택 공급만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서울 주택 450만호 필요"
김효수 서울시 주택본부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의 인구가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1~2인 가구가 2030년까지 43%나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2030년까지 400만~450만 가구의 주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앞으로 20년 동안 매년 약 3만5000 가구를 신규 공급해야한다"며 "아파트만 고집하지 않고 저층주택 등 휴먼타운까지 두루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주거 형태가 보다 핵가족화함에 따라 주택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 20년간 70여만 가구의 추가 공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본부장이 밝힌 공급 계획은 이렇다. 개별적으로 민간 부문에서 1~2만여 호의 주택이 매년 개발되며, 정부가 도입한 도시형생활주택이 매년 1만5000가구가량 늘어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이란 지난 2009년 정부가 1인 가구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주거 형태로, 단지형(전용면적 85㎡ 이하)·원룸형(50㎡ 이하)·기숙사형(30㎡ 이하) 주택이다. 서울시는 역세권 공급 방침을 밝힌만큼, 이에 걸맞은 주거형태는 원룸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금까지 공급된 물량 대부분이 원룸형이다.
통계치 어디서 나왔나
주거형태가 바뀌면서 1인 가구 수요가 늘어나리라는 전망은 예전부터 제기돼 왔다. 문제는 서울시의 이런 정책판단 근거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는 점이다.
서울시 관계자들은 '3만여 가구 공급' 계획이 어떤 자료를 근거로 세워진 것이냐는 <프레시안> 질문에 각자 다른 대답을 내놨다.
주택정책팀 관계자는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주택에 집계되지 않는 고시원 거주자는 제외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다시금 "통계상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우리가 직접 조사한 게 아니고 인용조사를 하다 보니 실제와 다를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주택공급과는 또 다른 근거를 제시했다. 주택공급과 관계자는 "지난해 기자회견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 같다"면서도 "보다 자세한 사항은 확인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중요한 도시정책계획을 두고 책임부서들이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부서마다 각기 다른 근거자료를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우선 통계청의 지난해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시는 970만여 명의 인구가 351만여 호의 가구를 이루고 있다. 이 중 1인 가구는 84만여 호로, 전체의 24%가량이다. 5년 전에 비해 3.4%포인트, 10년 전에 비해서는 7.5%가량 늘어났다.
서울시 예측대로 앞으로 2030년까지 1인 가구가 지금보다 43% 늘어난다면, 이해 서울시의 1인 가구수는 120만여 호에 달한다. 서울시는 앞으로 서울의 인구 절대수는 큰 변동이 없으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예상되는 서울의 인구 1000만 명 중 1인 가구에 거주하지 않는 880만여 명이 3인 가구를 이뤄 산다고 치면 293만여 가구(880/3)가 필요하고, 이를 1인 가구와 더한다면 대략 413만여 호가 나온다.
이 43%의 추정치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의문이다. 일단 지난 10년 간의 변화에 비해 지나치게 그 속도가 빠르다. 전국의 1인 가구가 지난 2000년에서 2005년 사이 늘어난 비율이 43%다. 이를 단순 끼워 맞추기 식으로 들이댄 것 아니냐는 의문이 가능한 대목이다.
지난해 서울시의 보도자료를 근거로 통계치를 작성했다는 대목은 더욱 실소가 나온다. 서울시가 거론한 지난해 보도자료란 작년 12월 14일 서울시가 발표한 '2020년까지 1~2인용 소형주택 30만호 공급'이란 제목의 자료다.
이 자료에서 서울시는 오는 2020년까지 1~2인 가구가 30만 호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불과 10년이 더 지난 2030년에는 1~2인 가구가 이 두 배가 넘는 70만 가구로 늘어난다고 서울시가 예측한 셈이다. 이와 같은 증가속도는 자연적인 인구구조 변화로는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 ⓒ현대경제연구원 자료 인용 |
"1인 가구 빈곤하단 건 아는지 의문"
전문가들은 나아가, 서울시가 1인 가구의 실태에 맞는 정책을 준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1인 가구의 가구소득과 소비력이 3~4인 가구에 비해 매우 열악한데도, 이에 맞춤형 주택을 공급할 계획은 전혀 세워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서울시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8회 '서울서베이 사회상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시 1인 가구의 월평균소득은 190만 원이다. 이는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 2만5000달러(약 270만 원)는 물론, 서울시 조사 결과 나타난 베이비부머 가구의 월평균소득(391만 원)보다 크게 낮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작년 4월 발표한 '국내 1인 가구의 7대 구조적 특징' 보고서를 보면, 2009년 기준으로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9만 원으로, 전체가구(300만 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 같은 이유는 1인 가구의 대부분이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 세대나 노인 가구이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1인 가구의 절반 가까이가 60대 이상의 고령층이었다. 이처럼 소득이 적은 계층이 1인 가구를 주로 구성함에 따라 1인 가구의 주거비 지출 비중은 전체가구의 두 배가 넘는 20%대에 달했다.
한마디로 '월세를 전전하는 경제적 취약계층'이 1인 가구의 대부분인 셈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1인 가구의 중요한 소스가 고시원 등 주택으로 집계되지 않는 곳이고, 이들 구성원 대부분은 저소득층"이라며 "이 상황에서 역세권에 집을 늘리는 비싼 원룸 형태의 주거공간(도시형생활주택)을 무턱대고 늘리는 건 해답이 아니"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보다 정확한 1인 가구 실태조사부터 시작해야 맞지 않나 싶다"며 "이 저소득층 인구의 어느 정도를 공공임대주택 등 공공의 영역에서 흡수할 수 있는지부터 분석한 후에야 보다 정확한 정책 밑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도 "주택소요와 수요는 분명히 다르다. 1인 가구가 늘어나더라도 이들 중 주택 구입능력을 가진 '수요자' 수는 적을 수밖에 없다"며 "주택 소요가 있다고 무조건 공급을 늘린다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여지껏 인허가가 난 도시형생활주택은 서울 1만2156가구를 포함해 총 3만664가구에 이르지만 이들 중 상당수에서 미분양이 속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원룸과 큰 차별성이 없는 민영 임대주택이라, 가격적인 면에서 수요가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다.
변 교수는 "1인 가구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저렴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느냐는 부분"이라며 "월세 형태로 운영되는 도시형생활주택 등은 정확한 해법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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