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내년에 경기부양책을 쓸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19일부터 이틀 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 중인 권오규 부총리는 19일 총회가 열리는 싱가포르 선택시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는 거시경제에서 불균형이 발생하는 경우 파인튜닝(미세조정)하는 선에서 대응했지만, 내년에는 거시경제 운용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리밸런싱(재조정)을 해나갈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규 부총리는 "재조정은 시점과 폭이 중요하다"며 "내년 성장률 전망치인 4.6%가 적정한지 따져보고 고용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될 때는 재조정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오규 부총리는 이날 자신이 말한 '재조정'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권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정부가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해 온 기존의 입장을 버리고 재정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경기 살리기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대선 앞두고 또 경기부양책?
사실 정부는 최근 들어 '경기부양'이란 용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 내년부터는 경기부양책을 쓸 수도 있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특히 최근 권오규 부총리는 '경기침체 가능성과 이에 대응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 자주 언급해 왔다. 지난 12일 권 부총리는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에서 가진 연설에서 "세계경제 악화와 미국경제 경착륙 가능성 등으로 인해 내년에는 강한 수출 성장세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경기의 하방 위험에 대응할 정책 여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경제운용 기조를 경기부양 쪽으로 전환할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재정투입의 확대에 소요될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다. 이와 관련해 재경부 관계자는 "애초 2005~2009년을 대상으로 한 중기 재정계획에는 내년도 관리대상 수지적자 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3%로 돼 있었는데 이를 계획보다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즉 경기부양책에 쓰일 재원은 적자 보전용 국채를 발행해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채 발행을 통한 재정확대가 쉽지만은 않다. 2002년까지만 해도 19.5%였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올해 말에는 32.7%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추가적인 국채발행에 따르는 부담이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할 내년도 예산안에도 이미 9조 원 규모의 적자 보전용 국채 발행 계획이 담겨 있다.
이와 함께 대선이 실시되는 해인 내년에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쓰는 것에 대해 야당들이 '선거용'이라며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01년에도 진념 당시 경제부총리가 대선이 예정된 2002년도에 경기부양책을 쓰기 위해 예산을 5조 원 증액해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가 오히려 8500억여 원을 삭감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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