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는 8일 "서울대병원, 100주년 기념사업 중단하라'라는 성명을 통해 서울대병원의 해당 사업을 강하게 비판했다.
"대한의원은 이토 히로부미가 주도한 식민지배 위한 도구"
민족문제연구소는 "서울대병원이 교육, 연구 진료를 통해 우수한 의료인을 양성하고 국민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해 온 사실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개원 100주년 기념사업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도대체 무엇을 기념하고 계승·발전시켜나가겠다는 것인지 의문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성명을 낸 이유를 밝혔다.
이 연구소는 "서울대병원이 자신의 뿌리라고 주장하는 대한의원은 식민지배 정착이라는 목표 아래 꾸준히 추진된 조선인 회유를 일환으로 설립되었다"며 조목조목 대한의원의 성격을 따졌다. 이 연구소는 우선 대한의원의 설립 주체가 과연 서울대병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대한제국 정부라고 할 수 있는지부터 의문에 부쳤다.
이 연구소는 "대한의원의 설립 비용은 대한제국 정부가 일본에서 억지춘향 격으로 빚을 얻어 충당했지만 실질적으로 당시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의 구상대로 추진됐다"며 "이토 히로부미의 요청과 일본 왕의 임명으로 사토 스스무(육군 군의총감)가 대한의원창설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위원 전원이 일본인으로 채워진 데서 잘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소는 "이런 대한의원의 설립은 대한제국 정부가 설립한 적십자병원을 비롯한 3곳 의료기관을 통합해 근대식 서양 병원을 설립함으로써, 대한제국 황실의 위상을 악화시키는 동시에 통감부의 권위를 높이는 이중의 효과를 거두고자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사정 탓에 당시 항일 언론이었던 <대한매일신보>는 이런 대한의원 설립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대한의원 기념은 조선총독부 기념과 똑같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대한의원 설립은 태동하고 있던 자주적인 근대 의학의 싹을 말살하고 이를 통감부가 통제하는 식민지 의료체계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의료기관이 일제의 통감부와 그 어용단체가 조선 지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설립한 병원을 자신의 뿌리로 삼는 것은 마치 대한민국 정부의 뿌리가 조선총독부라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소는 "서울대병원이 국립대학 병원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도 있었다면 식민의 역사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고 이를 떳떳하게 기념하는 망발은 없었을 것"이라고 한 번 더 비판의 수위를 높인 뒤, 기념사업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 연구소는 "잊지 말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일과 자랑스럽게 기념해야 할 일은 빛과 그림자처럼 그 차이가 뚜렷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원 100주년-제중원(광혜원) 122주년' 기념사업은 서울대병원이 13억75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사업이다. 서울대병원은 3월 15일 공식 행사에 앞서 '대한의원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을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에 요청해 확정을 받았다. 또 대규모 음악회 개최, 타임캡슐 제작, 심포지엄 개최 등 다양한 행사가 올해 내내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은 그 동안 "대한의원은 한국 의료계 전체가 반성적으로 공유해야 할 경험적 자산"이라며 "식민지 시대의 역사가 정면으로 마주 대하기 부담스러운 역사라고 해서 무한정 회피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기념사업의 정당성을 강조해 왔다. 즉 대한의원의 이미지 뒤에 숨은 의료 근대화 사업의 주체적 성과를 재조명하겠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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