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시행 등에 항의하며 지난 12일부터 단식을 시작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이명박 정부의 반(反) 노동정책에 대항하는 것은 긴 싸움이 될 것"이라며 노동 현안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단식 9일 차를 맞은 김 위원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타임오프가 허용되면 그다음엔 파견법 개정, 나아가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까지 고치려 할 것"이라며 "이번 싸움이 단순한 밥그릇 챙기기가 아닌 시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사안이라는 것을 국민이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타임오프를 금과옥조로 여기면서 국민에게 곡학아세하고 있지만 얼마 전 참석한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한국의 상황은 한마디로 조롱거리였다"며 "'100만 해고 대란설'을 유포한 이영희 전 노동부 장관에 이어 임태희 장관의 노조법 개악까지 새 장관이 들어올수록 노동 조건 후퇴 경쟁을 벌이는 게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타임오프제 시행에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금속노조가 기아자동차 지부 등 대규모 사업장의 파업 동력 등을 이유로 21일로 예고한 총파업 계획을 지부쟁의대책위원회에 위임한 것에 대해 김 위원장은 "타임오프는 현장 동력화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기아차가 마치 노동계와 정부·보수 언론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는 느낌"이라며 "떠밀려서 하는 파업보다는 제대로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 이후 '쌍용차 트라우마'라는 게 생겼다. 그 정도까지 못할 바에 어설프게 (파업)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지금도 현장은 준비되어 있지만 어떻게 사안을 돌파하는지에 대한 전망을 지도부가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김 위원장은 총리실의 민간인 및 노조 간부 사찰 의혹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단식 첫날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지지방문을 왔는데 일제가 '근로'라는 이름으로 이들을 유린한 것처럼 고용노사비서관 등 노동 관련 인사들이 노동을 탄압하고 있다"며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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