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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사, 데이터까지 조작해 다국적기업에 '충성'"

박재완 의원 주장 "타이에서 수차례 접대도 받아"

대한적십자사가 수백억 원의 비용이 드는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특정 다국적 기업의 장비에 대한 성능시험 결과를 과장해 국제 학회에서 발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게다가 국제 학회에 참석한 적십자사 직원들은 해당 업체로부터 관광·식사 등을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데이터까지 조작하며 특정 다국적기업에 '충성'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재완 의원(한나라당)은 22일 "지난 2005년 11월 11~15일 타이에서 열린 국제수혈학회에서 적십자사가 발표한 A사의 '혈액 검사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성능시험 결과 데이터가 조작된 정황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적십자사가 '검사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A사에 특혜를 주는 등 문제점이 많았다는 그간의 문제제기와 일맥상통한다. <프레시안>은 이미 6월 22일("내 피가 다국적기업 장비 검사에 사용됐다고?")과 27일("다국적기업 장비 시험에 '시민 피' 바친 사정은") 등 두 차례에 걸쳐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박재완 의원의 지적에 따르면, 2005년 11월 타이에서 열린 국제 학회에서 적십자사가 발표한 자료는 같은 해 5월 국내 학회에서 발표한 자료와 데이터가 다르다. 특히 양 학회에서 발표한 B형 간염 검사 결과를 보면 총 샘플 수가 1만8268건(국내 학회)에서 1만8257건(국제 학회)으로 11건 줄었다는 것.

문제는 그 11건의 샘플이 모두 '위 양성(僞 陽性)' 판정을 받은 것들이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데이터가 달라지면서 B형간염 양성이 아닌데도 양성이라고 판정받은 결과가 13건(국내 학회)에서 2건(국제 학회)으로 줄면서 B형간염에 대한 A사 장비의 특이도(specificity, 음성을 음성이라고 판정할 수 있는 확률)는 99.93%에서 99.99%로 높아졌다.

실제로 적십자사는 지난 4월 A사의 장비를 '검사 자동화 시스템'으로 잠정 선정하면서 "B형간염 검출에서 경쟁장비에 비해 우월했다"고 선정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익명의 적십자사 관계자의 증언을 인용해 "A사의 장비를 도입하기 이전에 데이터를 조작해 국제적으로 홍보를 한 것"이라며 "이런 부패 거래로 앞으로 혈액수가가 상승해 결국 매우 급한 수혈자들의 수혈 비용만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적십자사는 '검사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위해 혈액수가를 인상해줄 것을 복지부에 요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타이 출장 중 수차례 접대도 받아

한편 적십자사는 타이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하면서 A사로부터 차량·관광·식사 접대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백억 원의 도입 비용이 소요되는 새로운 장비 도입에 응모한 특정 기업의 장비의 성능을 홍보해주는 대가로 접대를 받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적십자사가 박재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타이로 간 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직원 3명은 11월 14일 A사에서 제공한 차량(1인당 약 1만1000원 상당)으로 방콕을 관광하고, 점심식사(1인당 약 1만5000원)를 제공받았다. 적십자사는 이런 접대를 받은 데 대해 "1인당 3만 원 미만으로 제공되는 음식물 또는 편의를 받는 것은 임직원 행동강령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적십자사 직원 3명이 11월 14일 이전에도 계속 A사에서 제공한 차량으로 관광, 식사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고가의 장비 도입을 앞두고 적십자사 직원들이 타이에서 며칠씩 특정 기업이 제공한 접대를 받은 것은 앞으로 결정될 '검사 자동화 시스템' 사업자 선정의 공정성을 훼손하기 충분한 일"이라고 적십자사를 비판했다.

박재완 의원은 "앞으로 '검사 자동화 시스템' 도입과 관련한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정리해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적십자사는 지난 4월 '검사 자동화 시스템'을 A사의 장비로 하기로 잠정 결정했으나 <프레시안>의 문제제기가 있은 후 복지부는 지난 7월 6일 적십자사의 장비 선정 결과를 부결 처리하고 재심의 및 재선정을 요구해 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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