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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건형 치수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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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건형 치수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고] 또 나오는 '댐 필요론'을 탄한다

물은 흐르는 것이다. 즉 물 자체의 논리가 있다. 또한 모든 생명은 물을 이용한다. 인류문명 역시 물을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 시대마다 다른 역사를 만들어왔다. 그러므로 물은 언제나 안전과 이용이라는 양면성을 가진 보편적인 공공재다.
  
  1980년대까지 한국의 치수정책은 수자원 확보를 무엇보다 중요시했다. 특히 전력과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어진 댐은 도로, 항만과 더불어 3대 인프라로서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한국이 15개의 대형 다목적 댐을 보유한 세계 최고의 '댐 강국'이 된 것도 이런 사정 탓이다.
  
  그러나 댐 건설의 반대급부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국내 대부분의 하천은 모두 인공형 하천으로 바뀌는 등 큰 변화를 겪어야 했다. 1960~80년대 경제개발 정책의 후유증이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과거의 경제개발 정책으로 회귀하자는 주장이 느닷없이 나오고 있다. 홍수 때마다 되풀이되는 '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또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개발독재 시대의 환상에 빠져있는 토건자본
  
  왜 잊을 만하면 '댐 필요론'이 제기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댐 공사를 비롯한 수십 년간의 토목공사를 통해 축적된 자본이 계속 이익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논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1970~80년대에 호황이었던 다른 업종 중에는 지금은 기억에서 사라진 것이 많다.
  
  반면에 토건 기업들은 국가적 지원을 배경으로 끊임없이 이윤의 실현을 도모하고 있다. 게다가 수자원 관리에 이해관계가 있는 관료들의 담합과 정치권의 무지가 곁들어져, 한국의 치수정책은 아직도 1970~8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댐 건설은 왜 시대착오적인가?
  
  우선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국내에서 자연형 하천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의 하천이 인공 수로로 변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양댐, 충주댐, 안동댐, 대청댐과 같은 대형 다목적 댐을 지으려고 해도 더 이상 지을 데가 없는 게 현실이다. 또 전국의 크고 작은 하천이 각종 개발에 직강화되면서 홍수 때는 과거와 달리 유속이 엄청나게 빨라졌다.
  
  전 지구적인 강우 패턴의 변화도 댐 건설이 더 이상 현실에 부합하는 치수정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과거에는 여름철 강우는 6~7월 장마와 8~9월 태풍이라는 패턴을 거의 그대로 반복했다. 그러나 지금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국지성 호우와 초특급 태풍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강우의 패턴이 변했는데도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댐 건설 논리만을 강변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한심할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과거처럼 댐 건설을 밀어붙일 수도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댐은 엄밀히 상류의 희생으로 하류의 이익을 만드는 일이다. 댐 건설 과정에서 상·하류 주민 사이의 갈등이 유발될 수밖에 없고 이것은 큰 사회적 손실로 확대되고 있다. 더구나 보상비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탄강 댐의 경우 예산이 1조 원인데 이 중 보상액이 7000억 원이나 되고 실 공사비는 3000억 원에 불과하다.
  
  살아남으려면 변화해야 한다
  
  지금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은 시대착오적인 거대 토목건설의 환상에 아직도 사로잡혀 있는 토건 자본과 거기에 기생하는 일부 언론, 관료들이다. 이제 토건 자본도 스스로가 변화시킨 하천과 변화한 강우 패턴에 맞는 다른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 당장 그곳에 더 많은 이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노후화된 많은 댐을 어떻게 관리·처리할 지, 또 직강화된 하천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그들에게도 생존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임진강 수계의 예를 들어보자. 임진강 하류는 1996년, 1998년, 1999년 세 차례의 큰 물난리를 겪었다. 당시 수해의 원인을 보면, 하천을 왜곡시킨 데 큰 원인이 있었다. 파주문산 지역은 저지대에 철도, 교량, 건물 등이 무질서하게 방치되었고 배수시설과 제방은 형편없는 실정이었다. 상류의 소규모 하천들은 모두 그 폭이 좁혀지고 직강화해 저류지를 상실한 상태였다.
  
  결정적으로 한탄강에서 연천댐이라는 장애물이 강물의 흐름을 가로막고 있다가 일시에 붕괴되면서 임진강 수계는 홍수의 전시장이라는 오명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 수해에는 1998년보다 훨씬 많은 양이 하류로 흘러갔지만 피해는 거의 없었다. 몇 차례의 수해를 겪으면서 파주시는 수해방지 시스템 없이 파주의 미래는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인식했다.
  
  수년간 각종 배수시설을 설치하고 교량을 이설하는 등 방재를 위한 시설투자가 다양하게 이뤄졌다. 상류에서는 연천댐을 과감히 철거해버렸다. 연천의 상습침수 지구였던 한탄강 유원지도 모두 이전했다. 단지 물 흐름의 장애물을 걷어내고 하천부지에 있었던 시설물을 고지대로 옮기고 파주시의 방재시설을 현대화했을 뿐인데, 이번 수해에서 가장 안전한 수계가 임진강 수계였던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임진강 수계에는 하천에 쌓인 퇴적물을 준설하는 것만 추가해도 30% 이상 물 빠짐을 증대시킬 수 있다. 한강 하구나 고랑포 지점의 골재만 제거해도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한국의 토목기업들은 바로 이런 파주의 예에서 보이는 획기적인 발상전환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더 이상 과거의 댐 건설 방식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알아야 하고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 또 언론도 마찬가지로 이제 댐 중심 치수 시스템의 나팔수 역할을 멈춰야 한다. 댐과는 무관한 수해임에도 불구하고 '치수는 댐'이라는 공식에 익숙해 있는 국민들도 반성과 인식전환을 해야 한다. 반도체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없었다면 전자산업의 오늘은 없었을 것이다. 치수정책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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