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는 순항 중, 단 상어의 출몰을 조심할 것."
19일부터 이틀 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를 앞두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일요판 신문인 <옵서버>가 IMF의 세계경제 진단을 이같이 요약했다.
17일자 <옵서버>에 따르면 IMF는 현재 세계경제가 1970년대 이래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내년에도 이런 견고한 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IMF도 향후 몇 년 사이에 이런 장밋빛 경제전망을 뒤집을 위협요소들이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옵서버>는 IMF 소속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세계경제의 순항을 방해할 6마리의 '상어'들로 △인플레이션의 재발 △유가의 재상승 △미국 주택시장의 붕괴 △글로벌 불균형 △전 세계의 정치적 위기 △실업으로 인한 정치적 반동의 가능성 등을 꼽았다.
△인플레이션이 돌아오면 =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국의 중앙은행은 중국, 인도 등 저비용 국가들에서 생산하는 다량의 값싼 상품들 덕분에 인플레이션의 악령을 물리쳤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난 2002년부터 유가가 3배 이상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졌다.
또 미국의 경기하강 기조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미국 연준이 지난달 금리인상을 중단했지만,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일어나는 디플레이션이 발발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유가가 또 올라가면 = 지난달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치솟았던 유가는 최근 배럴당 65달러로 떨어지면서 세계경제의 시름을 덜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MF는 지난주 이란,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 주요 석유생산국들로부터의 석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세계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의 유가상승이 중국, 인도 등 급성장 국가들에서 석유에 대한 수요가 치솟아 발생한 것이라면, 앞으로는 1970년대 석유위기처럼 공급 쪽 요인에 의해 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 주택시장 침체가 악화되면 = 지난 몇 년 간 미국 주택시장은 닷컴 거품이 붕괴된 후 낮아진 이자율에 힘입어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1995년 이래 평균 주택가격은 2배 이상 상승했다. 미국에서 실질소득의 상승이 정체되고 에너지 가격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민들은 이같이 가격이 치솟은 주택을 담보로 대출 받아 기존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연준이 17번이나 이자율을 올리면서 이같은 상황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게 됐다. 그런 징후로 벌써 건축 부문의 경기가 하강하고 있고, 이 부문에서의 고용도 줄어들고 있다.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가 세계경제에 얼마 만큼의 파괴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과 일본의 견고한 성장세가 미국 주택시장 침체로 인한 부작용을 상쇄할 것이라고 본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미국 주택시장 침체의 부작용이 미국인들의 소비 감소뿐 아니라 미 금융시장의 동요로 이어져 미국과 관계를 맺고 있는 전 세계 기업들에 미칠 것이라고 본다.
△세계 투자자들이 미국경제에 더 이상 돈을 대주지 않으면 = 현재 미국은 중국 등 저비용 국가들에서 수출품을 사들이기 위해 매일 30억 달러나 되는 빚을 새로 지고 있다. 반면 중국 등 신흥국들은 이렇게 미국에 수출해 벌어들인 돈을 자국의 중앙은행에 쌓고 있다.
IMF는 오랫동안 이런 '글로벌 불균형'이 세계경제를 심각한 충격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만약 투자자들이 달러의 약세화를 우려해 달러 위주의 외환보유를 다변화하기 시작하면 이는 미국경제에 타격을 주고 나아가 전 세계적 경기후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위기로 불안정이 심화되면 = 이란의 핵 프로그램 재개 및 이란과 미국 사이의 전쟁 발발 가능성,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계속되는 유혈 사태, 조류 인플루엔자의 대량 발생 가능성 등 전 세계의 지정학적 불안정이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실업에 대한 분노가 정치적 반동을 부르면 = 미국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 경우 저가 수입품, 아웃소싱이 미국 내 신규 고용창출을 가로막고 있는 것에 대한 미국 내의 반발이 커질 것이다. 미국 상원의원들은 중국이 위안화의 가치를 올리지 않을 경우 중국산 수입품에 27.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중국을 위협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지난 7월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가 결렬된 후 이로 인한 후유증이 세계경제에 큰 부담을 지울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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