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성장이 4년10개월째 계속되면서 이번 달에 '2차 세계대전 후 최장의 경기확장'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런 성장의 과실은 일본 기업들에게만 돌아가고 있을 뿐 일본 국민 개개인은 이런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 "이자나기 호황기를 능가했다"
일본 정부는 22일 각료회의에서 승인한 '11월 월간 경제보고서'에서 "지난 2002년 2월부터 시작된 경기확장 국면이 이번 달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오타 히로코 경제재정상은 이날 각료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월간 기준으로는 '이자나기 호황기'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자나기란 일본 전설 속의 신이며, 이자나기 호황기는 1965년 11월부터 1970년 7월까지 4년9개월 동안 지속된 일본경제의 고도성장기를 의미한다.
오타 경제재정상은 기자회견에서 "소비부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경기회복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경기확장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최근 지표들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달 중순에 발표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분기에 비해 0.5% 증가했고, 민간 설비투자와 수출도 각각 2.9%와 2.7% 늘었다.
경제가 성장해도 임금은 제자리걸음
하지만 이런 성장의 과실이 일본 국민들에게는 돌아가지 않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지난 4년10개월 동안 기업의 이익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의 임금은 오히려 소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경기확장' 국면이었다는 지난 3분기에는 민간소비가 0.9% 감소했다. 일본경제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5%다.
이에 따라 일본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민간소비가 어떤 속도로 얼마만큼 회복될지가 일본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민간소비가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일본 정부도 '11월 월간 경제보고서'에서 현 경기에 대한 평가를 기존의 '회복 중'에서 '완만히 회복 중'으로 바꾸는 등 앞으로 경기회복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도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0.25%로 동결한 채 금리인상을 주저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늙은 경제' 때문
나아가 전문가들은 이번 경기 확장기를 이자나기 확장기와 비교하며, 계속되는 경기확장에도 불구하고 일본국민들의 생활형편이 나아지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일본경제가 늙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재의 호황과 이자나기 호황을 비교하며 "이자나기 붐이 선두를 따라잡으려고 온 힘을 다해 질주하는 젊고 생생한 일본을 상징했다면, 최근의 회복세는 심장병에 걸렸다가 간신히 회복해 걷고 있는 늙은 일본의 모습"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실질성장률 증가폭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이자나기 확장기에는 11.5%였지만 이번에는 2.4% 수준이다.
일본 인구의 급속한 노령화와 GDP의 180%에 달하는 공공부채도 향후 일본의 경제성장에 부담을 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미국의 경기가 후퇴하게 되면 일본의 경기도 동반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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