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전국 각지의 발전소에서 다량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일부 발전소는 '석면을 즉각 제거하라'는 조사 보고서를 받고도 이를 방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민주당 김재균 의원이 6일 한국전력공사 계열사인 5개 전력그룹사(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에서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35개 발전소 가운데 26개 발전소에서 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서부발전은 2009년 3월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의뢰한 '서인천 발전본부 2호기 석면 사용실태 조사'에서 석면 함유물질의 비산 가능성이 높아 '즉각 제거' 대상인 장소 5곳을 지적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교체작업을 하지 않은 것이 드러났다. 김 의원은 "최근 3년간 '석면시설 철거 및 비석면 제품 도입실적'에 서인천 발전본부 2호기의 실적은 전혀 없었다"며 "(이는) 석면에 대한 무감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인천발전본부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현재 교체가 진행 중이며 2012년까지 순차적으로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공사 계획에는 2호기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2009년 조사 이후) 현재 1호기부터 8호기까지의 전체 발전기 중 5,7호기는 교체 작업을 완료했으며 현재 8호기 작업이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석면 '즉각 제거' 대상인 2호기는 아직 교체작업을 하지 않았음을 시인한 셈이다.
김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전력그룹사(발전사)별로 보면 중부발전 산하의 인천화력본부와 제주화력발전소에서는 각각 88건과 76건의 석면이 무더기로 검출됐고, 남동발전의 영동화력발전처에서는 22개 샘플 전체에서 검출됐다. 서부발전의 태안발전본부에서도 638개 샘플 중 138개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또한 대체로 오래된 화력발전소에서 석면이 많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석면 검출이 많은 장소별로 보면 발전소 내 터빈실(206건), 보일러실(132건), 사무실 천장(56건) 순이었다.
김 의원은 석면 사용과 관련해 각 발전소에서 △비석면 제품 도입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고 △석면 관련 정보와 위험성 교육이 미비하며 △외부 용역이 아닌 자체조사 비율이 높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외부 협력업체에서 들여오는 일부 자재의 경우 석면 함유 여부를 파악하는 절차가 없다"며 "가스켓이나 패킹 등은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석면 관련 교육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 예로 중부발전에서 2009년 3월 전 직원을 상대로 실시한 안전교육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이 전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남동발전·남부발전·서부발전은 최근 3년 동안 직원들에 대한 교육 실적이 전무했고, 동서발전·서부발전은 외주 건설근로자들에 대한 교육을 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이러다 보니 일부 발전소에서는 개인보호구도 착용하지 않은 채 시설 교체 및 보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발전사들이 석면 사용실태 등을 조사하면서 전문기관에 외부용역을 의뢰하는 경우보다 자체 조사에 그치는 경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김 의원은 "이럴 경우 전체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정확한 석면함유물질의 분포를 파악할 수 없다"며 "자체 조사보다 객관적이고 정밀한 외부용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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