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제동 씨의 사회로 23일 저녁 7시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열린 '2011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은 지난해와 달리 화려한 축하공연 무대를 성대하게 치러 내, 한국대중음악계에 신뢰할 만한 시상식의 하나로 굳건하게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여전히 주류 음악과 비주류 음악간의 큰 간격은 시상식 하나로는 풀지 못할 숙제임도 확인하는 자리였다.
가리온 3개 부문 휩쓸어
▲최우수 랩&힙합 음반 수상을 하는 가리온의 MC메타(왼쪽)와 시상자 타이거JK(오른쪽). MC메타는 힙합신의 중요한 레이블로 평가되는 소울컴퍼니 발족에 큰 영향을 미쳤다. ⓒ프레시안(최형락) |
또 진중한 가사쓰기는 보다 대중적인 성향을 따르는 다른 음악인들과 달리 음악팬들에게 가리온에 대한 신뢰를 더욱 높여줬다. 타이거제이케이(JK)가 2005년 골든디스크상 수상 직후 "가리온이 이 상을 받을 때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남긴 수상소감은 가리온이 한국 힙합신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선정위원들은 대체로 지난해 대중음악신의 특성을 흑인음악신의 약진-모던록신의 침체로 꼽았다. 가리온과 함께 5개 부문 후보로 올랐던 모던록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가 최우수 모던록 노래 한 부분만 수상한 게 이번 시상식의 의미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실제 이번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은 어느 해보다 흑인음악계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네오소울 음악인 진보가 가리온과 함께 올해의 음반 부문 후보로 올랐고, 알앤비 뮤지션 보니가 올해의 신인 후보로 노미네이트 됐다.
더 콰이엇(힙합), 펜토(힙합), 디즈(알앤비&소울), 태양(알앤비&소울) 등은 수상결과와 관계없이 선정위원단의 호평을 받았다.
한편 올해의 음반을 제외한 종합 부문은 다양한 음악인들이 나눠가졌다. 지난해 활발한 활동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밴드 뜨거운 감자의 <고백>이 올해의 노래를 수상했고, 30일 동안 앨범 제작 과정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던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올해의 음악인으로 선정됐다.
미니앨범(EP)을 통해 진득한 록을 선보인 게이트 플라워즈가 올해의 신인으로 꼽혔다. 게이트 플라워즈는 <예비역>으로 최우수 록 노래 부문도 수상하면서, 앞으로의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이는 지난 7회 시상식과도 비슷한 결과다. 지난해 시상식에서 국카스텐은 게이트 플라워즈와 마찬가지로 올해의 신인과 최우수 록 노래 부문을 휩쓸었고, 이후 주류음악신에서도 주목받는 스타 대열에 올랐다.
▲Miss A는 뒤늦게 시상식에 참여했다. Miss A는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댄스신은 아이돌 차지
한편 댄스&일렉트로닉 부문은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아이돌 음악인이 휩쓸었다. 투애니원(2NE1)은 첫 번째 정규앨범 [투 애니원(To Anyone)]으로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 부문을, 미스에이(Miss A)는 <배드 걸 굿 걸(Bad Girl Good Girl)>로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재즈&크로스오버 부문은 유럽에서도 큰 호평을 받고 있는 나윤선(재즈 음반)을 비롯해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탱고음악을 선보인 라 벤타나(크로스오버 음반), 한국 재즈의 전설적 인물 이판근 선생에 대한 후배 음악인들의 오마주 프로젝트로 화제를 모은 이판근 프로젝트(재즈&크로스오버 연주 음반) 등이 나눠가졌다.
최우수 팝 음반 부문은 아홉 번째 앨범을 낸 관록 있는 뮤지션 조규찬이 수상했다. 조규찬은 그러나 미국으로 떠나 있어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홍대주류'는 수상권서 비껴가
한편 이번 시상식에서 두드러진 또 하나의 결과는 이른바 '홍대주류'로 평가되던 여성취향의 음악 대부분이 수상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평단의 호평을 받은 9와 숫자들, 브로콜리 너마저가 각각 최우수 모던록 음반, 최우수 모던록 노래 등을 수상했으나, 최근 방송 출연 일정까지 잡히는 등 주류 가요계에서도 화제로 떠오르는 십센치(10cm)는 예상과 달리 올해의 신인 수상에 실패했다. 옥상달빛, 에피톤 프로젝트, 캐스커 등 대중과 평단의 주목을 동시에 받는 음악인 대부분이 후보에 오르는데 그쳤다.
