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예고된 수순을 밟는다. 부동산 경기 부양이다.
정부는 지방 주택 미분양 및 건설업체의 연쇄부도 사태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올해 안에 지방의 민간 미분양 주택 2만5000가구를 사들이기로 했다.
정부는 또 대전ㆍ충청권, 대구, 광주, 울산, 창원, 진주 등 총 12곳의 지방 투기지역을 해제하기로 했다.
건설교통부 서종대 주거복지본부장은 20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건설경기 활성화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일단 1조원 동원해 1만채 매입…자금은 국민주택기금으로
정부는 당장 주택기금 여유자금 3조4000여 억 원 중 국회 동의 없이도 투입할 수 있는 1조 원을 동원해 준공 후 미분양 상태에 있는 1만 여 가구를 사들이기로 했다. 7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 물량은 9만822가구로, 이 중 8만3000여 미분양 물량이 지방에 집중돼 있다.
나아가 정부는 올해 안에 총 2만5000가구의 미분양 물량을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른 재원은 국민주택기금 기금 여유분과 주택공사의 채권 발행 자금 등을 활용할 예정이다.
매수 대상은 △공공택지에 건설된 민간 미분양 주택 △분양후 미분양 주택 등 악성 물량 △중소형 주택 등이다. 매입 가격은 국민임대주택 건설단가와 감정가격 중 낮은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매입주택 가운데 전용면적 60㎡이하 주택은 장기임대용 국민임대주택으로, 전용면적 60㎡초과 주택은 비축용 임대주택으로 활용된다.
건교부는 이같은 방안이 추진될 경우 2008년 말에는 전국의 미분양 주택 물량이 장기 평균인 7만6000가구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업계는 연말께 전국 미분양 주택 물량이 12만 가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
투기과열지구 해제 이어 이번엔 투기지역 해제까지
정부는 또 지방 12곳을 '투기지역'에서 해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당장 다음 주부터 대전ㆍ충청권 일부와 대구, 광주, 울산, 창원, 진주 등 일부 지방 등 총 12곳이 투기지역에서 해제된다.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 해당 지역의 6억 원 초과 아파트 등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에서 60%로 높아진다. 또,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도 배재된다. 이 경우 신규주택 분양과 기존주택 매입 때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쉬워진다.
이들 지역이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 남는 투기지역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69곳, 전국적으로는 총 81곳(32.4%)이다.
정부는 이미 2차례에 걸쳐 지방의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했다. 정부는 지난 7월 2일 부산, 대구 등 24곳을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했으며, 지난 13일에는 충청권 11곳을 투기과열지구에서 추가로 해제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 지역에서는 전매제한이 없어진다.
무주택 서민용 주택기금으로 민간 뒷처리라니…
정부의 이같은 특단 대책은 지방 중견 건설업체의 연쇄 부도 및 제2금융권의 위기설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주택 미분양 사태를 일시적으로나마 수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부동산가격을 잡는다는 목적으로 분양가 상한제 등 다양한 규제를 도입한 차에 민간 건설업체의 미분양 뒷처리까지 해 준다는 비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지방 미분양 물량이 워낙 많기 때문에 정부가 이 중 일부를 매입해 봐야 '표시가 안 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전인 올해 하반기에 대량 공급을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무주택 서민을 위해 마련된 주택기금을 동원해 실패한 민간사업을 지원하는데 대해 시민단체와 서민들의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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