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인 '분당급 신도시'가 벌써부터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분당급 신도시 건설을 주관하는 부처들이 신도시 개수를 놓고 1개다 2개다 엇갈린 발언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분당급 신도시란 지난해 11월 15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가격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는 여러 차례 이 신도시가 "분당에 맞먹는 규모"이고 "강남을 대체할 주거지역을 될 것"이라고 말해 왔다. 정부는 다음 달 이 신도시가 어디에 세워질지를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문제는 분당급 신도시가 1개가 아닌 2개가 될 수도 있다는 재정경제부 관료의 발언이 불거져 나오면서 시작됐다. 지난 주말 조원동 재경부 차관보가 비(非)보도를 전제로 "분당급 신도시 2곳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일부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된 것.
부동산 시장은 대번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진화에 나선 것은 재경부가 아닌 건설교통부. 건교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6월에 신도시 건설 부지를 발표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번 나온 '신도시 2개론'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부동산 시장도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경기도 광주시 오포, 용인시 모현 등 분당급 신도시로 거론되던 몇몇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러다 제2의 검단 신도시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급기야는 서종대 건교부 주거복지본부장이 22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분당급 신도시는) 1곳을 선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신도시 개수를 못 박기에 이르렀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신도시 개수에 대한 재경부와 건교부의 입장이 엇갈린다'는 지적에 대해 "국무회의에서는 이야기가 안 나왔는데, 엇갈리긴 하다"면서 "곧 조정돼서 잘 시행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정책 혼선이기만 할까?
분당급 신도시 개수가 1개였다 2개였다 하는 것은 부동산 관련 소관부처들 간의 전형적인 '정책 엇박자'를 보여주기도 하고,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건교부-재경부 간의 '힘겨루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 '규제 완화'와 '규제 강화' 사이를 오락가락 하며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해 왔기 때문에, '집값을 잡겠다'는 취지의 공급 쇼크라도 일단 국민들에게는 '새로운 투기 대상이 등장했다'고 인식된다는 점에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일관성'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러한 신뢰가 있어야 부동산 정책이 제대로 된 효과를 내는 것인데, 신도시가 1개일 수도 2개일 수도 있다고 정부 스스로 오락가락 하니 이런 선순환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 정부가 아무리 나서서 '투기해 봐야 소용 없다'고 경고해봐야 먹히질 않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호재'든 '악재'든 분당급 신도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속도로 건설될 예정이다.
건교부는 지난 14일 분당급 신도시의 조속한 건설을 위해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개정내용을 오는 7월 2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택지개발 절차는 현행 4단계(지구지정→개발계획승인→실시계획승인→택지공급승인)에서 2단계(지구지정→실시계획승인)로 줄어든다.
이 개정안에 따른 분당급 신도시 건설 일정은 △2007년 6월 후보지 발표 △2008년 2월 지구 지정 △2009년 5월 실시계획 승인 △2009년 12월 아파트 공급 등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발표부터 공급까지 꼭 2년 6개월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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