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
9일 한은 금통위는 정례회의에서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작년 2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2.00%까지 내린 후 지난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끌어올렸다.
이번 동결은 어느 정도 예견된 바다. 한은이 두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전례는 지난 2007년 7, 8월이 마지막이었을 정도로 흔치 않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끌어올릴 경우 강한 긴축신호로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무엇보다 세계경제 불안정성이 기준금리 동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은은 "금융시장에서 유럽 재정문제가 재부각되고,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 등으로 주가와 환율이 큰 폭의 변동을 나타냈다"며 "주요국 경기의 변동성 확대, 일부 유럽국가의 재정문제로 인한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이 세계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재정위기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은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의 위기가 전 유럽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로 통화체제가 큰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미국도 벤 버냉키 연준의장이 국채매입 규모를 더 늘릴 수도 있다고 언급하는 등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물가 상승세가 일단 종전보다 한 풀 꺾인 점도 동결 요인으로 꼽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9월과 10월, 각각 3.6%, 4.1%로 크게 치솟았으나 11월 들어 3.3%로 다소 떨어졌다. 이 기간 채소 가격상승률이 84.5%, 100.7%, 54.8%로 요동쳤다.
그러나 경기상승세가 지속됨에 따라 물가의 추가 상승압력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채소류 가격의 안정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크게 낮아졌으나 앞으로 경기상승이 이어지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상승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중수 "한은, 물가 목표수준 지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 회의 시작 전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
김 총재는 우선 올 한해 한은의 물가관리 수준에 대해 "한은이 소위 말해서 '인플레이션 타깃팅'하는 수준을 벗어난 적은 없다"며 "올해의 물가상승률은 한 2.9%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지켜야 할 목표는 됐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그간 물가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농산물 가격 급등은 일시적이다"라고 강조해 왔다.
최근 시장금리가 한은 통화기조와 반대로 움직이는 게 한은의 실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에는 "특정 변수(기준금리) 하나에 의해서만 시장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대외적인 상황이 안정된다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은이 지난달에 기준금리를 끌어올렸음에도 최근 시장금리는 지속적으로 하향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외경제 불안으로 인해 한국을 투자처로 삼은 외국인 자금유입이 이어지는 등의 이유가 크다는 분석이다.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김 총재는 "제가 온 4월 이후 우리 (경제)를 에워싼 모든 환경을 비교해보면, 한은이 나름대로 소기의 목표를 달성해왔다고 생각한다"며 "(시장의) 신뢰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있는데, 저희로서는 더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다만 "과거 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 생각해오던 대로 (한은의 통화정책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그분들(한은을 비판하는 세력) 말이 전체 경제를 다 대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름대로 의미있는 것으로만 받아들이겠다"고 설명했다. 그간 김 총재는 비판의 목소리에 되도록 답을 삼갔다.
한편 김 총재는 '현재 금리수준이 적정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과거 정상적인 상황의 금리수준과 현재 수준이 차이가 날 수 있다"면서도 "경제는 '수준'보다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변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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