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한국 측 협상 수석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정해진 시간(3월 말) 내에 협상을 타결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미국 측 의지도 확고하다"면서 "8차 협상이 끝나면 핵심 쟁점만 남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며 (…) 마지막까지 남게 될 핵심 쟁점은 우리 측에서는 농업, 미국 측에서는 자동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 압력 심화돼…자동차 협상도 난항
마지막 공식 협상인 8차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11일 현재 '딜 브레이커(deal breaker, 협상 결렬 요인)'는 쇠고기와 자동차 등 2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미국 측은 △뼈가 들어있는 쇠고기도 수입하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 측 관세 40%를 조기 철폐하라 등 2가지 요구사항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으며, 이 중 뼈 있는 쇠고기를 수입하라는 요구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의 대한(對韓)수출이 금지된 2003년 당시 40%대의 관세에도 불구하고 쇠고기 수출액이 총 수출액의 1.5%, 농산물 수출액의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컸기 때문이다.
현재 쇠고기 관련 협상은 미국 측에 유리하게 기울고 있다. '뼛조각은 뼈로 본다'는 농림부의 입장에 협상 주무부처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가 동의하지 않는데다, 미국이 최근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11일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OIE 검역 전문가 패널은 작년 말부터 이달 초까지 미국 등 12개 나라가 제출한 광우병 위험 관리 보고서를 검토한 후 미국의 쇠고기 안전도 등급을 '위험 미정(Undetermined risk)'에서 'Controlled risk(위험 통제)'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뼈 있는 쇠고기도 수입하라'는 미국 측 요구가 크게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농림부가 국제기준인 OIE 기준을 수용해야 한다'는 통상교섭본부 측 압박도 덩달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쇠고기 문제는 오는 19일부터 양일 간 서울에서 열리는 농업 분과의 고위급 협상에서 어떤 방향으로든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한편 자동차 관세 관련 협상에서는 한국 측이 '관세철폐 이행기간 3년 내'를 희망하고 있지만, 미국 측이 미 민주당 및 '빅 스리(Big Three: 포드, 크라이슬러, GM 등 미국의 3대 자동차 메이커)의 강한 요구를 명분으로 '관세철폐 이행기간 10년 내'를 마지노선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져 협상이 큰 진통을 겪고 있다. 현재 미국 측 상품 양허안에는 자동차의 관세철폐 이행기간이 '15년 이내'로 잡혀 있다.
정부조달 협상 타결…美 주정부 제외, 韓 지방정부·공기업 제외
전날 정부조달 분과의 협상이 타결된 데 이어, 이번 8차 협상 기간 동안에는 기술표준(TBT) 분과, 위생검역(SPS) 분과, 전자상거래 분과, 통관 분과, 환경 분과 등 비(非)핵심 분과의 협상이 타결되거나, 1~2개의 잔여 쟁점만 남기고 마무리될 전망이다.
통상교섭본부가 공개한 정부조달 분과의 협상 결과에 따르면, 주(州)정부 조달시장은 미국 측 요구대로 개방 대상에서 빠진 한편 한국 측에서는 지방정부 및 공기업이 개방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미국 측 요구대로 BOT(건설-운영-이전) 방식 등 각종 민자유치 사업이 개방 대상에 포함된 한편, 한국 측은 미국 조달시장 참여 요건에서 미국 내 입찰 및 낙찰 실적을 제외하고 학교급식을 협정 예외 대상에 넣기로 했다.
이밖에 중앙정부의 물품 및 서비스 양허 하한선이 현행 한국 2억 원과 미국 20만 달러에서 각각 1억 원과 10만 달러 수준으로 낮아졌다.
11일 오후에는 이날 협상이 마무리되는 통관 분과의 협상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하지만 다른 핵심 분과들에서의 구체적인 협상 결과는 협상 타결 직전인 3월말까지 대부분 공개되지 않을 예정이다.
한미 양국은 이 달 안에 약 2번의 협상을 더 열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김종훈 협상 수석대표가 번갈아가며 '국내'와 '미국'을 맡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할 예정이다.
타결된 협정문은 5월 중순이나 말에 공개될 예정이며, 협정문 공개 대상은 국회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