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네수엘라를 향한 워싱턴의 전쟁>의 저자 에바 골링거도 "정치권과 민간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는 단체들이 2년 전에는 63개였으나 최근 132개로 대폭 늘어났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이 차베스를 낙선시키기 위해 야권과 보수 정치단체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수도 카라카스에서 폐막된 도서전시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골링거는 "미국정부는 차베스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미 언론들의 반 차베스 캠페인을 주도하고 군사기밀 탐지, 사보타주, 각종 심리전, 베네수엘라 내의 민간단체 지원 등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골링거는 "대선을 앞두고 미국은 야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선거전략가와 정보통신 분야 전문가까지 동원해 차베스를 제압하려 하고 있다" 면서 자신이 수집한 각종 자료와 문서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베네수엘라 선거 개입설에도 불구하고 현지 전문가들은 대부분 차베스의 재선을 확신하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세계 제1의 원유매장 국가로 떠오르면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높이려는 미국이 중남미 반미 노선에 앞장서고 있는 차베스를 제거하려고 하지만, 차베스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워낙 강고하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막대한 오일달러를 동원해 제3세계 국가들을 지원하는 그의 외교가 힘을 발휘하고 있으며, 남미공동시장 국가들도 차베스를 지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차베스는 결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나 파나마의 노리에가(1989년 미국의 파나마 침공으로 체포돼 현재 미 마이애미 교도소에 수감 중)의 전철은 밟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미국은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원유 외에도 자국의 뒷마당이라는 중남미가 차베스를 중심으로 '21세기형 사회주의' 기치 아래 단결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차베스를 제거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차베스의 반격 역시 만만치 않다.
최근 유엔 안보리 투표에서도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한 80여개 국이 차베스를 확고하게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라크나 파나마에서처럼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할 명분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남미공동시장 국가들과 베네수엘라 국민 60% 이상이 차베스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어, 미국이 후세인이나 노리에가의 경우처럼 무력으로 차베스를 축출하기도 쉽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제3세계와 자국 국민들에 대한 차베스의 선심정책은 포퓰리즘 정책이라기보다는 자신과 베네수엘라를 외세로부터 지키기 위한 방위 차원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차베스의 반미노선을 지지하는 중남미 언론들은 베네수엘라의 대선에서 차베스의 승리보다 오히려 선거무효화나 대선 이후에 올 야권의 사회혼란 시도, 개표 방해, 정전이나 통신시설 마비 유도 등의 사보타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분위기다.
이들은 또한 콜롬비아 등지에서 특수훈련을 받은 무장세력의 동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골링거에 따르면, 민간인 복장을 갖춘 국적 불명의 무장조직원들이 이미 3000명이나 카라라스에 잠입해 활동하고 있다.
EU와 미주기구, 남미공동시장, 카터센터 등에서 베네수엘라 대선에 대규모 참관단을 파견한 것도 세계적인 감시 속에 선거를 진행해 대선무효 같은 최악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베네수엘라 대선의 승패는 이미 분위기로는 어느 정도 판가름이 나 있는 상태다.
유세장 현장을 취재하고 있는 중남미 각국 기자들에 따르면, 차베스의 유세장은 언제나 붉은색이 홍수를 이루며 경쾌한 음악과 살사댄스 등이 넘쳐나는 축제분위기 일색이다.
차베스가 연단에 등장하면 지지자들은 일제히 "차베스"를 외치며 차베스의 연설 한 마디 한 마디에 열광하며 승리를 확신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야권의 마누엘 로살레스 후보 진영에서는 지지자들이 이미 대선 패배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듯 유세장 분위기가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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