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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100조 부채 지방정부, 이대로 가면 줄도산"

토목 개발은 '유바리시 악몽'으로 가는 지름길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가 1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국가예산(292조8000억 원)의 3분의 1이 넘을 정도로 크다. 특히 최근 들어 분야별로는 건설에서, 지역별로는 수도권에서 부채가 급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인천시의 재정 상태가 기존 예상보다 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상황이라 보다 철저한 재정 감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낭비성 투자로 몰락한 도시의 상징이 돼 버린 일본 유바리시보다 재정 상황이 더 취약한 기초자치단체가 국내에도 매우 많은 것으로 드러나, 지방재정을 키우고 전시성 투자를 자제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오후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주최로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토론회 '지방정부 재정위기 진단과 대안 모색'에서 정창수 좋은예산센터 부소장은 "지방정부의 부채는 논쟁적 사안"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연기금 등을 제외하고 현재 정부 통계를 기준으로 증가 추세를 보수적으로 계산하더라도 올해 지방자치단체의 부채는 100조 원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지방부채(단위 억원).. ⓒ프레시안
좋은예산센터가 추산한 지자체들의 부채 합계액은 지난 2007년 말만 해도 59조5000억 원대였으나 이후 매년 큰 폭으로 증가, 작년에는 85조 원을 넘었고 올해는 102조 원가량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빚이 늘어난 셈이다. 이는 지방채잔액과 지방공기업 부채, 보증채무와 임대형민자사업(BTL) 부채 등을 모두 합산한 수치다.

정 부소장은 또 "작년 재정위기로 인해 본예산 부채가 종전보다 32퍼센트 늘어났다"며 "실질적으로는 (100조 원보다) 많은 부채 증가가 예상되고, 특히 올해는 지방선거로 인한 선심성 재정지출이 증가해 그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무분별 토목사업으로 재정 취약해져

지자체 적자가 대폭 증가하는 주된 이유로 건설·토목 분야에 이어진 방만한 투자가 꼽혔다. 정 부소장은 "도로건설을 위한 지방채 발행액이 6조7800억여 원으로 전년보다 26.5퍼센트 늘어났고 지하철 건설을 위한 지방채 발행액도 2조7900억여 원으로 10.9퍼센트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의 경우 도심개발 공사를 전담하는 SH공사의 부채가 급증한 게 사실이다. 지난 2005배만 해도 3조3000억 원에 불과했던 SH공사 부채는 작년말 현재 16조3500억 원으로 무려 다섯 배가량 증가했다.

지자체 중 재정적자 상태가 가장 심각한 곳으로 알려진 인천시도 전임 시장 재적시절 무분별한 투자로 시 재정이 뒤흔들렸다.

박준복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학경기장을 증축해 2014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으로 활용하라'고 했으나 (안상수 전임 시장 당시) 시에서 주경기장을 새로 짓기로 해 건설비 5600억 원이 늘어났다"며 "지하철 2호선도 개통시기를 아시안게임에 맞춰 앞당기는 바람에 6000억 원의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인천도시개발공사도 2007년부터 영종하늘도시를 분양했으나 경제 위기로 분양 해약률이 39퍼센트에 달해 재정 악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박 위원장은 "올해 인천시의 자체 수입은 2조9730억 원으로 작년보다 1117억 원 줄어들었다"며 "기존 사업의 축소와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인천시의 빚은 올해 말 기준으로 3조1000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부소장은 "지자체 적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수입이 적어서가 아니라 많이 쓰기 때문"이라며 "2009년 이후로 지자체 재정 악화가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전시성 투자를 줄이고 지방정부에 대한 감시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제공

재정적자, 결국 복지 해체로 이어져

지자체가 재정적자에 시달리다 보면 결국 주민 복지에 심각한 타격이 온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대전의 경우 사회복지분야 예산이 2008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올해도 복지부문 61개 사업에서 152억 원의 예산이 삭감됐다"고 말했다.

금 사무처장은 또 "무리한 투자로 재정 적자가 심각해져 공무원들의 급여도 마련하지 못할 정도"라며 "예산이 부족해 지방채 발행액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재정 악화가 전국적으로 이어질 경우, 최악의 경우 도시 살림이 파탄날 수도 있다. 이에 따른 후유증은 심각하다. 한 때 도심 재개발의 모범사례로 꼽혔던 일본 유바리(夕張)시의 사례가 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1만여 명 남짓의 고령자들이 주로 모여 살던 유바리시는 대규모 예산을 쏟아부어 폐광촌에서 관광도시로 변신, 한 때 일본 지자체 경영대상까지 수상한 성공 모델로 꼽혔다. 그러나 관광객 유인책이 점차 줄어들면서 채무적자가 심각해져, 2006년 6월 재정재건단체 신청을 해야 했다. 파산한 것이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파산 후 4년 간 유바리시는 공무원 61퍼센트(166명)를 감축했고, 파산 이듬해 시장은 75퍼센트, 간부는 70퍼센트, 일반직원은 50퍼센트의 급여를 삭감했다"며 "무엇보다 시민부담이 크게 늘어나 복지가 사라져버렸다"고 지적했다.

홍 연구위원에 따르면 파산 후 유바리시의 주민세는 3000엔에서 3500엔으로 16퍼센트 증가했고 경자동차세도 50퍼센트 올랐다. 하수도 사용료는 무려 66퍼센트 급등했고 각종 시설 사용료도 크게 올랐다.

무엇보다 가장 기본적인 복지가 망가졌다. 7개이던 초등학교는 1개로 통폐합됐고, 중학교 역시 4개교가 1개교로 폐합됐다. 시립병원 의사 4명 중 3명이 해고됐고, 시립도서관은 폐관했다. 대중교통에서 경로우대제도가 사라졌고, 고령자와 장애인, 어린이에 대한 시의 보조금도 폐지됐다.

"한국 지자체, 일본보다 심각"

홍 연구위원은 "시가 관광시설 건립과 매입으로 지속적인 투자 확대에 나섰으나 채산성 악화로 무너진 것"이라며 "단체장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고 시의 분식회계를 아무도 잡아내지 못했다. 시의 돌려막기로 일시차입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파산 당시 전체 채무액은 시 재정(45억 엔)의 열여섯배에 달하는 632억 엔이었다"고 설명했다.

홍 연구위원은 "행정안전부는 한국의 지자체 재정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주장하지만 비판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최근 감사원과 행안부 자료를 보면, 일본 유바리시보다 재정력지수가 낮은 기초자치단체가 무려 47퍼센트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재정력지수는 재정수요 대비 재정수입을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재정력이 높다.

이와 관련, 홍 연구위원은 "감사원이 2007년 발표한 '일본의 지방재정개혁 및 재정분석·평가에 관한 연구'를 보면 당시 유바리시의 재정력지수는 0.23"이라며 "행정안전부 발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160개 기초자치단체 중 재정력지수가 0.23 미만인 지자체는 76곳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행안부 자료를 보면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고소득자가 많아 재정력도 탄탄했다. 그러나 다른 지역은 사정이 달랐다. 태백(0.229), 삼척(0.127), 홍천(0.199) 등 강원도 내 기초자치단체 대부분이 유바리시보다 재정 상황이 나빴다. 전라북도에서도 정읍(0.163), 남원(0.146), 진안(0.121) 등 상당수 도시의 재정력이 취약했고 경북 역시 공업도시를 제외한 나머지는 사정이 나빴다(영주 0.193, 상주 0.15, 영양 0.096).

홍 연구위원은 "재정력지수 하나만으로 지자체 재정건전성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면서도 "유바리시와 같은 비극이 우리나라에도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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