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존의 고성장 기조에서 속도 조절로 방향을 튼 가운데 한은도 이에 동조하면서, 물가 상승세를 억제하겠다는 당국의 정책 의지가 강해지는 모양새다.
기준금리 2년 만에 3%대로 높아져
10일 금통위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두달 만에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3%대로 오른 것은 지난 2008년 12월 이후 2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금통위는 작년 11월 이후 기준금리를 두달에 한번씩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맞춰 총액대출 한도 금리도 25개월 만에 0.25%포인트 끌어올린 1.50%로 결정했다. 김 총재는 "기준금리와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와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총액대출한도제는 미국 중앙은행의 재할인율제와 비슷한 정책으로,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실적에 따라 한은이 은행에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는 제도다. 총액대출한도금리가 오른만큼 기업대출 금리도 더 오르게 됐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린 이유는 치솟는 물가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은의 목표치 상단마저 훌쩍 넘은 4.5%에 달했다. 한은이 이날 내놓은 '2011년 2월 생산자물가지수' 자료를 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6.6% 폭등해 2008년 11월(7.8%) 이후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생산자물가가 오르면 시간이 지난 후 소비자물가도 오르게 된다.
김 총재는 "앞으로 통화정책은 물가안정기조가 확고히 유지되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운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공급부문뿐만 아니라 수요부문에도 물가상승 압력이 강하다. 인플레 기대심리가 강하게 반영되는데다, 여전히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풀린 유동성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기 때문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물가 불안이) 공급부문의 충격에 주로 기인하지만, 최근에는 수요측면 물가 압력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는 발표자료에서 "경기 상승으로 인한 수요압력 증대, 국제원자재가격 불안,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증대 등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앞으로도 물가 상승세를 멈추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김중수(가운데) 한국은행 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금융통화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
큰 폭의 추가 상승은 없을 듯
예상됐던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면서, 이제 관심은 세 가지로 모아지게 됐다. 현 금리 수준으로 시중 유동성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지와 추가 금리인상이 언제, 어느 정도 폭으로 단행될지, 그리고 가계부채 문제가 본격화될지 여부다.
김 총재는 우선 현 금리 수준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에 대해 "(이미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늦었다는 비판이 많은데) 실기 했느냐 안했느냐는 지금이 아니라 먼 훗날 분석해서 평가할 일"이라며 "금통위가 지난해부터 금리를 정상화시키는 노력을 해왔다. 이런 과정을 실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여전히 시장의 의구심은 높다.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유동성이 늘어났기 때문에, 회복과정에서의 물가급등은 이미 3년 전 예견됐다. 한은이 선제적으로 이에 대처하지 못하고 상황 변화에만 따라갔다는 비판은 앞으로도 유효할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 폭을 더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김 총재는 "정책목표 달성을 할 때 매우 급진적으로 대처해서 효과를 나타내는 위기 상황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수단을 택하는 것보다 25bp(1bp=0.01%포인트)라도 꾸준하게 계속 관리"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한은이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당초 민간 금융기관들은 올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3.5% 수준까지 끌어올리리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은이 기준금리를 끌어올림에 따라 가계부채 문제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은 795조 원을 넘어섰다. 분기마다 14조 원 이상씩 상승하는 추세라, 이미 가계신용 총액은 800조 원 이상으로 치솟았을 가능성이 높다. 개인금융부채는 이미 896조 원에 달해 900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다.
정부의 1.13 대책 발표 후 주택담보대출마저 증가세를 보이는 마당이라,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에 큰 짐이 될 수 있다.
김 총재는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특징은 고소득층이 부채를 많이 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반면 소득 1분위(하위 20%) 사람 중 부채를 쥐고 있는 사람 비중은 4분의 1 정도로 높은 수준이 아니다"라며 가계가 기준금리 인상을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장도 위협
한편 김 총재는 "특히 미국이 당초 우리가 예상했던 수준(2.3%)보다 훨씬 더 좋아지고 있다"며 경제에 하방위협요인뿐만 아니라 상방위협요인도 있다고 언급했다.
경제성장속도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면 그만큼 물가는 더 자극을 받는다. 실질임금 증가속도가 떨어진 상황이라 고성장은 특히 서민가계에 큰 부담이 된다.
김 총재는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는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올해 4%대 중반 수준의 성장을 전망한다"고 했다.
한편 금융시장은 예상했던 이벤트에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980선을 유지하고 있고, 원-달러 환율은 1115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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