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외환거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7거래일 연속 하락해 1160.1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한 때는 1150원선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빠른 속도로 원화가치 약세가 지속되던 지난 5월만 하더라도 환율은 달러당 1300원선 부근까지 치솟았다. 이 때문에 물가 상승 압력이 국내 경제에 큰 위협이 됐다. 그러나 지난 7월 이후 불과 한달여 만에 환율은 다시 1100원선을 하향 돌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7월 1일 이후 원-달러 환율의 평가절상률(환율 하락률)은 5.6%에 달한다. 절상폭이 68.6원에 달한다.
▲최근 한달여 간 원-달러 환율 변동추이. ⓒ프레시안 |
환율이 최근 들어 이처럼 강세를 이어가는 이유는 달러 약세가 강한 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고용 상황이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일본식 장기불황 우려는 아직 말끔히 씻어내지 못했다.
당장 지난 주말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13만1000명이나 감소했다. 월가의 예상치를 두 배 이상 넘어선 규모다. 민간부문 고용은 7만1000명 증가에 그쳐, 역시 월가의 예상치(10만 명)에 못 미쳤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미국 정부가 노동력을 흡수할 능력을 상실해가는 것 아니냐는 데 있다. 7월 미국 정부 부문의 고용은 20만2000명이나 급감했다. 재정난에 빠진 지방정부들이 임시직부터 해고하기 시작한 게 컸다. 이는 미국이 적자재정으로 경기를 살리는 방식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달러 가치 하락과 맞물려 국내 자산시장에 외국인 자금 유입이 활발히 이뤄진다는 점도 원화가치 상승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지난 7월 8일 이후 뚜렷한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며 4조6470억 원 어치의 주식을 쓸어담았다.
이와 관련, 일본 오카산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내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일 200일 이동평균선을 돌파해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미국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향후 1~2주 안에 1144.15원까지 상승하고 연말에는 1102.85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만간 환율이 세자릿수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국제 경제전망 조사기관 글로벌 인사이트는 최근 세계경제를 전망하면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내년에는 1010원까지 떨어지고, 내후년(2012년)에는 977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들 예측대로 원화가 계속 강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경제의 약세는 장기적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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