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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원로들의 '표절' 밝혀져 충격! 경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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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원로들의 '표절' 밝혀져 충격! 경악!

<탐욕의 과학자들>에서 '연구부정 막자'더니…당사자들도 인정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과 같은 과학자의 부정행위에 경종을 울리자며 나온 책이 유사한 내용의 외국 책을 상당 부분 그대로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

<탐욕의 과학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말 국내에서 출간된 이 책은 내로라 하는 과학계 원로들이 공동저자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보문고 등 대형 서점의 추천 도서에 오르며 화제가 되기도 해 그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 김병준 교육부총리 지명자와 이필상 고려대 총장의 논문 표절 사태가 잇달아 폭로된 직후여서 학계와 지식인 사회, 나아가 시민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훈장까지 받은 과학계 원로들이 당당히 '표절'

지난해 12월 역사 속 과학자의 부정행위를 고발한다는 취지로 출간된 <탐욕의 과학자들>(일진사 펴냄)이 미국의 <뉴욕타임스> 과학담당 기자 니콜라스 웨이드 등이 쓴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Betrayers of the Truth)>를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 301쪽 가운데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84쪽이 무단 도용된 것.
▲ 지난 12월 나온 <탐욕의 과학자들>(민영기 외 지음, 일진사)이 최근 발간된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니콜라스 웨이드 외 지음, 김동광 옮김, 미래M&B)의 원저인 <Betrayers of the Truth>를 도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프레시안

특히 이 <탐욕의 과학자들>의 저자는 서울대, 경희대, 건국대 교수 등을 지낸 내로라 하는 과학계 원로들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특히 표절 부분을 쓴 민영기 전 경희대 교수, 박택규 건국대 명예교수는 천문학계, 화학계의 원로로서 대통령상(대한민국과학기술상), 훈장(각각 국민훈장 동백장, 황조근정훈장)까지 받은 이들이다.

이 저자들 가운데 민영기 전 교수는 서울대 교수(천문학과), 초대 국립천문대장, 한국천문학회장을 지낸 천문학계의 원로다. 박택규 교수 역시 건국대 대학원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등을 지내 우리나라 화학계의 원로로 꼽히고 있다.

이들은 <탐욕의 과학자들>의 머리말에서 "연구의 진실성과 투명성을 촉진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출판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말해놓고서 표절을 한 것이다. 특히 이들은 머리말에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을 '선행연구' 격으로 언급해 놓고서 이 책을 그대로 베끼는 대담함을 보이기까지 했다.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은 1982년 미국에서 출간되어 과학자의 부정행위에 경종을 울린 기념비적인 저술이다. 이 책은 1990년 국내에 한 차례 번역 소개됐으나 큰 반향을 얻지 못하다가, '황우석 사태'를 계기로 최근에는 김동광 박사(고려대 강사)의 새로운 번역으로 지난달 미래M&B에서 다시 출간됐다.

<탐욕의 과학자들>의 4분의 1 가량은 '도용'

<탐욕의 과학자들>은 시작부터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을 도용했다. 우선 <탐욕의 과학자들>은 프톨레마이오스, 갈릴레오, 뉴턴, 돌턴, 다윈, 멘델, 밀리컨 등의 부정행위를 설명하면서 총 19쪽에 걸쳐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을 그대로 도용했다. 특히 해당 부분은 거의 그대로 베낀 수준이어서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그 중 한 부분을 살펴보자.

"19세기에 들어서면서 프톨레마이오스의 기록을 다시 조사한 천문학자들은 몇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행성의 현재 위치로부터 역산해 본 결과, 프톨레마이오스 관측의 상당 부분이 잘못되어 있고, 그 오차는 고대 천문학 수준에 비추어 본다 해도 지나친 것이었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의 천문학자인 데니스 로우린스(Dennis Rawlins)는 프톨레마이오스가 했다고 주장하는 관측은 그가 직접 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프톨레마이오스보다 앞선 시대의 천문학자로 고대에 가장 높은 정밀도로 항성표를 로도스 섬(Island of Rhodes)에서 만든 히파르코스의 관측을 도용한 증거가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탐욕의 과학자들> , 10쪽)

이 대목은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의 34~35쪽(원서 24쪽)을 그대로 베낀 것이다. 해당 부분과 한 번 비교해보자.

