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닭, 오리 등 한국산 가금류에 대한 수입을 금지했다. 지난 19일 전북 익산 함열의 한 가금류 농장에서 고(高)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Avian Influenza)가 발생한 데 이어 27일 인근 농가에서 또 다시 AI 감염 사례가 발견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정부는 29일 "AI가 발생한 한국에서 가금류 및 관련 제품이 중국 내로 유입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한다"고 밝혔다.
중국 농업부는 이날 헤이룽장, 지린, 랴오닝, 산둥, 장쑤, 저장 등 한국과 인접한 6개 성에 보낸 통지문에서 "한국 전라북도 익산과 경기도 평택에서 AI나 의사 AI가 발생했다"면서 "국경지대의 가금류 및 관련 제품의 유통과 무역에 대한 감독·관리를 강화해 한국의 가금류 및 관련 제품이 중국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엄격하게 금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농업부는 특히 국경지대의 방역당국에 24시간 당직 근무체제를 발동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방역당국은 AI로 의심되는 사례가 발견될 경우 신속하게 가검물을 채취해 '국가 AI 실험실'로 보내고, AI 발생이 확실할 경우 즉각 응급대응 시스템을 가동하라고 지시받았다.
이에 앞서 지난 24일 일본 정부도 한국산 가금류의 수입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AI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한국산 가금류의 수입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며 "가금류 사육시설에 출입하는 사람들에게 작업화를 소독하는 등 특별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조류인플루엔자는 '사회경제적 질병'
이처럼 조류인플루엔자(AI)와 같은 가축전염병은 한번 발생하면 해당 농장뿐 아니라 관련업계의 수출 전선, 나아가 국가경제 전반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회경제적 질병(socio-economic disease)'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국가경제에서 닭고기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비교적 낮아 AI로 인한 피해가 적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에서 닭고기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현재 0.19% 수준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AI가 확산되면 그 피해는 무시할 수 없다. LG경제연구원은 국내에서 AI가 확산돼 가금류 사육 농가가 6개월 간 생산활동을 하지 못할 경우 7000억 원의 부가가치 손실이 발생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정도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AI가 인체에 전염되기 시작하면 그 피해규모는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AI가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AI의 인체 발병이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6개월 간 AI가 확산될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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