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증축범위를 늘리고 일반분양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규제를 대폭 완화한 아파트 리모델링안을 당론발의했다.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분당 표심을 잡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법이 통과되면 도심의 고밀도 개발이 한층 심화돼 거주민의 삶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일반분양분이 늘어나는 등 주택개발 수요를 자극할 요인이 있어 주택경기 과열화에도 자극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리모델링 이익 소유주에게 보전
10일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최규성 의원 대표발의로 △증축범위를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소형평형에 한해 현행 전용면적 30% 이내에서 50% 이내로 확대하고 △리모델링으로 증가한 가구의 3분의 1을 일반분양 가능토록 하며 △일반분양분의 30% 이내는 임대주택 공급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주택법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리모델링으로 인해 주택 소유자가 보유한 면적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경우에도 대지사용권과 공용부분 면적이 변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현행 규정을 삭제토록 했다. 리모델링으로 소유주택의 면적이 늘어나면 그만큼 이익을 더 보장해주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과중해 리모델링 추진 실적이 미미한 것"이라며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집값 상승을 목적으로 하는 재건축의 대체수단으로 인식하는 행정부의 편향된 시각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대책이 통과되면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나 전월세난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가구수가 증가하는 만큼 일반분양 수입이 늘어나 조합의 수익성이 좋아진다. 이 때문에 노후된 아파트 소유주들은 오래 전부터 이런 내용의 법안 개정을 요구해왔다.
개정안으로 혜택이 예상되는 곳은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남권은 물론, 입주 20여년이 되는 분당·평촌·산본·일산·중동 등 1기 신도시 아파트 대다수일 것으로 보인다.
선거용 법안…"민주당, 한나라당 비판할 자격이나 있나"
그러나 이 개정안은 결국 민간임대사업자의 수익성을 늘리는 수단일 뿐이라,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재건축 기대감으로 아파트값을 밀어올려, 주택시장이 다시 불안정해질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분당을 재보선을 앞둔 민주당이 표심을 얻기 위해 정치적으로 이번 법안을 이용하려는 의도도 눈에 띈다.
이날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충분한 검토 없이 선거만 의식해 내놓은 것이 눈에 뻔히 보인다"며 "섣부르게 국민에게 약속하면 나중에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책임질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선수를 빼앗긴 한나라당의 조바심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궁극적으로 이 법으로 인해 도시 경관이 크게 훼손되고, 결과적으로 미래에 아파트가 노후화될 경우 재건축이 어려워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안 그래도 1기 신도시는 2기 신도시보다 용적률이 두배 가까이 높아 삶의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며 "이 상황에서 규제를 또 풀어 아파트를 더 높이고 늘리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변 교수는 "당장에는 도시 경관이 크게 나빠진다"며 "궁극적으로는 건물 수명이 다 해 미래 재건축 수요가 발생해도 재건축이 어려워져, 도시가 슬럼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 재건축 수요가 일어나려면 용적률이 종전보다 높아져야 한다. 그래야 수익성이 개선돼 재건축 수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법안 개정으로 리모델링이 활성화되면 사실상 용적률 한계에 다다라, 재건축이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변 교수는 "도시 기반시설과 녹지, 경관 등에 대한 종합검토가 필요하다"며 "특히 분당처럼 계획도시인 경우, 계획도시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무분별한 법안 개정을 우려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 팀장은 "한나라당을 비판하던 민주당이 뒤에서는 집값을 상승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개발이익 보장 기대감을 표심으로 끌어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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