"19세기에 프톨레마이오스의 데이터를 재검토하던 천문학자들은 기이한 현상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오늘날의 행성 위치에서 역산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프톨레마이오스의 관찰이 상당 부분 잘못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오류는 고대 천문학의 기준으로 볼 때도 매우 큰 것이었다. 샌디에이고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의 천문학자 데니스 롤린스(Dennis Rawlins)는 내재적 증거를 토대로 프톨레마이오스 본인이 관찰한 것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그의 주장에 따르면, 정작 그보다 앞선 시대의 천문학자인 로도스 섬 출신의 히파르코스(Hipparchos, ?~B.C 127?)의 연구 결과를 모조리 표절했다는 것이다. 히파르코스는 고대의 훌륭한 항성 목록 중 하나를 집대성한 인물이다."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 34~35쪽)

(참고로, 원서의 해당 대목은 다음과 같다. "In the nineteenth century, astronomers re-examining Ptolemy's original data began to notice some curious features. Back calculations from the present-day positions of the planets showed that main of Ptolemy's observations were wrong. The errors were gross even by the standards of ancient astronomy. Dennis Rawlins, an astronomer at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believes from internal evidence that Ptolemy did not make the observations himself, as he claim to have done, but lifted them wholesale from the work of an earlier astronomer, Hipparchus of Rhodes, who compiled one of the best star catalogs of ancient times.")

장 전체를 '도용'하기도…'처음'과 '시작'도 똑같아

이 부분뿐만이 아니다. <탐욕의 과학자들> 29~30쪽의 '로버트 훅'의 부정행위를 설명한 부분은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의 157~158쪽(원서 107~108쪽)을 그대로 베낀 것이다. 심지어 민영기 전 교수가 집필했다고 표시된 '펄서 발견에 얽힌 사제 간의 공적 논란'은 15쪽에 걸친 장을 거의 대부분 베낀 것이다.

"이 극적인 사건은 당연히 바다를 건너 스톡홀름의 노벨상 위원회에게도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1974년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 그룹의 책임자인 앤소니 휴위시(Anthony Hewish) 교수는 펄사의 발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여기에 문제가 있었다. 펄사를 최초로 발견하고 그것이 별과 같은 천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한 사람은 휴위시가 아니라 그가 지도하고 있던 대학원생 조슬린 벨(Jocelyn Bell)이라는 젊은 여학생이었다.

휴워시가 노벨상을 가로챈 경위는 최근 과학의 연구 조직에서 볼 수 있는 사제 관계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경향의 첫 번째 사례가 되었다. 즉, 지적인 관심과 지적인 협동 작업 위에 구축되었던 사제 간의 유대가 오늘날에 와서는 연구에 필요한 기구의 구입이나 연구비 획득 따위의 물질적인 필요성 때문에 맺어지고 있다. 이처럼 정신적인 유대가 희석된 사제 관계는 펄사의 발견에서 볼 수 있듯 온갖 악폐를 낳는 결과가 되었다." (<탐욕의 과학자들>, 38~39쪽)


"이 극적인 사건은 자연히 바다 건너 스톡홀름의 노벨상 위원회의 관심을 끌었다. 1974년에 노벨 물리학상은 '펄서 발견에 결정적 역할을 한 공로로' 케임브리지 대학의 천문학 연구 책임자였던 앤터니 휴이시(Antony Hewish)에게 수여되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펄서를 처음 발견하고 항성상(恒星狀) 천체로서의 펄서의 성질을 처음 인식한 사람은 휴이시가 아니라 조셀린 벨(Jocelyn Bell)이라는 젊은 여자 대학원생이었다.

