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는 2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회장단 회의를 갖고 다음달 임기가 만료되는 강신호 회장(동아제약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재추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강 회장은 일단 이를 고사했으나,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어 전경련이 거듭 회장직을 맡을 것을 요청할 경우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조건호 전경련 상근 부회장은 회의 후 가진 브리핑에서 "강 회장은 재계 수장격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전경련 회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으로 바쁘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사양하고 대신에 강 회장이 한 번 더 회장직을 수행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조 부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밖에도 회의 참석자 가운데 4~5명이 더 강신호 회장의 연임을 요청했으며 강 회장 이외에 차기 회장으로 추천된 사람은 없었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아들인 강문석 동아제약 수석무역대표와의 분쟁을 간접적으로 거론하면서 "최근 불거진 가족 문제로 전경련과 사회에 물의를 야기해 송구스럽다"면서 회장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조 부회장은 강 회장에게 거듭 회장직을 맡아줄 것을 요청하겠으며 강 회장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다음달 9일 총회에서 강 회장의 3연임을 확정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아마도 다음주 쯤 강 회장이 결심을 할 것으로 보이며 그가 회장직을 수락하면 더 이상의 논의는 필요 없다"면서 "오늘 회의에 불참한 총수들도 논의 결과를 수용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강 회장이 지난 2005년 전경련 회장 선출 과정에서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일단 사양한 뒤 결국 '간곡한 요청'에 못이겨 수락하는 방식으로 회장직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주요 그룹 총수는 물론 20명의 전경련 회장단 구성원 가운데 차기 회장직을 맡겠다는 자원자는 없으며, 언론 등에 의해 거론된 후보자들은 그룹 사정 등을 들어 차기 회장이 될 가능성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조 부회장은 "강 회장이 끝내 고사할 경우 회장단의 중지를 모아 새 후보를 물색할 것"이라면서 "전경련 회장단과 원로 고문단 4~5명으로 차기 회장 추대위원회를 구성해 새 후보를 물색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형식적인 절차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동아제약 회장인 강신호 회장은 2004년 중도 사퇴한 손길승 전 회장(당시 SK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전경련 회장직을 맡은 후 2005년 총회에서 회장으로 재추대됐다.
강 회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 출신으로 독일 프라이부르크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동아제약을 창업해 건강음료 박카스와 남성용 발기 부전제 자이데나 등 히트상품을 개발했다.
강 회장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 등을 맡아 대외활동에도 적극성을 보여 왔으며 특유의 절제력과 꾸준한 자기관리로 만 8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장년 못지않은 건강을 자랑하고 있다.
한편 이날 회장단 회의에는 강 회장과 부회장인 이건희 삼성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현재현 동양시멘트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최용권 삼환기업 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유진 풍산 회장, 허영섭 녹십자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조건호 상근부회장 등 14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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