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외환銀 인수 연기…"실망스런 결정"

금융위,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판단 유보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여부 판단을 유보했다. 다만 론스타가 비금융자본(산업자본)은 아니라고 16일 결론지었다. 론스타의 주가조작 여부는 보류하되, 론스타에 외환은행 매각을 허용한 정부의 판단 자체는 잘못이 없다는 얘기다.

지난 10일 대법원이 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함에 따라 이번 결론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도 미뤄지게 됐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노조, 양자 모두가 실망스럽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 인수전 차질 불가피

이날(16일) 금융위는 정례회의에서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에 대한 법리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최종구 상임위원이 밝혔다.

최 상임위원은 "대주주 적격성 요건 중 사회적 신용요건 부분을 충족했는지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론스타의 주가조작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 최종 판결은 수년은 더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는 차질을 빚게 됐다.

금융위는 기본적으로 하나금융이 관련된 자회사 편입 승인 건은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른 것이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은행법에 따른 것이라 둘 사이는 별개의 문제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부터 마무리 지은 다음, 자회사 편입 승인 절차를 밟아간다는 방침이다. 결과적으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도 결론이 나지 않는다.

하나금융측은 이처럼 시일이 걸릴수록 인수부담이 더 커진다. 금융위 심사가 다음달로 넘어간다면 론스타 측에 매달 329억 원의 지연보상금을 물어야 한다. 만약 계약이 파기된다면 470억 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모두 날리게 된다.

하나금융측은 이번 인수 계약이 깨질 경우 결과적으로 그 기간 동안 론스타가 대주주 자격을 유지하면서 고액 배당을 추가로 더 챙기는만큼, 국부의 추가적인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인수전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이날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과 자회사 편입은 별개의 문제"라며 금융위의 조속한 승인을 간접적으로 요구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조합원과 야당 관계자,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금융관련 법령 위반한 론스타 펀드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 박탈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금융위 "론스타 산업자본 아냐"

다만 금융위는 론스타를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인 산업자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2003년 9월 론스타펀드 4호의 외환은행 주식취득 승인시부터 2010년 6월말 반기별 적격성 심사시까지 론스타의 제출자료와 회계법인 확인서 등을 확인한 결과,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은행법에 따르면 비금융회사 자본총액 합계액이 전체의 25% 이상, 자산총액 합계액은 2조 원 이상일 때 산업자본으로 규정한다.

금융위는 "비금융주력자제도는 기본적으로 국내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지배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며 "론스타와 같은 외국사모펀드에 적용할 경우에는 동 제도의 도입취지 및 다른 입법사례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은행으로의 매각 가능성이 낮아진데 대해 환영하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론스타의 대주주 지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데는 불만의 뜻을 표했다.

노조는 "결국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것을 금융위가 인정한 것"이라며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심사를 즉시 중단하고, 론스타의 대주주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또 론스타가 보유 중인 외환은행 지분 가운데 10%를 초과하는 41.02%를 시장가격으로 강제 매각토록 해야 한다며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정부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모든 면에서 실망스러운 결정"이라고 금융위의 이번 판단에 불만을 나타냈다.

김 교수는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문제와는 별개로, 하나금융지주의 인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론스타가 범죄를 저질렀다면 불법적 초과이득에 형사적으로 벌금을 매기거나 범죄수익을 몰수하는 형태로 국부를 걷으면 되고, 행정적으로 과징금을 매기거나 이행강제금을 매길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별개 문제인 거래를 막는 건 문제만 더 키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 '"금융위, 외환은행 문제 결정 미루지 말라"'(☞ 바로 가기)에서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대주주 자격이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이제 와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계약 자체를 무효화하거나 그로 인한 이익을 박탈할 방법은 없다.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문제를 빌미로 하나금융의 인수 승인 건을 보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