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미국이 '대테러 전쟁'을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켜 축출한 탈레반 세력이 5년만에 부활해 아프가니스탄 정부군과 나토 동맹군에 대대적인 공세를 펴고 있기 때문이다.
나토는 현재 미군 1만여 명 등 3만여 명의 병력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해 놓고 있으나 탈레반을 진압하기는커녕 전투에서 사상자만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아프간 사태를 둘러싸고 회원국들 사이의 갈등만 더욱 불거진 자리가 되었다.
이번 회의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나토 회원국들이 탈레반 반군세력의 저항이 거센 아프간 남부에 더 많은 병력을 파견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위험한 지역으로 병력을 이동하는 경우는 '긴급 구조작전 등 필요한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며 발을 뺐다.
이에 대해 아프간 남부에 파병한 영국, 캐나다, 네덜란드 등은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회원국들이 안전지역에 자국 군대를 묶어놓고 이득만 챙기려 한다면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아시아타임스>는 2일 탈레반이 나토도 손을 쓰기 힘들 정도로 급속히 세력을 부활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천상왕국'의 내막(Deep inside the 'kingdom of heaven')>이라는 분석기사를 실었다.
특히 이 기사는 지난 11월 21일 탈레반의 거점인 아프간 남부에 현장취재차 들어갔다가 스파이 혐의로 탈레반에 의해 체포돼 6일 동안 억류된 뒤 풀려난 <아시아타임스> 파키스탄 지국장 시에드 살렘 샤자드가 쓴 것이어서 주목된다.
샤자드는 이 기사에서 "1996년 정권을 잡았을 때 탈레반은 황폐한 아프가니스탄 남부에 '천상왕국'을 건설할 것을 약속했다"면서 "2001년에 미국도 탈레반을 축출하면서 지상낙원을 건설해주겠다는 약속을 했으나, 이 지역은 여전히 황폐하다"고 지적했다.
아프간 남부의 부족 주민들은 미국의 약속에 대해 기대를 걸고 탈레반에 대해 무기를 버리거나 산속 깊이 물러갈 것을 요구했다. 탈레반은 그 후 산으로 들어가 반군으로 변신했다.
"남부 부족 주민들, 다시 탈레반 지지"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5년만에 탈레반은 남부 부족 주민들로부터 산에서 내려와 자기들을 위해 일해줄 것을 요청받는 상황이 됐다.
샤자드는 "이것은 매우 중대한 변화"라면서 "아프간 남부 거점 칸다하르를 시작으로 수도 카불을 재탈환한다는 목표를 위해 첫 단계 작전을 전개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샤자드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남부지역은 황무지에 가깝다. 험준한 산악과 사막이 대부분이어서 깨끗한 물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은 탈레반의 근거지로는 오히려 매력적이다.
또한 남부 부족 주민들은 미국과 아프간 정부에 큰 분노를 느끼고 있다. 남부는 재건작업에서 사실상 배제되었으며, 무엇보다 미국과 아프간 정부가 남부 농민들의 큰 수입원인 양귀비 재배를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하면서도 적절한 보상은 해주지 않아 가뜩이나 2등 시민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이들의 모욕감에 불을 질렀다는 것이다.
탈레반의 세력은 이런 상황을 이용하면서 더욱 번창하고 있다. 급기야 남부 부족 주민들은 탈레반이 복귀할 것을 요청했다.
샤자드는 "탈레반이 올해 초 반격으로 얻은 모든 승리를 능가하는 놀라운 상황전개"라고 지적했다.
현재 탈레반은 압도적인 미국의 공군력과 나토군의 정교한 무기들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을 피하고 있다.
그 대신 탈레반은 서부로 이어지는 칸다하르-헤라트 고속도로와 동쪽 카불로 이어지는 도로를 차단해 칸다하르를 고립시키는 작전을 계획하고 있다.
샤자드는 "겨울철을 맞아 나토군과 탈레반 간의 교전은 점차 소강상태로 들어갈 것이지만, 이것은 본격적인 전쟁의 준비기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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