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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사업은 전북 완전히 죽이려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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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사업은 전북 완전히 죽이려는 시도"

새만금 살리기 긴급 토론회…"대법원이 권고안 내놔야"

위기의 새만금, 희망은 없는가? 새만금 방조제 마지막 물막이 공사를 보름 앞둔 시점에서 새만금 간척사업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사실상 마지막 몸부림이다.

***"새만금 일본 이사하야 만처럼 '죽음의 호수' 될 것"**

환경운동연합은 3월 8일 오후 서울 정동 배재대학교 학술지원센터에서 그간 수년간 새만금 문제에 천착해 온 국내외 연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새만금 문제 해결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새만금 방조제 공사 강행에 따른 문제점이 다각도로 제기됐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2000년~2003년 4년간에 걸쳐 새만금 갯벌에서 직접 패류의 변화상을 관찰한 일본 동북대학종합학술박물관 사토 신이치 박사가 새만금 간척 사업과 일본의 이사하야 만 간척 사업의 사례를 비교한 결과였다. 사토 박사는 "수년 후에는 새만금 갯벌은 생물이 살지 않는 죽음의 호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토 박사는 "이사하야 만 간척 사업의 경우 1997년 4월 14일 마지막 물막이 공사가 이뤄진 뒤 1년도 채 안 된 시점부터 온갖 예측하지 못한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해 결국 5년 만인 2002년 다시 해수를 유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물막이 공사 직전에 조사됐던 패류가 5년 동안 거의 대부분이 사멸해 해수를 유통하기 직전에는 대부분의 대형 저서생물이 살지 않는 '죽음의 호수'만이 남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사토 박사는 "불행히도 4년간에 걸쳐 새만금 갯벌의 상황을 살펴본 결과 이사하야 만의 경우와 매우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2002년부터 계화도조개와 띠조개가 새만금 갯벌에서 급증한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이사하야 만에서도 마지막 물막이 공사 직전까지 전혀 검출되지 않았던 계화도조개가 2년 새 급증했지만 불과 3년을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사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만금 갯벌에서 계화도조개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죽음의 호수'로 가기 위한 징조라는 것이다.

***화성호 간척사업도 방조제 완공 3년 만에 문제 속출**

새만금 갯벌의 운명은 한국농촌공사(前 농업기반공사)가 매립했다가 현재 심각한 문제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경기도 화성호(前 화옹호) 간척사업에서도 드러난다. 화성환경운동연합 이홍근 사무국장은 "2002년 3월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완료한 화성호도 심각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새만금 간척 사업의 '잿빛 미래'를 예고했다.

이홍근 국장은 "화성호는 아직 갑문을 통해 해수 유통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물막이 공사 이후 발생한 대규모 간석지의 육상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간석지가 건조하면서 소금 분진이 발생해 수년간 '소금 폭풍'이 발생해 인근 농민들의 피해 호소가 잇따르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예측했던 수질 개선 대책도 실제로 방조제를 막아놓고 보니 허점투성이였다. 이홍근 국장은 "아직 해수가 유통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농촌공사가 예측한 것보다 수질 오염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더구나 수질 개선 대책에는 인근의 남양 뉴타운 개발, 골프장 건설 등의 변수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근 어민들 생존 위협…"평생 어구 잡던 손으로 농기구 잡으라고?"**

더 큰 문제는 갯벌을 막은 뒤 간척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생계를 유지하기조차 팍팍해졌다는 것.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소 김준 박사는 "새만금 간척사업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이미 새만금 인근 어민들의 삶이 심각하게 황폐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 박사는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어획량이 줄면서 남성들의 일거리가 줄어 여성들이 갯벌에서 백합 채취하는 것만을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며 "최근에는 여성들의 일이라고 터부시했던 갯일에 남성들도 나타나 백합 등을 '싹쓸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백합 채취에 따른 연간 소득이 1993년 183일 작업에 700만 원에서 2003년 261일 2100만 원으로 늘어난 것은 그 단적인 증거"라고 덧붙였다.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완공돼 갯벌이 황폐화되면 그나마 마지막 '희망'이던 백합마저 씨가 마를 가능성이 높다. 김준 박사는 "평생 어패류로 생계를 유지했던 어민들에게 소금기 많고 소출도 보장할 수 없는 땅에서 농사를 지으라는 것이야말로 지극히 폭력적인 발상"이라며 "몇 달이면 벌 수 있는 수백만 원을 보상비라고 받아 든 어민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홍근 국장도 공감을 표시했다. 이홍근 국장은 "화성호 인근에도 약 300여 척의 배와 3500여 명의 어민들이 있었지만 갯벌과 어획량의 급격한 감소로 이들이 심각한 피해를 맞고 있다"며 "심지어 방조제 완공 이후 전직 어촌계장이 공장에 취업하는 상황"이라고 증언했다.

***"4조 원 들여서 2017년에나 경작 가능한 논 만들자고?"**

수년 전부터 새만금 대안을 모색해 왔던 전승수 전남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노골적으로 현재 진행되는 새만금 간척 사업의 미래에 대해 회의를 표시했다.

전승수 교수는 "계획대로 4조 원을 더 들여 2017년 이후에나 경작이 가능한 새만금 내측의 논을 조성하는 것은 국력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전라북도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나쁜 방법"이라며 "이후 논의 용도를 바꿔 골프장이나 산업단지를 조성하려면 엄청난 양의 토사를 쏟아 부어야 하는데 그런 토사를 공급할 여력이 국내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전승수 교수는 "이제 더 이상 국력을 소모하지 말고 학자, 정치가, 지역 주민이 머리를 맞대고 절박한 심정으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새만금 방조제가 개방돼 있는 지금 시점이 마지막 기회"라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기왕에 만들어진 방조제로 조성된 일부 간척지에 복합 산업 단지를 조성하고 나머지 갯벌은 보존해 생태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입장을 내세웠었다.

***"대법원, 대안 모색 첫단추 낄 권고안 내달라"**

장재연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은 전라북도의 변화를 주문했다. 장재연 소장은 "전라북도도 새만금 간척 사업에만 좁게 매달리지 말고 논의의 차원을 지속가능 발전으로 넓혀 새만금 간척 사업, 방조제 내부 개발 문제 등을 포함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장재연 소장은 마지막으로 "대법원이 섣부른 판단을 내 갈등을 지속하기보다는 국회, 정부 차원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도록 권고안을 내준다면 그야말로 10여 년의 갈등을 해결하는 역사적 판결이 될 것"이라며 "그런 판결은 대법원의 권위도 더욱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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