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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환자들, 병원에 수백억 치료비 더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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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백혈병 환자들, 병원에 수백억 치료비 더 냈다"

백혈병환우회 주장…성모병원 "일부 초과청구 인정, 그러나…"

김미정 씨는 지난 3월 남편을 백혈병으로 잃었다. 전세금을 빼서 치료비 수천만 원을 일단 마련했지만 그것으론 부족했다. 그러던 중 김 씨는 우연히 진료비 확인을 요청했다. 6개월이 지난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결정문을 받아본 김 씨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김 씨가 치료비로 지불한 약 7000만 원 중 2900만 원을 병원으로부터 돌려받아야 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2004년 10월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박진석 씨. 박 씨는 2004년 11월부터 6개월 동안 네 차례 항암치료를 받았다. 항암치료 후 병원은 그에게 골수이식 수술을 권유했지만 7000만~1억 원이 필요한 수술비를 마련하는 일이 엄두가 안 나 결국 수술 받기를 포기했다. 그간 병원에 낸 3400만 원도 감당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역시 우연한 기회에 진료비 확인을 요청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그가 1900만 원을 환급받아야 한다고 결정했다.

  
  도대체 이들 백혈병 환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국백혈병환우회는 5일 오전 서울 장충동 만해NGO교육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이 백혈병 환자를 상대로 진료비를 불법으로 과다징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의도성모병원은 국내 백혈병 환자의 절반 이상이 치료를 받는 곳이다. 위에 소개된 김 씨의 남편과 박 씨도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간 이 병원의 진료비는 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등 다른 병원에 비해 비싸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여의도성모병원 측도 백혈병환우회의 기자회견 직전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관련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이에 따라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온 백혈병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그동안 수천만 원을 부당하게 과다 납부했다며 대거 항의 및 진료비 확인 요청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여의도성모병원은 다른 한편으로 "백혈병 환자를 국민건강보험 급여기준에 맞춰 치료할 경우 완치율이 현격히 떨어질 것"이라며 보건복지부를 비판하고 나서 향후 복지부의 대응도 주목된다.
  
  백혈병환우회 "여의도성모병원, 환자들로부터 수백억 원 과다 징수"
  
  백혈병환우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 간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백혈병 환자 100명의 진료비 영수증을 분석해 이 중 20명의 진료비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확인 요청한 결과를 발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명 전원이 각각 진료비 총액의 40~60%를 환급받아야 한다고 결정했음을 통보했다. 개인당 환급 금액은 1400만~4000만 원으로 평균 2500만 원에 육박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환급 결정 이유를 살펴보면, 보험이 적용되는 진료항목을 비급여 항목으로 돌려 진료비를 징수한 경우가 72%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한 백혈병 환자의 경우, 병원 측이 보험이 적용되는 진료항목을 비급여 항목으로 돌려 환자에게서 1392만 원을 더 받은 것으로 확인되자 결국 해당 액수를 환자에게 환급한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이 부분을 청구해 122만 원을 삭감당하고 1270만 원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백혈병환우회 측은 "처음부터 1392만 원을 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할 경우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초과하는 122만 원을 삭감당할 것이기 때문에 1392만 원을 고스란히 환자에게 부담시켰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백혈병에 걸린 환자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생제의 사용 횟수가 8번으로 제한돼 있다면 9번째 항생제 사용부터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항생제 투여와 같은 치료를 할 때 아예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것처럼 비급여 항목으로 돌려 환자에게 직접 청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의도성모병원도 이런 식으로 환자에게 진료비를 과다징수해 왔다는 것이 환우회 측의 주장이다.
  
  병원이 122만 원에 욕심을 부린 탓에 1392만 원을 고스란히 더 지불해야 했던 이 환자는 아내와 세 딸을 둔 가장이다. 현재 그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매달 100만 원씩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생활하고 있다. 1392만 원은 이 환자 가족의 1년치 생활비보다 더 많은 액수다.
  
  백혈병환우회는 "진료비 확인을 통해 환급이 결정된 환자들에게 적용된 것과 똑같은 기준을 그간 여의도성모병원에서 항암치료나 골수이식 수술을 받은 4000여 명의 백혈병 환자에게 적용하면, 이 병원이 그간 환자에게 불법으로 과다징수한 금액은 최대 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천 명의 백혈병 환자들이 진료비 확인 요청을 한다면 수백억 원 규모의 환급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의도성모병원 "일부 초과청구 사실…그러나 복지부 '기준'이 문제"
  
  이런 백혈병환우회의 지적에 대해서 가톨릭대성모병원 측은 일부 사실을 인정했다. 이 병원은 이날 낸 해명자료를 통해 "병원이 명성 때문에 다른 병원에 비해 상태가 안 좋은 환자들을 치료하는 만큼 진료비가 다른 병원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며 "백혈병의 특성상 최선의 진료를 위해 일부 초과청구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병원은 "백혈병 환자의 치료를 건강보험 급여기준에 맞춰 한다면 완치율은 현격히 떨어질 것"이라며 책임을 복지부로 떠밀었다. 복지부가 마련한 건강보험 급여기준대로 치료하면 백혈병 환자를 적절히 치료할 수 없기 때문에 기준을 초과해서 항암제, 항생제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해명에 대해 백혈병환우회 측은 복지부가 직접 나서서 시시비비를 가려줄 것을 요구했다. 백혈병환우회는 "복지부는 여의도성모병원의 주장처럼 건강보험 급여기준대로 치료하면 백혈병 환자의 완치율이 떨어지는지를 즉시 확인해 환자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며 "만약 기준이 부적절하다면 그것을 즉각 개정해서 환자의 치료에 적합한 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혈병환우회는 또 "복지부는 오랫동안 의료기관이 백혈병 환자들에게서 보험이 적용되는 사항을 비급여 항목으로 돌려 징수하거나 선택진료(특진) 비용을 허위로 징수하는 관행을 알고 있으면서도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다"며 "복지부는 의료기관의 이런 불법 비급여 징수를 감시·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적60분> 방송 예정…대한의사협회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
  
  한국방송(KBS) <추적60분>은 이날 백혈병환우회의 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6일 '백혈병 고액 진료비의 비밀, 환자는 왜 3억3000만 원을 돌려받았나'라는 제목의 방송을 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5일 <추적60분>을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가처분 신청서에서 "이번 문제는 현행 건강보험 급여기준 상 제한적 의료행위만을 건강보험 급여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는 심사기준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지, 의료기관 또는 의사들이 부당하게 과다진료를 함으로써 발생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백혈병환우회는 이날 오후 여의도성모병원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백혈병환우회 안기종 사무국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환급 결정을 내렸는데도, 현재 6명의 환자가 부당하게 과다청구된 진료비를 3~4개월이 넘도록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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