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국제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정부가 대규모 적자재정을 편성, 우리나라의 재정수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심각하게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가 최대 치적으로 홍보해 온 신속한 위기탈출이 다른 어느나라보다 막대한 빚을 내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국감 결과, 이명박 정부와 여당은 집권 초기 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재정건전성을 높이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이한구 "감세 하느라 재정수지 악화율 미국보다 커"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이한구 의원(한나라당)은 "우리나라 재정수지는 2008년~2010년 사이 6.1% 악화됐다"며 "프랑스(-0.7%), 영국(-1.9%), 독일(-3.2%), 일본(-4.7%)은 물론, 위기 진원지인 미국(-5.6%)보다 더 높다"고 지적했다.
이는 OECD 평균(-3.9%)이나 주요 7개국(G7)의 재정수지 악화 수준(-4.1%)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재정적자 편성은 결국 후세대를 위해 써야 할 돈을 미리 당겨 쓰는 것으로, 재정건전성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국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이처럼 현 정부 들어 재정적자가 심각해진 이유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감세 및 재정지출 확대 정책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우리나라의 감세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8%며, 재정지출 규모도 GDP의 3.2%에 해당한다. 여타 국가가 GDP의 1~2% 초반대의 감세 및 재정지출을 실시한 것과 비교하면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국가채무는 2008년 309조 원(GDP 대비 30.1%)에서 1년 사이 359조6000억 원(33.8%)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 의원은 "세계경기가 다시 불안해지면 이미 재정건전성이 불안한 우리나라는 확장 정책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MB 재정 공약은 '空約'
이처럼 막대한 재정적자 편성은 이 대통령의 집권 초기 목표와도 크게 어긋났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주요 공약을 담은 '일류국가 희망공동체 대한민국'(서점판매분 공약집)에서 "2009년 기준 예산의 10% 상당인 20조 원 절감"을 목표로 "참여정부 출범 이후 150조 원 넘게 늘어난 국가채무 규모를 현행 300조 원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인 지난 2007년 11월 "공무원 숫자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동시에 국가예산을 10% 절약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2007년 302조 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정부가 발표한 '201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내년 436조 원까지 치솟을 예정이다. 오히려 이 대통령 집권 2년 반 동안 참여정부 5년의 증가분을 뛰어넘는다.
특히 전액 국민 부담인 적자성 채무가 2007년 134조 원에서 내년에는 221조 원으로 61% 급증했다.
전 의원은 "공무원 감축은 폐기된 지 오래고, 삭감할 것으로 알려진 '일반공공행정' 예산은 도리여 9.7% 상승했다"며 "이 대통령이 대선 당시 제기한 공약(公約)은 모두 공약(空約)이 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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