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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김형곤, 돌연 사망…헬스장에서 운동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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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김형곤, 돌연 사망…헬스장에서 운동 후

하루 전 미니홈피에 쓴 '웃음철학'에 네티즌들 '숙연'

개그맨 김형곤(46) 씨가 11일 오전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떴다. 김형곤 씨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H 헬스사우나에서 운동을 한 뒤 화장실에서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H 헬스사우나 관계자 등에 따르면 헬스트레이너가 화장실 문틈으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오전 11시 35분께 신고를 했고, 성동소방서 119구급대가 곧바로 출동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11시 50분께 인근 혜민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김 씨는 이미 숨져 있었다.

사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고인의 시신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이 병원에 빈소가 마련됐다.

1980년 TBC 개그콘테스트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방송계에 데뷔한 김형곤 씨는 '공포의 삼겹살'로 불리며 심형래, 최양락, 임하룡 등과 함께 1980~90년대에 큰 인기를 누렸다.

KBS의 '웃는 날 좋은 날'과 '유머 1번지', MBC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을 무대로 시사개그를 선보였던 그는 '잘 돼야 될 텐데' 등의 유행어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극단 곤이랑을 만들어 연극 '등신과 머저리' 등을 공연했고, 모노드라마 '여부가 있겠습니까'와 '병사와 수녀', 뮤지컬 '왕과 나', 영화 '회장님 우리 회장님' 등에 출연했다.

1999년에는 자민련 명예총재 특별보좌역으로 정치에 입문해 2000년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낙선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자신의 웃음 철학을 담은 에세이집 '김형곤의 엔돌핀 코드'를 출간했으며, 이달 30일에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교민을 대상으로 코미디쇼를 펼치기로 예정돼 있었다.

1987년 'KBS 코미디 대상'을 비롯해 백상예술대상 코미디언 연기상, 예총예술문화상 연예부문 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한편 고 김형곤 씨가 숨지기 하루 전인 10일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페이지에 남긴 글이 네티즌들 사이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세상에 웃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인간이 동물에 비해 우월한 이유도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을 벌려고 애쓰는 것도 결국 웃고 살기 위한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돈 버는 데 너무 신경을 쓰는 나머지 웃지 못하고 산다."

김 씨가 미니홈피 '형곤생각'에 '대한민국이 웃는 그날까지'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이다. 이 글에서 그는 웃음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밝히고, 웃음을 잃게 만드는 프로그램을 양산하는 방송사를 질책했다.

그는 "웃음은 우리에게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웃음 곁으로 자주 가야 한다. 드라마 주인공이 '오늘 죽네, 내일 죽네' 하는 걸 보며 스트레스 받지 말고 코미디나 시트콤 같은 걸 보며 웃는 사람들이 현명하다"고 쓴 뒤 "친구를 만나도 '내가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줄게', '새로운 조크 하나 가르쳐줄까'라며 즐겁게 해주는, 엔도르핀이 팍팍 도는 사람을 만나라"고 조언했다.

이 글에서 그는 "시청자를 배려하지 않고 시청률에 의존하는 현 방송 행태에 분노한다"며 방송사에 대한 불만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25년 동안 방송에 몸담아온 방송인이지만 우리나라 방송에 불만이 있다. 사람은 모름지기 잠자리가 편해야 한다. 그러나 밤 10~12시에 코미디나 시트콤 같은 밝고 즐거운 방송을 해주면 웃으며 잠들 텐데, 현재 그 시간대엔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잠들기 전에 강도, 강간, 사기꾼, 양아치, 패륜 등의 사건을 보며 잠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 편안한 잠자리를 보장하라', '악몽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방송국 앞에서 일인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10시대에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고정편성해야 한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이 있다. 밤 10시 넘어서는 정치인들 얼굴이 절대 방송에 안 나오게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글 밑에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웃고 살겠습니다. 앞으로 하실 일도 많으셨을 텐데 마음이 짠하네요. 오후에 개그였다며 다시 TV에 나오시면 좋을 텐데", "이 재미있는 글이 오늘 따라 너무 슬프게 들리네요", "하늘에서도 웃는 일만 있으시길. 고인이 이 세상에 주고 간 많은 웃음에 행복했습니다", "진정한 개그계의 큰 별이 졌습니다"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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