휴이시가 노벨상을 어떻게 가로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과학 연구 조직에서 나타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향의 첫 단계를 잘 보여준다. 그것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볼 수 있었던 사제 관계의 붕괴이다. 지적 관심과 공유를 바탕으로 구축된 유대는 오늘날 장비 구입과 연구비 획득 같은 물질적 필요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다. 사제 관계의 비인간화는 펄서의 발견에서 볼 수 있듯이 온갖 폐해를 낳고 있다."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 205~206쪽)


장 전체를 거의 대부분 베낀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박택규 교수가 집필한 <탐욕의 과학자들>의 '논문 도용의 천재, 엘리아스 알스브티'도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의 55~78쪽, 87~88쪽(원서 38~54쪽, 60~61쪽)을 26쪽에 걸쳐 도용했다. 이 장은 시작과 끝을 모두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최첨단 연구기관에서 일했던 엘리아스 알사브티는 사람들의 눈에 띌 염려가 없는 잡지에 자신이 도용한 다수의 논문을 지능적이면서도 교묘한 방법으로 발표하고 있었다. 경력을 화려하게 꾸미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논문이었으므로 그는 많은 논문 리스트로 자신의 경력을 장식하고자 무려 3년간 논문 도용을 계속했다. 그러나 다른 학자의 논문 내용을 적극적으로 도용한 그의 성급한 행위는 끝내 그를 파국으로 몰아넣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매우 무모한 방법이었다. 알사브티 사건 역시 사회에 만연해 있는 입신출세주의가 과학계에도 퍼지고 있었다는 것을 경고하는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탐욕의 과학자들>, 117쪽)

"엘리아스 알사브티(Elias A. K. Alsabti)는 미국 연구기관의 주변에서 일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읽지 않는 잡지만 골라 훔친 연구결과를 발표해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그의 목표는 다른 많은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긴 발표 논문 목록을 내세워 자신의 경력을 부풀리고, 출세를 위한 종자돈으로 과학 논문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결국 3년에 걸친 그의 뻔뻔스러운 태도와 논문 전체를 모조리 베끼는 대담함이 그의 몰락을 불렀다. 지금까지 이보다 더 교묘하고 계획적인 기만행위는 발각된 적이 없었다. 알사브티 사건은 연구계 전반에 만연한 출세주의의 경향뿐 아니라 현대 과학의 내적 메커니즘을 상당 부분 밝혀주었다."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 55쪽)

이렇게 처음부터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을 거의 그대로 베낀 이 장의 끝은 다음과 같다. 막스 베버와 에밀 뒤르캠을 인용한 결론 역시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의 한 부분을 그대로 베낀 것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웨버는 과학을 하나의 직업으로 간주했다. 그는 진리를 추구하는 과학자의 정열만이 과학을 순수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같은 시대의 프랑스 뒤르캠이 과학자의 성실성을 보장하는 것은 과학자 개인이 아니라 그 과학자가 몸담은 사회라고 간파한 것도 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탐욕의 과학자들>, 142쪽)

"저명한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는 과학을 하나의 소명으로 간주했다. 베버의 관점에 따르면 진리에 대한 개별 과학자들의 헌신이 과학의 정직성을 지켜준다. 한편 동시대인이었던 프랑스의 에밀 뒤르캠(Emile Durkheim, 1858~1917)은 과학적 진실성(integrity)을 보증하는 것이 과학자 개인이 아니라 과학자 공동체라고 말했다."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 88쪽)

출판사 "필자들 양심 믿었는데"-저자 "도용 사실 인정…죄송하다"

이런 <탐욕의 과학자들>의 표절 사실에 대해 최근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을 펴낸 출판사 미래M&B 측은 "<탐욕의 과학자들>을 분석해 4분의 1 가량이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을 무단 도용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래M&B 측은 "이 표절 문제를 해당 출판사와 필자들을 상대로 공식적으로 제기할지의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을 번역해 펴낸 김동광 박사는 "그렇지 않아도 최근 <탐욕의 과학자들>의 필자로 되어 있는 한 사람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그는 '도용'한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죄송하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김 박사는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의 좋은 내용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욕심에서 도용한 것 같다"고만 말했다.

한편 <탐욕의 과학자들>을 펴낸 일진사 측은 "필자들의 양심을 믿고 원고에 대한 별도의 확인 작업을 거치지 않아서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의 내용을 도용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서도 "책이 나온 뒤 필자들이 '저서'가 아니라는 언급을 해 나중에 띠지를 따로 만들어 '편저'라는 표현을 넣었다"고 해명했다.

필자들은 머리말에서 "과학의 부정행위는 그것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일지라도 진리의 탐구를 목적으로 하는 직업에서는 절대로 허용되거나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제 이 지적은 고스란히 과학계 원로를 자처해 온 필자들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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