당초 '대안적 신'으로 주목받던 홍대 음악신 내에서도 20~30대 여성팬들에게 '먹히는' 음악이 주류로 떠오르면서, 신이 점차 획일화되어가는 양상을 보이는 데 대한 심사위원단의 반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 가능한 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두리반에 둥지를 튼 다양한 음악인들이 '자립음악생산자모임'을 통해 '홍대에 대한 대안세력'으로 떠올랐다는 점은, 앞으로 한국 대중음악계의 미래를 더욱 궁금하게 만드는 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장 음악인들의 복귀도 주목을 받았다. 어느새 헤비메탈신의 큰 형님격이 된 크래쉬가 최우수 록 음반 부문을 수상했고, 엄인호, 최이철, 주찬권의 프로젝트 밴드 슈퍼세션은 특별상을 수상한 것뿐 아니라, 주요 부문 후보로 올라 후배 음악인들과 끝까지 경쟁을 벌였다.
▲잊혀져가던 엄인호, 최이철, 주찬권은 지난해 슈퍼세션이란 이름으로 복귀했다. 이들의 복귀는 장르음악인이 세월을 거슬러 활동할 수 있는 상징이 됐다. ⓒ프레시안(최형락) |
숙제는?
어느 때보다 다양한 음악 장르가 두루 관심을 모은 결과를 낳았지만, 이번 시상식은 풀기 힘든 숙제도 드러냈다.
무엇보다 주류와 비주류 음악의 간극을 확인하는 자리가 돼 아쉬움을 남겼다. 앨범상 수상자인 투애니원은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미스 에이는 바쁜 스케줄 때문에 늦게서야 시상식에 참석했다. 미스 에이는 시상식의 성격 자체를 모른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황급히 상을 수상하고 '판에 박은 듯한' 수상 소감을 남긴 채 자리를 떠나 시상식과 어울리지 않는 느낌마저 풍겼다.
다양한 장르의 대중음악을 듣는 사람이 워낙 부족한 탓에 "인디음악인 시상식 아니냐"는 대중들의 불만은 올해도 이어졌다. 대중들이 철저하게 방송에 나오는 아이돌 음악에 익숙한데 반해, 아이돌의 음악이 대중음악상 시상군에서는 단 하나의 분과(댄스&일렉트로닉)에만 특화된만큼, 대중과 시상식의 간격은 쉽게 해결하지 못할 숙제임이 다시금 확인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댄스&일렉트로닉 부문이 세분화되지 못해 아이돌만 본상 부문을 휩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 역시 가능한 대목이다. 테크노, 신스팝 등 다양한 장르를 추구하는 음악인들이 꾸준히 앨범을 내고 있지만, 아이돌 음악인들이 댄스부문에 집중함에 따라 조명받을 기회가 부족한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는 아이돌의 활약이 덜한반면, 댄스&일렉트로닉 부문에 주류 음악인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들이 드러났음에도, 이 시상식의 가치는 바래지 않았다. 다양한 장르음악인들에게 음악적 성과를 바탕으로 상을 수여하는 국내에 유일한 시상식이라는 점은 아직까지 변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리온(MC메타(왼쪽), MC나찰(오른쪽))은 8회 한국대중음악상 3개 부문을 휩쓸어 지난해 최고의 음악적 성과를 낸 음악인으로 꼽혔다. ⓒ프레시안(최형락) |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 부문 수상자 진보(왼쪽)와 시상자이자 지난해 수상자인 라디(오른쪽). 지난해 첫 정규앨범 [Afterwork]로, 진보는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프레시안(최형락) |
▲10cm는 지난해 홍대 신에서 가장 높이 떠올랐던 신인이다. 이들은 이미 공중파에까지 모습을 드러내며 팬층을 더욱 넓혀갈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올해의 신인과 최우수 록 노래 부문을 수상한 게이트 플라워즈. 이날 박근홍(보컬, 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염승식(기타, 왼쪽 첫 번째)은 'I♡NY'을 패러디한 'I♡MB'란 글자가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나와 객석에 웃음을 선사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어느새 중견 밴드가 된 크래쉬의 안흥찬과 윤두병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익살스런 모습을 취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브로콜리 너마저는 2년 연속 최우수 모던록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9와 숫자들은 최우수 모던록 음반 수상자가 됐다. 한국 가요의 옛 서정미를 되살린 이들의 앨범은 지난해 주요 언론의 연말 결산에서 최고의 음반 중 하나로 꼽혔다. ⓒ프레시안(최형락) |
▲지난해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크로스오버 음반 수상자인 박주원의 축하 공연. 적잖은 관객들이 이 집시스윙 음악인의 존재를 몰랐으나, 단 두 곡의 연주가 끝난 후에는 객석이 떠나갈 듯한 박수세례가 이어졌다. 좋은 음악이 제도권 방송 등을 통해 더 잘 알려진다면, 충분히 대중적 공감대를 넓힐 수 있음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프레시안(최형락) |
