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전월세난 대책 마련을 위해 마련한 토론회에서 주택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러나 '어떤 주택'의 공급을 확대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18일 한나라당 정책위원회는 국회 정책위의장실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 팀장,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김의기 부영주택 사장,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이지용 <매일경제> 기자가 참석했다.
최근 전세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 공급 부족이라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김선덕 소장은 "최근 몇 년간 주택 공급 위축에 따라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된 가운데 "수요자는 내집마련 자금의 기초가 되는 전세를 찾을 수밖에 없어" 전세난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2007년 분양가상한제 도입 및 금리인상 이후 민간 주택개발사업이 위축되면서 공급부족이 초래된 게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2008년 이후 3년간 주택건설인허가 물량이 40만 호에 미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전세난에 지난 2009년의 기저효과가 반영됐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소장은 "전세가격이 가장 낮았던 2009년 1월에 계약한 전세입자들의 갱신 기간이 다가와, 1월 전세가 상승률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며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전세난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공급을 늘리고, 건설업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가 끝난 후 토론이 비공개로 이뤄져 자세한 내용을 알기는 어렵지만, 공개된 내용만 보자면 정부와 한나라당의 기존 입장과 큰 차이가 없다.
김 소장은 "올해 내, 또는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 확대를 통해 전세 가격안정을 찾는 정책이 바람직하다"며 "민간이 (임대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범정부적 차원에서 지원과 제도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남수 팀장도 "공급물량 증가와 전세수요의 매매수요로의 전환"을 대책으로 꼽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연장하고, 매매시장 활성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어떤 유형의 주택 공급을 늘릴 것이냐'는 의견이 뚜렷이 나오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공급이 필요한 건 맞다"면서도 "어떤 주택을 어떻게 공급하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변 교수는 "전세에 사는 사람이 집을 살 수 있도록 유도해야지, 집을 2채 가진 사람이 5채, 10채를 갖도록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즉, 단순히 민간임대주택을 늘리거나, 민간임대주택사업자를 육성하는 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얘기다. 야권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전세 수요자 입장을 대변하는 토론자가 참석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건설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이는 나왔으나, 전세 수요자의 입장은 전혀 한나라당 측에 전달되지 않았다.
일례로 김의기 사장은 비공개 전환 직전 "민간 임대주택 공급 부족이 (전세난의) 원인"이라며 정부가 공공택지를 민간임대사업자에게 공급하는 양을 늘리고, 국민주택기금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각종 규제를 완화해 임대주택사업자의 수익성을 높여달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요구가 한나라당에 선명히 전달된 셈이다.
변 교수는 "민간임대사업자는 5년만 임대사업을 한 다음에는 분양에 나서도 되는 게 현실"이라며 "결국 후분양주택사업에 나서는 건설업자를 위해 정부가 공공택지를 조성원가 수준으로 공급해주는 건 말이 안 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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