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이 국내 부유층은 물론 외국계 기업들에게도 '탈세와 투기의 천국'이었음이 드러났다.
서울시는 1998년 이후 서울 시내에서 대형 부동산을 거래한 적이 있는 126개 외국계 법인들 가운데 탈세 혐의가 있는 66곳을 골라 그 중 20곳에 대한 표본조사를 실시했다고 25일 밝혔다. 외국계 법인의 지방세 납부 여부에 대한 세무조사가 실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세무조사 결과 20개의 외국계 법인 중 총 13곳이 서울 시내의 대형 빌딩을 사들이면서 취득세, 등록세 등 지방세를 전혀 내지 않거나 감면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외국계 법인들이 국내에서 부동산을 취득하면서 지방세를 피하거나 감면받은 수법은 다양하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론스타로부터 강남 스타타워 빌딩을 사들인 싱가포르 투자청(GIC)의 경우다. 싱가포르 투자청의 자회사인 레코시아는 2004년 말 소유주를 이전하는 방식 대신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 빌딩을 사들였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레코시아가 직접 스타타워 빌딩의 주식을 매입한 것이 아니라 두 개의 페이퍼 컴퍼니, 즉 서류상 회사를 설립해 이 두 자회사들로 하여금 스타타워 빌딩의 주식을 각각 50.01%, 49.99%씩 인수하게 하는 방법을 취한 것이다. 이는 주식취득 지분이 51%를 넘지 않으면 지방세를 물지 않아도 되는 법의 허점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서울시는 부동산을 실질적으로 소유한 사람에게 세금을 부과한다는 '실질과세의 원칙'에 입각해 이들 외국계 법인들에 취득세와 그동안 세금을 물지 않은 데 따른 가산세를 부과했다. 서울시가 이 13곳의 외국계 법인들에 부과한 세금은 총 363억 원이고, 레코시아에만 170억여 원의 세금이 부과됐다.
레코시아는 이같은 세금추징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시가 세금을 고지하기 전에 '과세 전 적부심사'를 신청했으나 기각당했다. 이에 따라 레코시아는 지난 6일 서울시가 부과한 지방세를 모두 납부했다.
서울시는 올해 상반기 내에 탈루혐의가 있는 나머지 46개의 외국계 법인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서울시의 세금추징은 최근 국세청이 추진하고 있는, 론스타나 뉴브리지캐피탈에 대한 세금추징과는 별도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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