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통계청 발표를 보면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에 비해 4.7% 올랐다. 3개월 연속 4%를 넘는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물가가 크게 치솟던 2008년 10월(4.8%) 이후 2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소비자물가는 작년 2월 2%대로 떨어진 이후 한동안 안정세를 보였으나, 농작물 가격이 오르던 그해 9월 3.6%를 기록한 이래로 내리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올랐고 전세가 상승세도 지속돼, 서민 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더욱 커졌다.
지난달 식료품 가격을 포함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4.9%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밥상 물가인 신선식품 지수가 무려 19%나 상승해, 작년 6월 이후 10개월 연속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농산물 가격이 17.4% 올랐고 축산물(11.6%), 수산물(10.5%)도 모두 두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다. 마늘(78%), 파(63.6%), 배추(34%), 돼지고기(31.7%) 등의 가격 상승률이 물가를 자극했다. 반면 구제역 사태 여파로 국산 쇠고기 가격은 9.2% 하락했고, 오이와 풋고추는 22%가 넘는 하락세를 보였다.
리비아와 바레인, 예멘 등지의 불안정한 정세로 석유류 가격이 무려 15.3% 급등했다. 유가 상승 여파로 제조업 가격 지수도 크게 올랐다. 공업제품의 소비자 물가 기여도는 1.84%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3.3% 올라 2009년 8월(3.1%)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전월에 비해서도 0.3% 올랐다.
전세가격 역시 오름세를 이어갔다. 전세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뛰어 2003년 9월(3.9%) 이후 7년 반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월세 역시 2.1% 올라 2002년 5월(2.2%) 이후 최고치였다. 전세와 월세를 포함한 집세는 3.2% 올라 2003년 7월 3.3.% 이래 최고치였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서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에 대한 경질론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가 이처럼 크게 치솟은 원인은 정부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발 가격 불안 요인 때문이지만, 정부의 지속된 고환율 정책과 이에 부응한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놓친 때문이기도 하다. 금융위기 직후 세계 각국이 유동성을 대규모로 풀면서 물가급등은 이미 3년 전부터 예견돼 왔다.
고성장을 이어가고 수출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유동성 흡수 타이밍을 놓쳐, 최근 들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물가가 치솟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물가 문제는 경제, 사회를 넘어 정치 이슈의 한복판에 오르게 됐다. 당장 오는 재보궐선거에서 물가는 중요한 선거 의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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