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석유중독국 미국의 새로운 전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석유중독국 미국의 새로운 전선

[먼슬리리뷰: 아프리카의 석유(1)] '에너지안보'라는 쟁탈전

미국의 정치경제 평론지인 <먼슬리 리뷰(Monthly Review)>는 지난 6월호에 이어 9월호에도 아프리카의 석유개발 문제를 다룬 글을 게재해, 이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6월호에 게재된 글 '아프리카에 울리는 경보: 미국의 새로운 제국적 거대전략(A Warning to Africa: The New U.S. Imperial Grand Strategy)'은 석유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대 아프리카 정책의 제국주의적 성격에 초점을 맞추었던 데 비해, 9월호에 게재된 글 '석유의 제국: 자본주의적 강탈과 아프리카 쟁탈전(Empire of Oil: Capitalist Dispossession and the Scramble for Africa)'은 해외자본에 의한 석유개발이 아프리카 내부에 초래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아프리카연구센터의 마이클 와츠(Michael Watts) 센터장이 쓴 이번 9월호 글의 번역을 5회에 걸쳐 연재한다. 참고로 6월호 글의 번역은 지난 6월 8일(미국의 새로운 제국적 거대전략 ☞
바로가기)과 9일(아프리카로 옮겨붙는 패권경쟁 ☞ 바로가기) 이틀 간 <프레시안>에 연재됐다. <편집자>

2006년 조지 부시는 이전의 어느 미국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천명하지 못했던 '중독'이라는 단어를 연두교서를 통해 결국 내뱉고 말았다. 이는 미국이 석유에 중독됐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었고, 자동차에 중독됐다는 말과 같은 것이었다.

미국은 석유에 중독된 결과 중동의 석유 공급자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게 됐다. 하지만 부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대외정책의 요체인 석유획득 전략이 철저히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전략은 1945년 2월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드 왕이 미국 선박인 퀸시호 선상에서 만나 '특별한 관계'를 수립하면서 성립된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이 정책을 떠받치는 기둥 역할을 해야 하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걸프만의 산유국, 베네수엘라 등은 미 제국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고분고분 놀아주는 양이 아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추가 석유생산 여력이 사상최저 수준인 동시에 1차산품 거래시장에서 투기가 활개 치는 가운데 거대 석유회사들은 큰돈을 벌고 있다. 석유회사들이 올리는 이윤은 사상최대로 급증하고 있다. 셰브론의 2005년 순익은 140억 달러였고, 2006년 1분기의 매출은 전년도에 비해 50% 증가했다. 이는 의회에서 초과이윤세가 거론되기에 충분한 기록적인 고수익이다.

석유 거래업자들에게 투기 충동을 일으킨 이란,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의 공급위기는 배럴당 70달러까지 석유가격을 치솟게 만들었고, 석유업자들의 무리에 둘러싸여 살았던 전 석유업자(조지 부시 미 대통령을 지칭-옮긴이)는 백악관 복도를 활보하고 있다. 이로도 충분하지 않은 듯 미국 정부는 '모호한 법률'을 통해 주요 석유기업들이 지불해야 하는 70억 달러의 채굴권 사용료를 향후 7년 간 유예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2006년 3월 27일 보도했다.

이러한 모든 정황을 보면서 우리는 1973년 산유국의 석유수출 금지 조치나 1980년까지 미국의 석유자급을 달성하고자 닉슨 대통령이 추진했던 독립 프로젝트(Project Independence) 정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닉슨의 정책은 참담하게 실패했다(미국의 수입석유 의존도는 1960년대 말에 20%였는데 2025년에는 6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닉슨은 어쩔 수 없이 국내 석유생산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믿을 만한 해외의 공급자들로부터 최소의 비용으로 석유를 공급받고자 했다. 그것은 조지 부시가 지금 하려고 하는 것과 같다.

부시의 레이더망이 대안의 석유 공급처를 중시하게 된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에너지 절약 전략이나 석유세 인상 정책은 부재하기 때문이다. 부시의 2006년 연두교서가 발표되기 훨씬 전인 2001년에는 체니가 <국가 에너지전략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석유의존 습관을 가리켜 "미국의 이익을 진심으로 고려할 리가 없는 해외권력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한탄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06년 3월 1일자에서 미국의 이 새로운 의제를 명확히 지적했다. 아프리카의 탄화수소(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은 걸프만 국가들에 비해 적긴 하지만 아프리카의 정세가 "안정되기 시작했고", 따라서 "에너지기업 간 첨예한 경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석유산업계의 주요 컨설팅회사 중 하나인 IHS에너지는 아프리카, 특히 대서양 연안의 석유생산이 늘어나면서 "유전탐사를 겨냥한 막대한 규모의 투자자금"이 유인되어 2010년이 되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액체탄화수소(석유를 지칭-옮긴이)의 30% 이상이 이 지역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5년 동안 새로 발견된 석유 매장지가 드물긴 하지만, 북아메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새로 발견된 석유의 4분의 1은 아프리카에서 발견됐다. 새로운 쟁탈전이 형성되고 있다. 그 전쟁터는 석유가 많이 매장돼 있는 아프리카다(아래 지도 참고).

이 쟁탈전의 이름은 '에너지 안보'다. 미국 외교협회가 새 보고서 <인도주의를 넘어(More Than Humanitarianism)>(2005)에서 아프리카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의 접근방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프리카 서부의 나이지리아에서 앙골라까지 이어지는 기니만은 내륙과 연해를 포함해 석유매장량이 풍부한 곳으로, 점점 더 변덕스럽고 예측할 수 없게 변해 가는 페르시아만의 산유국들 대신 부시가 대안으로 삼는 핵심 지역이다. 나이지리아와 앙골라 두 나라에서만 매일 400만 배럴의 석유가 생산되고 있고, 이는 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석유 전체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양이다.

미국의 석유기업들은 지난 10년 간 이 지역에 4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왔고, 2005년에서 2010년 사이에 300억 달러의 투자를 더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에 대한 투자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이루어지는 외국인직접투자 총액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의 외국인직접투자 총액 중 60% 이상이 4개국에 집중되고 있다. 또한 이 지역에서 2003년 이후 국경을 넘어 이루어진 국제 기업인수합병(M&A) 중 거의 90%는 광업과 석유 부문에서 일어났다. 저렴한 저유황 석유를 안정적으로 수입하는 것뿐 아니라, 아프리카 석유산업에서 적극적인 행위주체로 새로이 등장한 중국의 진출을 예를 들어 수단에서, 한국의 진출을 예를 들어 나이지리아에서 각각 차단하고 이 지역에서 이슬람권의 테러를 저지하는 것도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포함되어 있는 게 분명하다.

지식인들은 혁명적 이슬람을 상대로 진행되는 싸움에서 아프리카가 "새로운 전선"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에너지 안보는 원시적 축적이라는 오래된 것과 테러와의 전쟁을 수반하는 미국의 군사주의라는 새로운 것이 뒤섞인 위협적인 혼합물임이 드러나고 있다.
▲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석유생산 현황. ⓒ MR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