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가 11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회장은 2008년 에버랜드 전환사채(CB)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으로 발행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에 몰아준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공판 과정에서 이 회장 측은 실제 피해와 상관없이 공소장에 에버랜드와 SDS의 피해액으로 기재된 약 2500억 원을 회사 측에 돌려줬다는 내용의 양형 참고자료를 제출했다. 이는 법원이 이 회장에게 관대한 판결을 내리는 한 근거가 됐다.
하지만 두 회사는 이 회장이 돌려준 피해액을 당해 회계자료에 반영하지 않았다. 경제개혁연대는 한국 공인회계사회에 두 회사에 대한 감사를 요청했지만 명확한 이유 없이 "별 다른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4월 박노빈 전 삼성에버랜드 사장과 최주현 에버랜드 사장, 김인 삼성SDS 사장을 배임 및 분식회계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양형 참고자료의 실제 이행 여부를 둘러싼 공방은 경제개혁연대의 고발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문에서 '답'이 나왔다. 두 회사와 이 회장 측은 법원에 제출한 양형 참고자료 이외에도 이면약정서를 작성했고, 그 안에는 양형 참고자료와는 별개로 실제 판결 결과에 따라 이 회장이 다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면계약서는 재판부에 제출되지 않았다.
결국 이 회장은 공소장 상의 피해액을 모두 돌려줬다는 점을 양형에 참작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고, 이를 참작해 제판부가 회사 손해액을 227억 원으로 산정해 일부 유죄판결을 내리자 그 차액만큼을 다시 돌려받았다는 얘기다. 또한 검찰은 이러한 내용을 결정서에 담았으면서도 불기소 결정을 내려, 사실상 이 회장과 두 회사에 '면죄부'를 주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러한 사실은 법원을 기망했다는 도덕적 비난 대상을 넘어 재판부가 피해 회복에 필요한 돈 이상이 확정 지급되었으므로 범죄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소멸됐다고 믿게 한 것"이라며 "이는 명백히 형법 제137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고 이 회장을 고발한 이유를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검찰은 법원을 기망하는 일마저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이건희 회장의 파렴치함과 삼성그룹의 왜곡된 지배구조에 대해 사법정의의 엄정함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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