시상식 말말말 김제동(뜨거운 감자 수상을 지켜보며) "저희 기획사(다음기획) 소속입니다. 저희 기획사에는 정태춘·박은옥 선생님과 YB, 김C, 뜨거운 감자, 그리고 제가 소속돼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사무실은 회식을 잘 못합니다. 회식하면 집회하는 줄 알아서요." 김제동('I♡MB'라고 적힌 게이트 플라워즈 멤버들의 티셔츠를 지켜보며) "아이 러브 무바라크 티셔츠… 어디서 팝니까?" "반갑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팬입니다." 진보(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 수상) "큰 소속사를 통하지 않고, 인디 신에서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했어요. 그런데 이 상을 받고 나니, (한국대중음악상이) 음악을 하는 분들께 굉장히 큰 자유를 준 것 같아 기쁩니다. 앨범을 도와준 분들이 아주 많은데, 월급이 나가지 않았는데도 저를 위해서 함께 모여줘서 이런 성과를 얻었습니다." 엄인호(특별상 수상) "윤시내 씨의 노래인가요? '태워도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 진주처럼 영롱한'이란 노래 가사가 생각납니다. 수상소감입니다." 안흥찬(크래쉬, 최우수 록 앨범 수상) "종마는 달려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종마에게 주는 거대한 아드레날린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윤두병(크래쉬, 최우수 록 앨범 수상) "한국의 헤비뮤직 신을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밴드들이 많은데 (대중 여러분도)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손석우 옹(공로상, 노환으로 아들이 옹께서 쓰신 편지를 읽음) "노병을 염두에 둬 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감사하기로 하고 상을 받겠습니다. 저를 음악의 세계로 이끌어주신 은사이시고, 대중음악계의 선각자이신 김해송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대중가요는 그 태생부터 상업성을 떠날 수 없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그 운명에 이 노병은 과히 충실하지 못했습니다. 완성도를 높이고 싶은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집착했던 것 같습니다. …어느 장르의 노래이건, 우리들 작가는 시대감각과 유행에 둔감해선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그 외형에만 민감해도 안 될 것 같습니다. 지성과 감성이 잘 조화된, 그리고 진리와 영혼이 잘 깃든 작품으로 청중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사랑받길 희망합니다." 고원균(뜨거운 감자, 올해의 노래 수상) "앞으로 잘 버티라는 의미에서 주신 상으로 알겠습니다. 주변에 챙겨들어야 할 음악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이 좀 더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MC나찰(가리온, 올해의 앨범, 최우수 힙합 앨범, 최우수 힙합 노래 수상) "후보에 오른 것만해도 영광이라고들 하는데, 내심 많이 받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힙합이 장르로서는 미약한데,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MC메타(가리온, 올해의 앨범, 최우수 힙합 앨범, 최우수 힙합 노래 수상) "한국에서 장르음악을 한다는 게 힘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해야 할) 이유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음악이 양적으로) 확장될 때 더 힘을 얻고, 뿌리를 내려가기 위해서는 다양성이라는 게 존재해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합니다). 저희보다 훨씬 좋은 음악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모든 분들의 음악이 (대중 사이에) 확장되고, (그로 인해) 다양성이 뿌리를 내리고 더 커질 수 있는 계기가 다가왔으면 합니다. 이 상은 저희가 받았지만, 저희는 다양한 장르음악을 하시는 모든 분들이 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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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작은 다음과 같다. ▲올해의 음반 가리온 [Garion 2] ▲올해의 노래 뜨거운 감자 <고백> ▲올해의 음악인 갤럭시 익스프레스 ▲올해의 신인 게이트 플라워즈 ▲특별상 슈퍼세션(엄인호, 최이철, 주찬권) ▲공로상 손석우 ▲최우수 록 음반 크래쉬 [The Paragon of Animals] ▲최우수 록 노래 게이트 플라워즈 <예비역> ▲최우수 모던록 음반 9와 숫자들 [9와 숫자들] ▲최우수 모던록 노래 브로콜리 너마저 <졸업> ▲최우수 팝 음반 조규찬 [조규찬 9] ▲최우수 팝 노래 10cm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 2NE1 [To Anyone]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 Miss A <Bad Girl Good Girl> ▲최우수 힙합 음반 가리온 [Garion 2] ▲최우수 힙합 노래 가리온 <영순위 (feat. 넋업샨)>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 진보 [Afterwork]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디즈 <Sugar> ▲최우수 재즈 음반 나윤선 [Same Girl] ▲최우수 크로스오버 음반 라 벤타나 [Nostalgia and the Delicate Woman]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연주 음반 이판근 프로젝트 [A Rhapsody In Cold Age] ▲최우수 영화TV음악 <브라보! 재즈 라이프>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남자 태양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여자 김윤아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그룹 f(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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