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중서부건설지부 조합원인 이들은 지난 5월 3일 ㅈ건설과 단체협상을 진행했다. 무면허 불법 재하도급을 없애고 직접고용을 통해 노동시간과 임금을 보장하라는 이들의 요구는 5월 26일 어느 정도 합의점에 이르렀고 찬반투표를 통과해 다음날 조인식만을 앞두고 있었다.
상황을 뒤집은 것은 ㅈ건설의 원청업체인 LH 경남기업. 26일 저녁 협상을 마친 노동자측 교섭위원에게 ㅈ건설 관계자가 전화를 걸었다. "자금상의 문제 때문에 본사(원청)와 상의해야 한다. 조인 날짜를 다음 달로 미루자"라고 말하는 관계자에게 교섭위원이 항의하자 경남기업 공무과장이 전화를 이어 받았다. 그는 "현장해서 독자적으로 (단체협상) 하는 모습으로 되겠나, 본사에 보고체계를 밟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아 사용자성이 없는 원청업체가 단체협상에 임의로 개입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결국 조인식은 취소됐고 5월 28일 열린 지방노동위원회의 단독조정회의에서도 ㅈ건설은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후 ㅈ건설은 공사를 포기했고 경남기업은 ㅅ건설을 새로운 업체로 선정해 대체인력을 투입하려 했다. 노조는 공사 포기를 증명하는 서류를 요구했지만 반응은 없었다. 이들에게 '현장과 관련 없는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출입을 하지 말라'는 공문서가 전달됐다. 결국 노조 분회장 등 대표 2명이 타워크레인에 올랐다.
노조는 6일 경남기업을 부당노동개입으로 고발하는 고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경남기업 측은 "당시 통화했다는 공무과장에게 확인한 결과 노조 측에서 요구하는 임금 결제일이 LH 본사에서 운영하는 결제시스템과 맞지 않아 이에 대해 협의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중서부건설지부 조합원 2명이 1일 새벽 경기 군포 당동의 한 공사현장 타워크레인에서 고공 농성에 들어갔다. ⓒ전국건설노동조합 |
사용자성은 없고, 단협엔 개입?
직접 고용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의 단체협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는 것은 특이한 일이 아니다. 청소용역 노동자, 대기업 제조 공장의 하청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할 때 소속 업체가 아닌 원청업체를 직접 겨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하청업체의 단협 갱신은 결국 원청업체가 도급단가를 올려서 비용을 채워야 하는 문제"라며 "기술과 자본력이 없는 하청업체가 원청의 눈치를 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대법원은 노조 활동을 하는 하청업체 사업장을 폐업시킨 현대중공업에 "원청회사인 현대중공업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근로관계상의 제 이익에 실질적인 지배력 내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면 노조법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부당노동행위의 주체 내지 단체교섭의무를 지는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있던 하청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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