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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아직도 모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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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아직도 모릅니까?"

[기고] 왜 나는 경부운하를 반대하는가

지금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의 글이 한국인에게 깊은 성찰을 던져주고 있다(☞관련 기사 : "이명박 대운하 공약, 농담인 줄 알았는데…").

시사문제에 관심 있는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그 분을 지지한 사람도 대부분 경부운하 사업을 찬성하지 않는다. 그러나 저 불도저는 귀를 막고 매일 '자기 세뇌'를 하고 있다.

그는 건설회사 사장이었다. 사람은 자기가 배운 지식을 써먹는다. 그래서 정말 말도 안 되는 그 일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늘이 노하고 땅이 통곡할 일이다. 나는 확신한다. 저런 분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나와도 도로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정말 쓸모 있는가? 이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건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미 분명하다. 이명박 당선자가 주장하는 '경제 회복'은 삼천리금수강산을 마구 난도질하여 건설 경기를 부양시키고 땅값 상승과 부동산 투기를 일으켜 자기 임기 5년 동안 경제 수치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친 서민이 아니고, 친 기업도 아니고, 친 재벌이다.

5년만 지나면 자신은 대통령이 아니고, 다음 대통령과 이 땅에서 평생 살아야 하는 서민이 어떻게 힘들어하든 알 바 아니다. 왜 건설 사업에 집착할까? 할 줄 아는 것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중국 쓰촨(四川)대학교 사학과 박사 과정이고, 올해 5월 논문 심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2000년 3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시민의신문>에서 환경 담당 기자로 일했으며, 2003년 4~5월 <프레시안>에 '박근형의 새만금 리포트'를 연재했다. 내 글을 받아준 <프레시안>과 내 글에 지지를 보내준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 새만금 간척 사업으로 더 이상 물이 들어오지 않는 거전 포구. 이처럼 토건 사업은 일단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프레시안

이 글은 2003년 8월 <아름다운 살인-새만금의 진실은 무엇인가>(박근형 지음, 그물코출판사 펴냄)라는 제목으로 출판할 수 있었다.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 나는 이 책에서 새만금 간척 사업의 역사를 기록하고, 토건 마피아(건설족)가 왜, 어떻게 나쁜 일을 하고 있는지 서술했다.

나는 이 책에서 지금 대한민국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일반인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 내가 직접 구상하고 쓴 단편 공포소설 두 편을 실었다. 지금 다시, 그 중 한 편을 소개한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여러분, 이 글을 읽은 뒤 이준구 교수의 글을 다시 읽기 바란다. 그리고 여러분 모두 제발 한 마디씩 하기 바란다.

먼저 <아름다운 살인> 45~48쪽. (이 이야기에 나오는 '콘돔'은 특정 회사와 관계없으며, 콘돔을 폄하하는 뜻이 조금도 없다. 그냥 비유다. 나도 콘돔을 애용하는 문화시민이다.)

'콘돔'이라는 마을이 있었다. 본래 이 마을 이름은 '복사뫼'였다. 첩첩산중에 작은 가람이 휘돌아나가고, 복사꽃이 만발한 사이사이로 연못과 비옥한 논밭이 펼쳐지는데, 그 속에 남녀노소가 오가며 평화롭게 농사짓고 있었다.

어느 날 이 마을에 김 부자라는 사람이 찾아왔다. 그도 이 마을 출신이었으며 공부를 잘 해 수재라는 칭찬을 들었던 사람이었다. 그는 강 뒤편 작은 분지를 사들였다. 그리고 여기에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 공장이 뭐하는 곳인지 몰랐다. 공장 관리인은 좋은 물건을 생산해 마을에 풍요와 번영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선전했다.

드디어 공장에서 생산품을 출하하기 시작했다. 한 어린이가 뜯어진 상자 사이로 손을 넣어 물건 몇 개를 가져왔다. 그 어린이는 이 물건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드렸다.

아버지는 이 물건이 콘돔이라고 가르쳐주셨다. 이제 복사뫼 사람들은 콘돔 만드는 공장이었음을 깨달았다. 마을 어르신 한 명이 공장주를 찾아가 면담했다. "콘돔이 이 마을에 풍요와 번영을 안겨준단 말인가? 그 콘돔 만들어 팔아 당신들 돈 버는 것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오?"

공장 관리인이 온화하게 미소 지었다. "이 마을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겠습니다."

다음날 김 부자가 고용한 인부들이 마을 개울가에 있던 징검다리를 없애고 콘크리트로 다리를 놓았다. 복사뫼 사람들 보기에 그것이 좋았다.

이번에는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를 뚫었다. 논밭이 사라지고 복사나무를 베어버리고 산에 터널을 뚫었다. 도시까지 차를 타고 편하게 갈 수 있어 복사뫼 사람들 보기에 그것이 좋았다.

콘돔은 계속 잘 팔렸다. 김 부자는 야산 하나를 사서 또 공장을 지었다. 노동자가 많이 필요한 만큼 사원기숙사가 필요했다. 야산의 나무를 다 베어버리고 콘크리트로 매끈하게 도배한 뒤 사원기숙사를 지었다. 이 과정에서 복사뫼 젊은이들이 건설 노동자로 참여했다. 농사 지어봐야 이윤도 크게 나지 않았지만, 건설 작업장에서 일하면 정기적으로 꼬박꼬박 높은 보수를 받았다.

이제 복사뫼 사람들은 새로운 건설을 원했다. 그 건설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김 부자는 복사뫼를 사랑하는 마음에 또 도로를 뚫었다. 마을 사람들은 열심히 일했다. 댐도 지었다. 강줄기가 댐에 막혀 수량이 줄어들고 물이 더러워졌다. 물고기들이 사라졌다. 도로를 너무 많이 만들어 차량이 늘어나 복사나무가 말라죽었다.

그러나 이제 건설을 멈출 수 없었다. 건설비를 마련하기 위해 김 부자는 또 콘돔 공장을 지었다. 외부인이 늘어나 술집도 많이 생겼다. 더 이상 농사짓는 사람도 없었다. 외부인들은 이곳을 콘돔 마을이라 불렀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부르자 복사뫼 사람들도 '콘돔 마을'이 익숙해졌다. 그러나 콘돔 마을 사람들은 몰랐다. 김 부자도 정권에 빌붙어 은행에서 마구 빌려온 돈으로 고향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콘돔 수요가 한계에 도달하자 공급을 늘릴 수 없었다. 공장관리인은 비밀리에 창고를 짓고 팔리지 않는 콘돔을 계속 쌓아두었다. 그리고 거짓말 했다. "콘돔은 계속 잘 팔리고 있습니다."

상자에 손을 넣어 콘돔을 처음 복사뫼 사람들에게 알렸던 그 어린이는 대학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왔다. 이미 옛날의 고향이 아니었다. 그것은 형태가 없고, 잔인하며, 엉망진창이었다. 인심도 각박했다. 강물은 말랐고 매연 때문에 스모그 없는 아침이 없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마을 사람들이 댐과 도로 사이로 운하를 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떤 이는 이렇게 말했다. "이 운하가 있어야 물동량을 늘릴 수 있다."

어떤 이는 이렇게 말했다. "농업용수로다."

또 어떤 이는 이렇게 말했다. "유람선을 띄워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기 위해 벌이는 사업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실은 수영장이다."

그 콘돔 마을은 말기암 환자였다.


여러분께 부탁한다. 나는 슬픈 마음으로 달을 가리켰다. 제발 내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기 바란다. 그리고 이준구 교수의 글을 다시 읽은 뒤 한 마디씩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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