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아이폰 4의 측면 하단에 노출된 안테나 부분을 손으로 감싸 쥐면 수신 감도가 떨어지는 현상에 대해 공식 인정했다. 지난 2일 수신율을 표시하는 막대 수가 줄어드는 것을 프로그램 오류 탓으로 돌리면서 하드웨어 결함을 부정하던 태도에서 돌아선 것이다. 애플은 차후 수신 감도를 유지시킬 수 있는 보호 케이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환불받을 수 있도록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가 일단락된 건 아니었다. 애플이 곧바로 리서치 인 모션(RIM)사의 블렉베리나 HTC의 드로이드, 삼성전자의 옴니아2 등에서도 손으로 안테나 부분을 감싸 쥘 경우 수신감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역공'에 나선 것. 신제품의 출시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게 아니라 어느 스마트폰에서나 같은 현상이 관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이폰 4의 전신인 3GS 모델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애플은 자사 홈페이지에 안테나 페이지(http://www.apple.com/antenna/)를 따로 만들어 아이폰 4와 3GS를 비롯해 블렉베리 볼드 9700, 드로이드 에리스, 노키아의 N97 미니, 삼성전자의 옴니아2를 잡는 위치에 따라 수신율이 떨어지는 현상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공개하기 시작했다. 23일에는 모토로라의 드로이드 X의 영상도 나왔다. 애플은 안테나의 위치는 제품마다 다르지만 손이 접촉했을 때 수신율이 떨어지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 애플은 홈페이지의 안테나 페이지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옴니아2을 비롯한 타사 스마트폰 역시 잡은 모양에 따라 수신 감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내용의 사진과 동영상을 게재했다. ⓒ애플 홈페이지 |
역공을 당한 회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블렉베리를 만든 RIM은 "우리를 공격함으로써 애플의 위기에 쏠린 대중의 관심을 돌리려 하고 있다"며 "우리 고객들은 수신율을 유지하기 위해 보호 케이스를 쓸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노키아는 "모바일 기기를 잡는 모양에 따라 안테나 성능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그것이 노키아가 실생활에서 스마트폰을 쓰는 수많은 경우를 고려해 제품을 디자인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애플의 실수를 다른 회사에 덮어씌우지 말라는 것이다.
HTC와 삼성전자 역시 수신 기능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폴란드의 한 IT블로그가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폰 갤럭시S 역시 손으로 특정 부위를 쥐었을 때 수신 감도가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동영상을 유포해 화제가 되는 등 스마트폰의 수신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쉬이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에선 수신 불량 발생 확률 낮아"
하지만 주로 미국이나 유럽 등 무선통신 환경이 한국보다 좋지 못한 곳에서 촉발된 논란을 지나치게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대산 KT 무선네트워크본부장은 "미국은 도시를 제외한 지역에 평지가 많아 전파 도달거리가 넓기 때문에 기지국이 적으나, 그만큼 음영지역에서는 수신감도가 크게 떨어질 확률이 높다"며 "우리나라와 일본은 네트워크 장비가 밀도 있게 설치돼 무선환경 감도(RT) 레벨이 높아서 미국과 같이 특정 부위를 잡았을 때 수신불량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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