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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 개장' 가든파이브, 영세 상인들 '죽을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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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 개장' 가든파이브, 영세 상인들 '죽을 맛'

한때 SH관리단 사무소 점거…"본래 취지대로 운영해야"

가든파이브에 입점한 상인 80여 명이 지난 15일부터 SH관리단 사무실을 점거 농성한 후, 5일 만인 19일 오후 5시경 농성을 풀었다. 상인들은 그러나 "SH관리단이 요구 조건을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을 경우 거리 농성도 불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상인들이 이처럼 극심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가든파이브가 출범 당시부터 안고 있던 '청계 상인들의 대체 부지' 기능을 못했던 근본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가든파이브는 서울시가 이명박 전 서울 시장 당시 청계천 복원 공사로 인해 상권에 피해를 입은 상인들의 대체 부지를 만들어주기 위해 조성한 서울 동남권 유통단지다. 고분양가로 인해 상인들의 계약률이 낮아 정식 오픈이 계속 늦어지자, SH공사는 관리단과 협의 후 NC백화점을 입점시켜 지난 달 초 개장식을 열었다. NC백화점은 라이프동의 영관과 패션관 2개 관의 지상 1층부터 7층을 사용하고 있다.

19일 오후 안규호 가든파이브 비상대책위원장(라이프동 지하 1층 상인)은 SH공사와 협의 후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상인들의 요구 사항 일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SH관리단 측의 설명이 있어 점거 농성을 풀기로 했다"며 "요구 사항들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청계 상인들과 원주민, 3지역 상인(청계8가, 왕십리, 종로 삼일빌딩에서 가든파이브로 이주한 상인)들이 연대해 전면적인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장사를 접어두고 사무실 점거 농성에 나선 가장 큰 이유로 라이프동에 입점한 NC백화점의 자의적 상권 이용을 꼽았다. NC백화점이 고객들의 동선이 상인들의 가게로 이어지는 것을 전면 차단해 상권에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안 위원장은 "가든파이브 내 모든 동선이 이랜드 그룹(NC백화점) 측의 편의 위주로 운영돼 영세 상인들이 상권을 안정시키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상인들이 수 차례 SH관리단에 문제 해결을 요구했으나 우리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프관 지하1층 에스컬레이터 앞. '지하철역 가는 길'이라고 쓰인 전자판은 지하1층 상인들이 직접 설치한 것이다. 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바로 건물 바깥으로 나가야 지하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는 백화점의 안내문구가 설치돼 있다. 같은 목적지를 두고 정반대 방향으로 이동을 지시하는 설치판이 나란히 자리잡은 셈이다. ⓒ프레시안(이대희)
실제 19일 오후 본지가 라이프관을 살펴본 바에 따르면 쇼핑객들의 동선은 NC백화점의 의도 대로 통제될 가능성이 있었다. 우선 고객의 접근로가 지하 1층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는 "지상 1층부터만 운영된다"는 설명이 큼지막하게 달려 있었다.

또 지하1층으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에는 지하주차장으로의 이동경로가 상인들이 밀집한 지하1층 대신 건물 바깥으로 표시돼 있었다. 자가차량을 갖고 온 고객들이 지하1층 상가를 거쳐 주차장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백화점 측이 조치한 것이다. 이 때문에 상인들은 자비를 들여 지하1층으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 상단에 "지하주차장으로 오시는 길"이라는 전자 광고판을 설치했다. 같은 목적지를 두고 정반대되는 설명이 나란히 붙어 있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상인들은 또 "주차 공간이 매우 많은데도, NC백화점이 고용한 지하주차장 안내요원이 백화점 지하주차장으로만 주차를 유도해 테크노관 등에 위치한 영세 상인들은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백화점이 상인들에게 임대한 상가 구획을 제멋대로 변경해 재산권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NC백화점 관계자는 "엘리베이터는 SH관리단에서 통제하고 있어 우리의 책임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어차피 지하1층을 통해 지상으로 올라온다"며 "고객들의 동선을 통제한다는 주장은 억측"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죽어가던 상권을 살리는데 NC백화점이 큰 역할을 했다"며 상인들에게도 NC백화점이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SH공사의 입주 지원대책도 상인마다 차별 지원된다는 점도 문제라고 상인들은 지적했다. SH공사는 당초 입점 계약이 부진하자 가블록(라이프동)에 입점하는 특별 분양 대상자들에게 "약속된 입점 기한 내에 계약을 마무리하면 인테리어비 1000만 원을 상인들에게 지원하고, 4퍼센트가 초과하는 대출금리 이자분은 보존해줄 것"을 약속했다.

안 위원장은 "입점신고가 늦어졌다는 이유로 일부 상인들은 인테리어비를 지원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왕십리 뉴타운 공사로 인해 상권을 잃은 상인들도 가든파이브로 이주하도록 서울시가 유도했으나 이들 상인은 4퍼센트 금리 보존이 보장되지 못해 피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문제의 근본 원인은 결국 SH공사, 나아가 서울시에 있다는 주장이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논평을 내 "서울시와 SH공사가 고분양가로 인해 상인들의 이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계획에도 없던 대형 테넌트(NC백화점)를 유치해 억지 개장을 했다"며 "NC백화점이 실제로는 영세 상인들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애초 가든파이브 사업의 본래 목적이었던 '정책상가'로서의 정체성 확보만이 정상화의 유일한 방법"이라며 "이처럼 상인들과 협의 없이 단지가 운영된다면 오히려 분양가가 더 치솟을 것"이라고 했다.

▲상인들이 점거했던 SH관리단 사무실. ⓒ프레시안(이대희)

이들 문제에 대해 SH공사 관계자는 "엘리베이터에 표기가 잘못되고, 에스컬레이터를 운용하는 고객들에게도 혼선을 준 점이 있다"며 "다시 한 번 관련 문제를 검토해서 상인들의 손실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인들에 대한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인테리어 지원비는 공사의 예산으로 사용하는 것이고, 분양가에 포함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상인들에 따라서 기한이 불가피하게 경과되는 등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던 부분은 면밀히 실사해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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