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이 영업일 기준으로 마지막 날인 금요일에 시작된 탓에 종전과 달리 금통위를 한 주 늦춰 화요일(12일)에 연 한은은, 기준금리를 현행 연 3.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속된 '징검다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은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올해 1월, 3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기준금리 동결 배경으로는 빠른 속도의 인상에 한은이 부담을 느낀데다, 최근 들어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가 빠른 속도로 강세를 보여 물가상승 압력을 낮추는데 환율이 어느 정도 도움을 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중앙은행 총재가 환율에 대해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말할나위 없이 환율은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작다고 볼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원화가치가 강세를 보이면 그만큼 달러화 결제비용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내, 수입물가 하락을 유도한다.
이에 더해 대외 불확실성이 최근 들어 커지면서, 한은이 일단은 관망하는 자세를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도 보인다. 한은은 이날 배포한 '통화정책방향' 자료에서 "앞으로 세계경제는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북아프리카·중동지역의 정정불안, 일부 유럽 국가의 재정문제, 일본 대지진 등이 하방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다만 예상보다 빠른 속도를 보이는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를 경제의 상방 위험요인으로 꼽고 "상하방 리스크의 규모가 엇비슷해서 균형을 이룰 것"이라며 "이런 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고치는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국 경제의 중장기적 전망에는 변화가 없는 만큼, 앞으로도 느린 속도로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을 가져가겠다는 입장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물가가 워낙 고공행진을 보이는 마당이라, 당장 물가를 관리해야 할 한은이 이를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은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가계부채 조정이 시급한 숙제로 떠오른 상황에 한은이 이를 외면하는 것 역시 비판의 소지가 크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해 가계에 부채 조정신호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그간 많았다.
당장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7%에 달했고, 생산자물가 역시 넉달 연속 올라 7.3%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은 11일 발표한 4월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은 동결한 채, 물가상승률만 무려 1.1%포인트 높인 4.5%로 상향조정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김 총재는 "금리 결정은 과거를 보고 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는 비교적 중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먼 훗날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냐는 걸 감안한다"고 강조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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