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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않는 삼성… 결국 전략기획실도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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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않는 삼성… 결국 전략기획실도 부활

3대 세습체제 기반 닦는 역할 할 듯

'삼성특검'으로 해체됐던 옛 전략기획실이 결국 부활했다. 삼성그룹은 고(故) 이병철 회장의 23주기인 19일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기구(콘트롤타워)를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 후폭풍으로 지난 2008년 6월 그룹비리의 중추역할을 했던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고 이건희 회장 사임을 발표한 바 있다.

그간 삼성은 전략기획실 기능을 사장단협의회 산하 업무지원실, 법무팀, 커뮤니케이션팀과 3개 위원회로 이양했다.

이학수, 김인주도 복귀… 특검 '도로아미타불'

이날 삼성그룹은 그룹 조직을 이끌어갈 책임자로 신사업추진단장인 김순택 부회장을 임명하고, 그룹차원 의사결정 기구를 세운다고 밝혔다. 아직 복원될 그룹 조직의 구체적인 명칭과 형태는 결정되지 않았다.

삼성특검으로 물러났던 이학수 상임고문과 김인주 상담역도 여전히 건재를 과시했다. 이 고문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고문으로, 김 상담역은 삼성카드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콘트롤타워 부활 이유로 "중국 출장에서 돌아오신 이 회장이 '21세기의 변화가 예상보다 더 빠르고 심하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룹 전체의 힘을 모으고 사람도 바꿔야한다'며 그룹 조직 복원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대외적 비판을 의식한 듯 이 팀장은 "과거 그룹 조직에 대해 어떤 평가가 있었는지 잘 알고 있다"며 "새로운 조직은 계열사들 위에 있기보다는 지원하고 도와주고 역량을 모아서 계열사들이 일하는 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조직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견된 일… 차기 후계구도 영향력 행사할 듯

전략기획실 부활로 삼성은 특검 당시 한국 사회와의 약속을 모두 저버리게 됐다. 지난 3월 이 회장이 '그룹 사정'을 이유로 경영일선으로 복귀하면서 전략기획실 부활은 이미 시간문제로 여겨졌다.

이 회장의 작년말 사면 이후 전략기획실 부활 준비는 착착 진행돼 온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은 법적 실체가 없는 '삼성그룹 금융일류화추진팀'을 만들어 그룹차원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관련 기사 : 이제 남은 건 삼성 전략기획실 현판식?). 이 조직은 옛 전략기획실과 마찬가지로 각 계열사 인원을 뽑아 운영됐고, 계열사 경영의 구석구석에 개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대외적으로 전략기획실 부활의 이유를 경영환경 변화로 들었으나,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업무는 후계구도 개편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삼성은 사전작업을 착착 진행해 왔다.

먼저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사장 승진이 확정됐다. 이 회장은 17일 광저우에서 귀국하는 길에 이와 같은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전부터 "젊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던 그의 말은 결국 그룹권력을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다.

새 전략기획실은 따라서 연말 단행될 인사와 떼놓고 볼 수 없게 됐다. 대대적인 고위급 물갈이 이후 이재용 체제의 '실세'가 될 인물이 콘트롤타워의 중추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특검이 도왔다

삼성이 거침없이 과거로 회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삼성특검이다. 핵심이었던 비자금 조성경위 수사를 포기해 중벌을 할 근거를 버렸고, 그룹 지배구조의 가장 취약한 고리던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를 이 회장으로 확인해줬다. 사법당국은 이 회장을 비롯한 중범죄자들을 집행유예 처리해 날개를 달아줬다.

이 때문에 김 변호사는 삼성특검 결과가 나온 직후인 지난 2008년 4월 "삼성특검 수사 결과는 이 회장 등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일갈했다.

각종 걸림돌이 사라지면서 '특검 체제'라 할 만한 사장단협의체를 운영할 필요가 없어졌고, 다시 모든 권력을 총수일가에 집중시키는 전략기획실 체제를 살려낸 것이다. 비록 삼성이 이번 콘트롤타워가 과거처럼 '위에서 계열사를 찍어누르는' 형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으나, 그간 이 회장 일가의 대외적 공언이 단 하나도 지켜진 적이 없었음을 감안하면 이를 온전히 믿기 어렵다. 결국 삼성특검의 결과는 과거로의 회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이 입증된 셈이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 일가의 사적 소유물일까, 주주와 노동자, 고객, 경영진의 소유물일까. 이 회장 일가가 17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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